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랜드
만약 1차원의 세계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어떻게 세상이 보일까요? 마찬가지로 2차원의 세계가 있다면 그곳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우리는 3차원이라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모두 3차원이라는 공간과 시간에 제한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점은 사실 점이 아니고, 우리가 생각하는 선분도 사실 선분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흰 도화지에 점을 하나 찍었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그 점을 크게 확대한다면 그 점은 원형처럼 보일 것입니다. 이 점을 원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선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흰 도화지에 그은 선을 확대하면 긴 사각형 형태처럼 보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말하는 1차원이나 2차원의 존재는 형이상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이지 실제로 그 존재를 우리가 지각하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4차원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플랫 랜드(Flatland: A Romance of Many Dimensions)’는 평면 세계(2차원)에서 사는 한 사각형이 여러 차원을 탐험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SF소설로 인식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SF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학 상식 소설(mathematical fiction)입니다. 그러나 그 후에 많은 SF소설들이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아 쓰였고, 여전히 SF소설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에드윈 애보트는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그 시대의 계급 차별적인 관점을 적나라하게 풍자합니다. 에드윈 애보트는 평면 세계(2차원)를 계급이 엄격히 구분되고 최고 지배층의 지배를 받는 사회로 묘사합니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고, 법은 엄격하며, 자유는 경시되고 혁신가는 사회의 억압을 받습니다. 낮은 계급에서 지적인 능력이 뛰어나거나 잠재적으로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 제거당하거나 지배층으로 흡수됩니다. 에드윈 애보트가 평면 세계라는 가상의 현실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자 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현재 이 작품은 미국의 유명 대학들에서 신입생이 읽어야 할 교양 도서로 여전히 추천받으며, 많은 이들의 상상력에 큰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