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학을 통해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작가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다다른 종착역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쓴 마지막 작품이다. 작가 본인의 삶 가운데 일부를 떼어 내 형상화한 두 인물이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둘은 기존의 작품들에 등장한 (리스펙토르를 닮은) 인물들에 비해 작가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성의 이해를 불허하는 인물인 마카베아는 언어로 재현할 수 없는 신비 속에 있다. 마카베아의 비극적인 삶은 이상하리만치 강렬하고 선명해서 마치 서사가 아닌 사진처럼, 단숨에 치고 들어왔다 사라지는 강렬한 빛-순간처럼 다가온다.스물세 살에 쓴 데뷔작 『야생의 심장 가까이』에서 언어와 사고를 통해 가장 멀리까지 다다르겠다고 선언했던 리스펙토르가 마지막으로 당도한 지점이 여기다. 언어적 사고를 무효로 만드는 순정한 비극 혹은 세계. 이 공허하고 투명한 황무지에 세워진 『별의 시간』은 마치 후대를 위해 지어진 오두막처럼 느껴진다. 여기가 내가 다다른 가장 먼 곳이니, 미래는 이제 여기서 출발하라. 이 슬픈(어쩌면 리스펙토르의 작품 가운데 가장 슬픈)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상하리만치 활짝 열려 있다.
저자소개
1920년에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고, 그해에 러시아 내전을 피해 이주를 결심한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갔다. 1933년에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작가를 꿈꾸기 시작했다. 법대에 진학한 뒤로도 문학 작업을 병행하다 1940년에 첫 단편을 발표했다. 법대를 졸업한 뒤로는 신문 칼럼니스트로 일하며 1943년에 첫 장편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발표했고, 브라질 문단에 충격을 안긴 이 작품은 그해 최고의 데뷔작에 주어지는 그라샤 아랑냐상을 수상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예상했지만, 리스펙토르는 그때까지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작품의 제목은 조이스와의 연관성을 감지한 편집자가 제안한 것이었다).
1944년부터 1959년까지 외교관이던 남편과 함께 유럽과 미국 등지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 갔지만, 이후로는 남편과 갈라서고 자녀들과 함께 브라질로 돌아와 여생을 보냈다. 귀국한 뒤로는 화재를 겪으며 큰 화상을 입는 등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57세 생일을 앞두고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대표작 『별의 시간』을 비롯해 『G.H.에 따른 수난』, 『아구아 비바』 등 그녀가 남긴 많은 작품은 21세기 들어 브라질 바깥에서도 재조명되며 선풍을 일으켰다. 이때 그녀의 작품을 주도적으로 번역하고 편집한 벤저민 모저는 그녀를 카프카 이후 가장 중요한 유대인 작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