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침공
짝사랑 그녀가 고백했다, 자신이 외계인이라고‘첫사랑의 침공’이라는 제목은 비유가 아니다. 이 로맨스 단편집의 표제작 〈첫사랑의 침공〉에서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은 누나는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이다. 다른 수록작 주인공들의 처지도 험난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업무 평가에서 매번 꼴찌를 도맡는 신을, 지구를 침략할 생각이 없는 외계인을, 북한에서 온 간첩을 마음에 둔다. 수채화처럼 마음에 스미는 사랑의 서사특별하다 못해 기상천외한 존재의 등장으로 눈길을 모은 이야기들은 이내 사랑의 모든 과정을 다정하게 보듬는다. 불현듯 피어난 마음에 당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평생의 반려자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순간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가슴에 새겨진 수많은 장면들이 세밀한 수채화처럼 책장 곳곳에 스며 있다.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문득문득 지나가거나 다가올 사랑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게 되는 까닭은 그 찬찬한 표현들에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독특한 세계관으로 독자를 이끄는 상처받은 자들의 대변인권혁일 작가는 첫 장편 소설의 시놉시스를 공개한 것만으로 크라우드 펀딩 721% 달성을 기록한 바 있는 화제의 신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세계관으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상처 입은 이들을 대변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가의 능력이 단편이라는 형식과 로맨스라는 장르를 만나 얼마나 매력적인 시너지를 이루었는지 《첫사랑의 침공》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