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맛
문제적 작가 김사과의 첫 번째 에세이
여행과 도시, 2010년대 현대인의 정서상태에 관한 리뷰
‘문제적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소설가 김사과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 여행도 아니고 거주도 아닌 채, 이방의 관찰자로 부유한 몇몇 도시에 관한 이야기다. 2007년의 뉴욕부터 포르투, 베를린, 그리고 다시 2012년의 뉴욕까지, ‘모든 것을 지나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버릇’을 가진 김사과 작가는, 여러 도시에서 만난 사람과 사건, 정서, 날씨, 기온, 마음의 내밀한 동요들을 독특한 질감으로 내레이션한다.
뉴욕의 오리지널 힙스터와 베를린의 핫한 클럽과 월스트리트 노동절 행진과 조울병에 걸린 금발미녀와 빈대 퇴치 매뉴얼과 지젝이 공존하는, 어쩌면 가장 김사과적이면서도 김사과적이지 않은 에세이. 2010년대 지구 위에 사는 현대인의 기본적인 정서상태에 관한 나른하고 건조한 리뷰다.
김사과라는 현상을 기꺼이 견디고 싶다면,
주파수가 낮은 삶에 정착하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읽으려면 일정량의 각오와 결단과 열량공급이 필요한 김사과 작가의 소설들과 달리, 이 에세이는 작가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어 신선하다. 여러 칼럼과 인터뷰 등에서 느낄 수 있듯이, 김사과 작가의 신중하고 논리정연하며 똑똑한 글은 아프고 부끄러운 곳마저도 주저 없이 한 방에 찌르는 과단성이 있다. 서늘하고 비장한 감정의 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가 만난 지구 위 여러 도시의 젊은이들이 보내고 있는 울고 웃고, 취하고 싸우고, 만나고 헤어지는 어느 눈부신 시절들을 읽어준다.
여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확신이나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김사과라는 현상을 기꺼이 견디고 싶고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싶다면, 이 에세이가 작가에 관한 이해를 약간은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주파수가 낮은 삶에 정착하고 싶지 않다면, (무엇이 되었든) 불편하고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타협하고 싶지 않다면, 김사과 작가가 들려주는 지구 위 여러 삶의 이야기에 즐겁게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