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완전히 고립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시키며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소설집 『고발』. 201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2017년 3월 영미권을 비롯한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맞춰 3년 만에 새롭게 출간되는 작품이다. 저자의 최초 원고를 충실하게 살려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자 북한식 표기는 한글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최소한으로 수정하였고, 독자들에게 낯선 표현과 단어들에는 주석을 달아 북한에 보존된 풍부한 우리말 표현을 읽으며 모국어의 아름다움과 소설을 읽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김일성과 마르크스의 초상화에 아기가 눈을 뒤집고 경기를 일으킨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 행사 준비를 앞두고 정한 이 도시의 커튼 규칙과 엄마의 당연한 선택이 충돌을 일으키고, 엄마는 아기가 초상화를 보지 못하게 덧커튼을 치고 마는데……. 덧커튼에서 비롯된 비극을 그린 《유령의 도시》, 김일성 애도 기간에 발견된 빈 술병에 대한 오해로 아들과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 권총까지 빼들고 마는 보위부원의 이야기를 담은 《무대》 등 시대를 뛰어넘는 높은 문학성과 저항정신이 담긴 일곱 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작가 반디(필명)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에 비견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대표되는 솔제니친의 ‘문학성’과 더불어 추방당하면서도 펜으로 저항의 행보를 이어갔던 ‘저항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인데 솔제니친은 자신의 이름을 숨길 필요가 없었지만 반디는 이름을 숨겨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반디는 솔제니친처럼 공개적으로 정권을 비판하거나 자신의 실명을 걸고 세계를 향해 호소할 수 없었고, 비밀리에 남한으로 원고를 반출시켜야 했다.
집필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고, 절망과 암흑의 끝에서도 지속되는, 지속되어야 하는 인간애와 희망을 역설하는 이 작품에 보내는 세계의 관심과 찬사는 시대를 뛰어넘는 높은 문학성을 성취했음을 입증한다. 인간은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유지할 수 있고, 생각의 자유를 요구하는 용기는 그것을 억누르는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애로 가득 찬, 진실한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