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눕는다 (개정판)
이것은 쓰레기 같은 삶인가,
우리가 차마 꿈꾸지 못한 낭만인가?
김사과의 두번째 장편소설 『풀이 눕는다』가 8년 만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된다. 자본에 짓눌린 세계에 의해 재단되기를 거부한 젊은 예술가들의 일탈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루저’나 ‘인간쓰레기’로 보일지도 모를 삶이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빛나는 순간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였다. 등단 이래 문학적 관습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평단과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김사과는 이 소설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믿음직한 작가임을 인정받게 되었다.
독자들의 폭넓은 지지와 오랜 기다림을 등에 업고 이루어진 이 개정판 출간을 위해 김사과 스스로 작품 전반을 개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문장의 흐름과 장면 전환이 더욱 매끄러워졌으며, 독자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남겼던 명장면들의 짜임새 또한 한층 세련되어졌다. 김사과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전 판과 달라진 점들을 찾아 읽는 즐거움이 상당한 이유다. 그러나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김사과의 날카로운 진단과 냉철한 전망은 작품 저변에 건재하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세상을 보는 김사과만의 남다른 시각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감탄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