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따뜻함'과 '단정함'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나희덕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나희덕 시의 간명하고도 절제된 형식-구조적 측면은 두드러진다. 그러나 등단 15년을 맞은 시인의 눈길은 이제 본격적으로 '따뜻함/단정함'의 지층 아래에까지 시선을 보내 시적 이미지를 보다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 그로서는 이번 시집이 새로운 시 세계의 표지판인 셈이다. 나희덕 시인은 '어둠'과 '밝음'의 이미지를 대위법적 긴장 관계 속에 놓지만, 이러한 긴장은 대립의 관계이기보다는 길항의 관계 속에서 적절히 조응한다. 이처럼 대립하는 것들을 싸안고자 하는 노력의 결정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새로 선보이는 표지판이다.
저자소개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임화예술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산문집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등이 있다.
목차
제1부
사라진 손바닥
입김
여,라는 말
마른 물고기처럼
풍장의 습관
朝餐
겨울 아침
그는 먹구름 속에 들어 계셨다
방을 얻다
한 삽의 흙
옆구리의 절벽
門이 열리고
초승달
만년설 아래
제2부
가을이었다
실려가는 나무
재로 지어진 옷
극락강역
누가 우는가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
비에도 그림자가
갈증
천 개의 손
탑이 기러기처럼 많은
그날의 山有花
붉디붉은 그 꽃을
걸음을 멈추고
빛은 얼마나 멀리서
제3부
연두에 울다
어떤 出土
북향집
저 물결 하나
행복재활원 지나 배고픈다리 지나
국밥 한 그릇
엘리베이터
흰 구름
진흙 눈동자
斷指
소풍
붉은 만다라
수족관 너머의 눈동자
상수리나무 아래
제4부
草墳
북극성처럼 빛나는
그 섬의 햇빛 속에는
담배꽃을 본 것은
소나무의 옆구리
골짜기보다도 깊은
소나기
낯선 고향
圖門 가는 길
또 나뭇잎 하나가
聖 느티나무
검은 점이 있는 누에
땅 속의 꽃
▨해설·직조술로서의 시학·김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