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하는 번역 강의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번역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쓴 책이다. 그런데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AI 번역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서, 책을 써나가면 어떨까 싶었다. 어차피 요즈음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 번역가도 AI 번역을 활용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AI 번역을 너무 신뢰하는 것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면도 있다. 그래서 번역 기술과 함께 AI 번역 및 활용법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AI 번역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하나의 문장을 문맥이 전혀 다른 두 문장으로 잘라놓기도 하고, 심지어 부정문을 긍정문으로 바꾸어 번역하기도 한다. 이것은 AI가 영어와 우리말의 구조적 차이를 아직 완벽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물론 AI에게 번역을 맡기면, 생산성이 높아질 때도 있다. 긴 영문자료를 읽어야 할 때 AI가 번역한 우리말 자료를 읽으면 내용 이해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물론 중간중간 말도 안되는 번역이 튀어나올 때도 많다. 하지만 AI의 번역 실력은 점점 좋아지는 중이고, 이제 단순한 설명글은 무난히 번역할 정도가 되었다.
AI의 핵심은 딥러닝이다. 어마어마한 빅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학습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정도 더 흐르면, 번역 실력도 훨씬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끔 자료 조사를 위해 AI번역기를 돌려 보는데, ‘아니, 이런 표현도 알고 있어?’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여전히 긍정문을 부정문으로 번역하는 실수를 하거나 엉뚱한 오역을 하고는 있지만(본문 참고), 가끔씩 높은 문학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말 문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럴 때면 별 기대 없이 챗 GPT에 질문을 했다가 알차고 친절한 대답을 듣고 ‘헉!’하고 놀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AI 번역은 영어권 사람들인 개발한 프로그램이니만큼, 맛깔 난 우리말 구사에는 약하다. 이 책은 앞으로 누구나 활용하게 될 AI 번역의 허점을 최대한 많은 예문을 통해 짚어 보았다. 그리고 우리말의 쓰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AI를 활용해 번역가가 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고자 했다.
AI와 함께 살아가게 될 요즘 청년들과 학생 세대가 많이 읽고서 자신의 번역 능력을 키우는 데 활용하길 바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미 우리말의 구조적 특징과 아름다움에 충분히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번역가의 길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