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
“그러므로 우리는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슬픔을 쓰며 희망을 모색하는 시
문학동네시인선 147번째 시집으로 홍지호 시인의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를 펴낸다. “성경적 상상력을 어떠한 현학도 없이 담백하게 활용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는 시”(신형철)라는 평과 함께 2015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이다. “슬픔에 대한 홍지호의 시는 잠자는 우리의 슬픈 감각을 흔들어 깨운다. 잠에서 깨어난 슬픔은 혼자인 우리를 타인과 연결시킨다”(해설)는 박혜진 평론가의 말처럼, 슬픔은 위태로운 우리를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연대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에 수록된 69편의 시를 통해 끊임없이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제 슬픔은/ 이야기를 아는/ 우리들의 몫이다// 슬픔은 감당하는 것”(「참배」)이라고 말하며 그 안에서 점멸하는 빛을 발견한다.
홍지호가 하나의 경험에서 시작해 어떤 크기의 사유까지 나아가는지 가늠하기에 적합한 시는 바로 이 시집의 서두에 놓인 「월요일」이다. “처음은 자꾸 지나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시인의 등단작으로 ‘처음’이라는 경험적 관념에서 길어올린 상상을 따라간다. 첫키스, 첫 작품, 첫 잘못에 대한 생각은 신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가는데, “세상을 만든 것은 처음이지요?/ 그러면/ 봐줄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묻는 도발적인 질문은 이 젊은 시인의 예사롭지 않은 사유의 폭과 크기를 짐작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