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궁합

궁합

저자
엄재양
출판사
러브스토리
출판일
2014-05-30
등록일
2014-08-2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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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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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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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난, 도망친 놈을 놓친 적이 없어.”
남자가 대답하며 그녀가 물러선 서너 걸음만큼 다가섰다. 그들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서로의 콧바람 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좁혀진 거리에 연주는 거북스러워서 다시 서너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남자는 재미있는 놀이라도 하는 듯 쭉 째진 눈을 더욱 가늘게 뜨고는 서너 걸음 다가섰다.
“다가오지 마!”
연주는 떨리는 심정을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지만, 소리를 지른 그녀의 음성에는 불안감이 묻어 있었다. 재빨리 간격을 넓힌 연주가 경고조로 재차 말했다.
“움직이지 말고, 거기 가만히 서 있어.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거야!”
단호하게 경고를 했는데,
“그러든지.”
남자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말을 싹 무시하고 간격을 다시 좁혔다.
낯선 남자에겐 경찰의 존재가 위협적이지 않은가 보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아예 경찰을 부르지 못하고 전화기를 뺏어버리면 그만이니까. 남자는 척 보기에도 연주보다 힘이 열배쯤 세 보였다. 그녀를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연주의 가슴은 미친 듯이 방망이질 쳤다. 정말 제대로 미친놈에게 걸렸구나 싶었다. 다음날 신문에 자신의 사망소식이 실려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설사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성한 곳은 없을지도 몰랐다.
연주는 덜덜 떨렸지만 떨리지 않는 양 굴었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가 더 잔인하게 굴지도 몰랐다. 대개 이런 유의 인간들은 사디스트들이라서 상대의 고통에 쾌감을 느끼고,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는 쉽게 굴복하기 마련이다.
현대판 사이코 패스!
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오르가즘이 뭔지도 모르고 죽을 수는 없어. 정화 언니처럼 홍콩까지는 아니더라도 제주도쯤은 갔다 와야 할 거 아니야.’
여자로서의 기쁨. 그것이 약해지려는 연주를 강하게 만들었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다가온 남자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힘껏 밀었다. 한데,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남자의 가슴은 콘크리트 바닥보다 딱딱했다. 혹시 경찰이 아닐까? 뱃속에 방탄복을 껴입고 있는 건가? 연주는 험상궂게 생긴 사내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당신 정체가 뭐야?”
“최대혁.”
“뭐?”
“넌, 이연주지?”
남자의 걸걸한 음성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연주는 등골이 오싹했다.
“이연주고, 서른세 살. 잘나가는 여행사 팀장. 야무지게 일을 잘하다던데?”
이보다 소름 끼치는 경험이 있을까.
“그리고 미혼.”
‘미혼’이란 단어를 중얼거릴 때 남자의 눈이 번쩍 빛났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야생짐승의 눈빛과 흡사했다.
“왜 거짓말을 했어? 애가 셋이라고 했잖아?”
남자가 쭉 째진 눈매를 일그러뜨리며 사납게 질책했다. 일그러진 눈매가 사람의 눈 같지 않다. 살다가 저렇게 무서운 눈은 처음 본다고 연주는 생각했다. 사내는 그녀를 질책하더니 이내 킬킬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야. 이혼시키기 귀찮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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