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되짚어보기로 했습니다, 내 사랑을 내가 아는 사람들과 그들의 사랑들을 그리고 사랑했던 당신과 사랑하고 있는 당신을요
사랑하고 있는 이들을 향한 이병률 시인의 따뜻한 축사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여행산문집 3부작과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를 펴내며 바깥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에 대해, 한 사람을 아우르는 다양한 감정과 개개인의 면면을 헤아리고 들여다봐온 이병률 시인이 신작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를 출간한다. 이번 책은 전작 『혼자가 혼자에게』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산문집으로, 사람과 그들의 인연을 총망라한 감정 ‘사랑’에 대한 글들을 담았다. 꾸준히 사람의 세계를 여행해온 시인이므로 그가 쓰는 사랑에 대한 글들은 더욱 기대가 크다.
어느 늦여름 밤 제주의 한 바닷가. 새로 작업하는 것이 있냐는 다정한 후배 시인의 질문에 시인은 아무 생각 없는 척 대답한다. “사랑 이야기를 한 권 쓸까?” 하고. 어떤 바람은 하나의 커다란 줄기가 되어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끌기도 해서, 시인은 이를 계기로 사랑 이야기를 한 편 한 편씩 쓰게 된다. 그렇게 모인 글들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시인이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서 어떤 진심은 오롯이 전해지지만 어떤 진심은 가닿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하지만 ‘혼자’의 터널을 성실히 통과해온 시인은 이를 성공이나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가 가진 빛남과 아름다움에 눈을 마주치고 보듬는다.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그리움의 인자因子”가 움직인 흔적이 사랑이라면 어떤 특정한 부분만을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사랑은 삶이고, 사랑은 사람이며 여러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그러므로 슬플 것도 쓸쓸할 것도 없이 이 모든 게 사랑의 다양한 모양일 뿐이라고. 여러 사랑을 경험하는 건 행복한 일이 아니겠냐고 말해준다.
저자소개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가 있으며,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 발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에 끌려 중고카메라를 샀고 그 후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 사람 속에 있는 것, 그 사람의 냄새를 참지 못하여 자주 먼 길을 떠나며 오래지 않아 돌아와 사람 속에 있다. 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실이 존재하므로 달라지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사물에 죽도록 약하며 한번 몸속에 들어온 지방이 빠져나가지 않는 체질로 인해 자주 굶으며 또한 폭식한다. 술 마시지 않는 사람과는 친해지지 않는다. 시간을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며 정상적이지 못한 기분에 수문을 열어줘야 할 땐 속도, 초콜릿, 이어폰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나 간혹 당신에게 일방적이기도 하다.
목차
손 잡아주지 못해서뿌리째 아름다운 일열 번 백 번의 프러포즈우산 위로 떨어지는 여름익숙한 맞은편 앞자리파도 소리를 베개 삼아 깊은 잠에 빠져드는 당신과 나그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커다란 진동이우리는 사랑하면서도 여러 번 헤어지자 말했다가슴은 두근거리게 얼굴은 붉어지게아무 날도 아닌 날에당신은 잘 건너고 있는지나 당신을 만나 문명이 되리라나를, 당신을, 세상을, 세계를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당신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나도 뒤집을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따로, 아주 멀리세상은 냉동칸에 든 열 칸짜리 얼음틀거짓의 뒷맛으로 꾸며진 콘서트어떤 날에 문득 그런 사람이라면왜 하필 나를 좋아하죠든든히 나를 오래 지켜줄 것 같은 사람당신 집에는 언제 갈까요모두가 여기에 있다그 사랑나는 돌려 말하지 않을 겁니다같이 할 수 없고 나눌 수도 없는당신이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마법사를 따라 들어간 호젓한 골목길크리스마스에는 사다리 타기불꽃이 몸에 박히는 작은 통증당신하고 하루라는 시간 동안허전하면 한잔하든지나 연애합니다사랑은 사다리 타기인가 파도타기인가전화를 걸기 전에 뭐라고 말할지 연습해본 적이 있나요이별은 도피의 다른 말이군요그 사람이 좋은 이유를 찾았다웃을 땐 이 여덟 개가 보이게편지의 나머지 부분체리가 익을 무렵당신을 운다활기는 안 바랍니다 생기를 챙기세요매일 정각 자신에게 꼭 한 번씩은 들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