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무늬 영원
등단 이래 줄곧, 삶의 근원에 자리한 인간 본연의 고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향한 의지를 특유의 문체로 그려온 작가 한강이 세 번째 소설집 『노랑무늬영원』을 출간했다. 2002년 여름부터 일곱 달에 걸쳐 쓴 표제작 「노랑무늬영원」을 포함하여 총 7편의 작품을 묶은 이번 소설집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 작품들은 계절이 수십 번 바뀌는 동안 작가가 고통과 그 흔적에 머물렀던 결과로 세상에 선보인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의 사이사이에 씌어졌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장편들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조응하는 중편과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강하게 빛나는 불순물 없는 노랑을 좇아 겹쳐놓은 한지에 물감을 찍듯, 한강의 문장은 "한순간의 빛, 떨림, 들이마신 숨, 물의 정적"을 원고 위에 재현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험과 관념을 압도하는 작가의 직관은 물감이 올올이 종이의 결 속으로 스미듯 독자들에게 전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 인간의 광기와 욕망의 실체, 존재론과 예술론에 대한 작가의 오롯한 응시는 치열한 사유와 식물적 상상력 그리고 섬세한 언어 탐구까지 더해져, 시적이고 직관적이며 밀도 높은 한강만의 '소설 미학'을 더욱더 단단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