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문장의 조건

문장의 조건

저자
민이언
출판사
다반
출판일
2020-02-20
등록일
2020-03-10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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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글쓰기의 유일한 목적에 관하여

‘효율’과 ‘대량생산’의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속성(速成)의 방법론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글쓰기 영역에서도 그 시간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글쓰기의 바깥에 놓인, 그러나 부단히 글쓰기 안으로 스며드는 그 시간의 가치를 조명해 본 기획은,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문학사의 거점이 되는 철학자와 문인들이 글을 대하는 태도는 곧 삶의 태도이기도 했다. 하여 직접적으로 수사(修辭)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도리어 삶으로부터 괴리된 ‘글로 머문’ 생각과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는 경계했다. 그렇듯 ‘쓴다’를 ‘산다’의 관점에서 살피는, 우리가 그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철학자와 문인들이 지녔던 글쓰기 철학에 관한 기획이다.

“삶이 개인적이지 않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글쓰기는 제 안에 목적을 갖지 않는다. 글쓰기의 유일한 목적은 삶이다. 글쓰기가 이끌어내는 조합을 통해 삶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다.”
- 질 들뢰즈

개개인의 삶은 각자가 겪어온 시간의 결을 지니고 있지만, 그 차이를 통분하는 요소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일정 지분의 보편성을 지니는 구조 안에서, 개인의 삶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개인적이지 않다. 식자들은 그 통분적 요소들을 인문학적 보편성이라고 부르며, 들뢰즈의 어록은 그 인문적 공감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이다. 글쓰기는 그에 따른 결과이다. 출간의 루트가 다양해지고 문턱도 많이 낮아진 시절, 그러나 오늘날 글쓰기를 가르쳐 준다는 책과 강의들이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역사 속의 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이미 문체이며 콘텐츠라는 이야기를 건네는데 말이다. 따라서 글감을 고민하는 순간보다, 글감이 될 만한 순간들을 가득 체험할 수 있는 생활체계가 앞서야 하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소설가로서 살고자 한다면, 소설처럼 살아야 하는 것. 고독과 소외, 타락과 방황, 후회와 참회, 일탈과 이상이 갈마드는 전 생애가 하나의 천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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