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고쳐 쓴 하멜 표류기
올해는 하멜 일행이 조선을 만난 360주년 되는 해이다.
유럽 극서의 나라 네덜란드 사람들이 아시아 극동의 나라 조선에서 13년 28일간 억류되었다가 탈출한《하멜 표류기》만큼 흥미있는 이야기도 없을 것 같다.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번역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관심을 가질 만한 가치가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10년 만에 다시 펴 들었다.
내가 번역한《새롭게 고쳐 쓴 新 하멜 표류기》가 많은 독자들의 애독으로 “기관추천도서”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음에도,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그 출판사의 도산과 함께 이미 절판된 상태에서 늘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이제 그 시대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어디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전자책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이 좋은 세상을 만나 기쁜 마음으로 새롭게 펴내게 되었다.
그 동안 여러 독자층으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하고,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천산을 넘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고착된 식상의 말이기에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고, 원문대로를 정직하게 번역하고 해석한 것이니, 떳떳할 따름이다.
물론 나의 번역에 오류가 없지는 않겠지만, 나의 지식과 경험과 체험을 총동원하여 최대한 바로잡으려 노력했고, 이미 네덜란드어 최고 전문가에게 번역 자체의 어학적 고급 자문을 받기도 하였기에 나는 자부심을 갖는다.
이《하멜 표류기》는 네덜란드어에서 프랑스어로, 독일어로, 다시 영어로 번역되었고, 일본어로도 번역되었다.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네덜란드 원문의 번역은 매우 드물며, 대체로 중역본의 영어본을 텍스트로 삼은 것이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재미 교포가 운영한 잡지《태평양》에 초역된 것을 최남선이 약간 고쳐서 1917년 6월에 잡지《청춘》에 <헨드릭 하멜 조선일기>를 실었던 것이 처음이었다.
그 뒤로 거의 90년이 지나는 동안에《하멜 표류기》가 많이도 읽혀지기는 했지만, 이 땅 조선의 진실 여부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2003년에야 ‘하멜 일행은 한반도에 온 적이 없다!’고 청천벽력 같은 번역서《새롭게 고쳐 쓴 하멜 표류기》를 처음 내놓은 뒤로, 강산은 좀 변했고, 이번에 나는 이를 전자책으로 다시 내면서 지리?력사의 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네덜란드어 원문에 이어 중역의 영어본을 부록에다 실어 그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하고, 현대 사전으로 찾을 수 없는 네덜란드어 원문의 낱말을 찾기 쉽도록 따로 실었다. 많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 최두환, 책머리글 <시대를 다시 읽기, 전자책으로 펴내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