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셸터
“나는 기억한다,과거를 과거에 묶어두기 위해.”시적 언어와 신랄한 유머, 매혹적인 전개로놀라움을 선사하는 단 한 편의 급진적인 사고실험2023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뉴요커] 선정 올해의 책2021 스트레가 유러피언 프라이즈 수상“이 책을 언제든 다시 읽고 또 읽을 수 있도록,‘절대 질리지 않는 책’을 보관하는 책장에 꽂아두었다.” 올가 토카르추크(소설가)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어로 번역·출판된 문학작품에 주어지며 작가와 번역가가 공동 수상한다.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한국 최초 수상의 영예를 안은 뒤, 『저주 토끼』 『대도시의 사랑법』 『철도원 삼대』 등이 후보에 오르며 어느덧 부커상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최종 후보에 올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2023년, 이 영광스러운 상은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에 돌아갔다.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유럽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불가리아 작가로, 독특한 유머와 아름다운 문장이 특징적인 ‘동유럽의 프루스트’라고도 불린다. 그가 불가리아 작가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자 불가리아의 여러 언론사에서는 “1994년 미국 월드컵 8강에서 독일을 꺾은 이후 불가리아의 최대 쾌거”라는 헤드라인이 쏟아져나왔다.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와 공동 수상한 번역가 앤절라 로델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 불가리아에 거주하며 문학 번역가이자 배우, 음악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스포디노프의 전작 『슬픔의 물리학』을 포함해 불가리아의 다양한 현대문학 작품을 영미권에 소개하고 있는 앤절라 로델은 2014년, 불가리아 문화에 공로한 바를 인정받아 시민권을 획득했다.『타임 셸터』는 한 남성이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위해 과거를 완벽히 재현한 클리닉을 만들게 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미래와 현재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타임 셸터, 즉 ‘시간 대피소’를 만든다는 일면 SF적이기도 한 설정 속에서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과 시적인 문장들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시계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이 작품이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브렉시트라는 충격 이후, ‘위대한 과거’를 들먹이는 보수적 포퓰리즘이 만연한 세태 속 공중에 떠다니는 불안의 냄새를 맡으며 그는 세계가 이미 과거라는 팬데믹을 겪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변화를 감지하는 이토록 날선 감각에서, 영원한 과거와 노스탤지어를 향한 그릇된 욕망이 불러올 위험에 대한 한 편의 놀랍도록 시의적인 사고실험은 시작되었다.과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람은 얼마만큼의 과거를 감당할 수 있나? 기억을 잃은 자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는가? 시간이라는 새로운 국경이 생긴다면,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배치할 것인가? 『타임 셸터』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묵직하고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사유를 촉발한다. 펀치를 날리는 문장, 비밀스럽고 매혹적인 인물, 독창적인 문학적 실험을 하나의 작품 속에 담아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개념을 전복시키고 ‘시간’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고찰하게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낄낄 웃다가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 작품으로 그는 우리 시대의 대체 불가능한 작가이자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부커상 심사위원단의 평이 보여주듯,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는 『타임 셸터』를 통해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태연하게 아름다운, 다시는 닫지 못할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