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화가 난다
“여자는 한국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덴마크에서 자랐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분노……갖은 ‘차별’의 경험을 여과 없이 고백하는 절규의 라임이자 펀치라인! 덴마크 시인 마야 리 랑그바드의 시집이자 국가 간 입양에 대한 수기 『그 여자는 화가 난다―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을 난다에서 선보인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번역하여 선보이는 마야 리 랑그바드의 작품이다.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계 입양인인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입양의 허상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았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2014년 덴마크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국가 간 입양을 처음으로 비판하고 나선 책으로서 덴마크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를 읽고 해외에서 아동을 입양하기로 했던 결정을 재고하거나 철회했다는 가정들의 소식이 여럿 들려올 만큼, 마야 리 랑그바드의 책은 덴마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태껏 그의 입양국인 덴마크에서만 이루어진 증언이 이제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생국인 한국의 독자들에도 도달할 예정이다. 작중 화자이자 저자 본인이기도 한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이 아이와 친가족, 양가족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며, 입양되지 못했다면 “배고픔에 허덕이는 삶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레즈비언인 그가 덴마크로 입양된 것은 “행운”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 그러나 국가 간 입양을 주선하는 입양기관과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권력 구조에 대해 알아갈수록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을 이상화하는 일반적 사고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그 과정에서 “여자”가 체험하는 분노를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이 비서구권 국가의 아이들을 상품화해 서구의 부유한 가정으로 “수출”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증언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가정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모국 밖으로 유통시켜, 부모가 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여자는 자신의 양부모가 원하는 나라에서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물론 입양기관이 양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입양아를 상품화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여자는 홈플러스에서 프랑스산, 이탈리아산, 스페인산, 포르투갈산, 호주산, 아르헨티나산, 칠레산, 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중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행위와 입양 행위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276~277쪽) “여자”는 “입양은 친밀감과 애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입양이라는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친부모 밑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헤이그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한국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며, 한국이 이룬 급속한 경제 발전의 약점과 한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의 분노는 “국가 간 입양”으로 표상되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범사회적 통찰을 제공한다. 즉 “여자”의 “화”는 단순히 국가 간 입양 산업만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유럽과 동아시아 사이의 경제적 구조와 세계적인 불평등을 겨냥한다. 마야 리 랑그바드의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바로 이러한 문맥 속에서 읽혀야 한다(김 수 라스무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