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레시피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식탁 위의 무의식
“삶은 끊임없는 맛보기의 과정이다”
가히 ‘음식 포르노’의 시대다. TV를 틀면 채널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잘생긴 셰프들이 나와 입담을 자랑하고, 국내외를 넘나들며 온갖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로 도배가 되고 있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손맛보다는 셰프들의 퍼포먼스에 더 열광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애초부터 초점은 음식 자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럴 의도였다면 전문 요리사를 출연시켰을 것이다. 텔레비전에는 전문 요리사들도 대체로 젊고, 키 크고, 날씬하고, 인물 좋은 사람들이 나온다. 손맛을 따졌다면 경험 많고 나이 지긋한 분들이 더 어울렸을 것이다. (중략) 이와 같은 현상들을 통틀어 ‘음식 포르노’ 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포르노가 정상적인 섹스가 아닌 것처럼 방송이나 사진으로 치장한 음식도 제대로 된 음식이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먹방’을 두고 일종의 ‘관음증 만족시키기’라는 비난도 있다. - 본문 中 》
음식은, 살아있는 한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숙명과도 같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음식을 통해 살아가고, 소통하고, 성장하고, 늙어간다. 삶은 끊임없는 맛보기의 과정이며, 먹는다는 행위는 전일생을 통해 탐구하고 발견해야 할 경이로운 의식儀式과도 같다.
정신분석학자와 시각디자이너가 나눈 1460일의 미각담론
레시피의 또다른 의미는 ‘처방전’
이 책에는 두 사람의 저자가 등장한다. 한 사람은 음식을 오감으로 추억하는 시각디자이너, 또 한사람은 프로이트에 정통한 정신분석학자이다.
시각디자이너는 음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컬러와 느낌으로 저장하고, 정신분석학자는 그 저장된 기억의 회로를 따라 독자와 함께 무의식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무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대간의 소통, 남녀간의 소통, 그리고 내면과 외향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이 모든 것의 매개체는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동시에 가장 오래된 취향인 ‘음식’이다.
제목에 나타난 프로이트는 이 책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기반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한편으로는 프로이트를 전공한 정신과의사의 고백과 같은 가벼운 인문에세이다. 정신분석교과서나 심각한 인문서를 기대하는 독자들 보다는 작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에게 더 어울릴 수 있는 책이다. 한편 레시피는 음식의 요리법이라는 의미 이외에 ‘처방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매운맛 _ 맛으로 관계를 읽어내다
인간이 혀를 통해 감지할 수 있는 물리적인 맛은 다섯 가지. 이는 또한 우리 삶을 관통하는 무의식의 다섯 가지 미각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각각에 해당하는 키워드를 부여해 의식과 무의식의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단맛_기억과 추억 / 쓴맛_성장과 성숙 / 짠맛_멘티와 멘토 / 신맛_편식과 편견 / 매운맛_저항과 인내
어쩌면 인생은, 유년의 ‘기억과 추억‘을 지나, ‘성장과 성숙’을 반복하며, 인생의 어느 시기에 ‘멘토와 멘티‘를 만나고, 개인과 사회의 ‘편식과 편견‘을 넘어 ‘저항과 인내‘로 마무리되는 긴 여정이다.
이 책의 끄트머리에 저자는, 삶을 어떤 한 가지 맛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제대로 된 삶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인다.
《현대인의 고민과 갈등은 주로 관계의 문제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음식을 통해 들여다본다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음식은 하루 세끼, 1년 365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접하는 나와 가장 가까운 대상이어서 그것으로 관계를 읽어내는 데 복잡함이 없다. 복잡한 일도 때로는 간단하게 읽어내면 도움이 된다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