잃어버린 이름에게
“눈치 보지 말고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뭐든 참지도 말고. 더 늙기 전에”
엄마 혹은 아내가 아닌 나의 진정한 이름을 찾아서
생의 민낯을 가감 없이 묘사하는 방식으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온 김이설의 연작소설집 『잃어버린 이름에게』(문학과지성사, 2020)가 출간되었다. 김이설은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젊은작가상, 황순원신진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집 두 권과 경장편소설 네 권을 펴냈다. 네 개의 중단편을 연작으로 묶은 『잃어버린 이름에게』는 두번째 소설집 『오늘처럼 고요히』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김이설은 이번 연작소설집에서 중부지방 신도시에서 거주하는 중년 여성들이 느끼는 소외와 상실의 감각을 세밀하게 다룬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사회적 요구를 따른 후 서서히 “낡아가는 몸과 마주”(「우환」)하며 느끼는 좌절과 슬픔을 조망한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이름에게』를 읽는 일은 가정 내 사각지대에서 “행복하고 기뻤던 것들이 하나도 기억”(「미아」)나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아내이자 엄마의 삶을 고스란히 경험해보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사소하지만 따스한 위로만이 외로움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임을 목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잃어버린 이름에게』의 여성들은 각자 고립된 섬이다. 낯선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에 고립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관계로부터 고립되어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므로 바깥의 존재들과 연결되는 법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우울의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건네는 손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손만이 물길을 낼 수 있다. 작품 속 여성들의 손에서 손으로, 눈에서 눈으로 전달되던 감정을 경험하는 동안 내 손도 몇 번이나 움찔했다. _박혜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