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없는 남자
이 시대 가장 독창적이고 탁월한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가 전하는
사랑의 힘과 기억의 본질에 대한 매혹적인 통찰
전미도서상, 브램스토커상, 오헨리상, 페미나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장편소설. 『좀비』 『멀베이니 가족』 『블론드』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와 언론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그림자 없는 남자』를 통해 인간의 기억과 사랑에 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젊은 신경과학자인 마고 샤프는 페리스 교수의 신경심리학 실험실에서 매력적인 기억상실증 환자 엘리후 후프스를 만난다. 신비하고 멋진 남자이지만, 단기기억이 모두 파괴된 그가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억은 겨우 70초뿐이다. 마고는 과학자로서의 삶을 모두 그에게 바치기로 결심하지만 학문적 성취감과 함께 그를 향한 사랑 역시 점점 커지는 것을 깨닫는다. 연구 대상과의 금지된 사랑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지금껏 쌓아온 그녀의 독보적인 경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그림자 없는 남자』는 기억을 잃은 사람의 삶과 내면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기억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탐구하는 한편, 기억상실증 환자와의 사랑을 연구 활동으로 승화시킨 과학자의 삶을 아릿한 감동으로 전해온다.
그녀는 그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는 그녀를 잊는다.
단 70초 동안만 기억이 지속되는 사람과의 사랑은 가능한가?
마음속 깊은 곳까지 뒤흔드는, 불가능한 사랑의 향연
“안녕-하세요.”
마고 샤프의 24번째 생일 하루 전, 오전 9시 7분.
이 시간은 마고 샤프의 인생에서 단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이며, 장차 마고 샤프의 경력에서도 단 한 번의 결정적 순간이다.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밀턴 페리스 박사 실험실의 젊은 신경과학자 마고 샤프는 신경학계에서 유명한 기억상실증 환자 엘리후 후프스와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실험실에선 ‘E.H.’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인물인 그는 높은 지능을 뽐내지만 70초가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을 잊는다. 마고는 처음부터 자신이 엘리후 후프스에게 특별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이 만날 때마다 엘리후가 마고에게 열렬한 관심과 친밀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매번 마고에게 다정하고 재미있게 말을 건네는 엘리후로 인해 실험 대상과 과학자 사이인 그들의 관계는 점점 낭만적으로 바뀌어간다.
『그림자 없는 남자』는 직업적 성취감에 대한 열망과 애정, 그리고 가장 깊고 친밀한 관계까지도 스며들 수 있는 외로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마고는 엘리후로 인해 뇌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쌓고 뇌과학자로서 승승장구함과 동시에 일종의 광기와도 같은 사랑이라는 감정 속으로 전락한다. 그녀는 학문적 열정으로 엘리후에 대한 애정을 억제해보지만, 결국은 함께하기 위해 그를 수풀 속으로 은밀하게 안내하는 등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다. 마고는 엘리후의 무의식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고 믿지만, 엘리후에게 그녀는 매번 새롭고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그럼에도 마고는 엘리후와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그 순간 속에 영원히 살고 있다는 행복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엘리후가 여전히 37세라는 영원한 현재에 살고 있다 해도…….
인간의 외로움, 열정, 사랑, 기억에 관한 서글픈 서사를 담은 『그림자 없는 남자』는 우리는 과연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우리는 결코 타인에 대해 완전히 알 수 없고, 자신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고독한 우리의 내면에 무의식적인 것들은 얼마나 많이 간직되어 있는가. 인간 심리를 꿰뚫어보는 듯한 조이스 캐럴 오츠의 강렬한 통찰과 세밀한 묘사는 『그림자 없는 남자』에 지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이제, 마고가 엘리후 후프스의 잠재의식 속으로 한 발자국씩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독자 역시 이 지적이면서도 불가능한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