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벙어리 신부. 2

벙어리 신부. 2

저자
현지원
출판사
디키스토리
출판일
2012-09-03
등록일
2013-07-29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5MB
공급사
교보문고
지원기기
PC PHONE TABLET 프로그램 수동설치 뷰어프로그램 설치 안내
현황
  • 보유 2
  • 대출 0
  • 예약 0

책소개

“내가 분명히 배웅 따윈 필요 없으니 모습을 보이지 말라 일렀을 텐데. 네가 정녕 내 말이 우습다 이거냐?”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지친 윤이 노골적으로 서아를 무시하며 유모를 매섭게 다그쳤다.
“왕자님, 그것은 당치 않으신 말씀이십니다. 아내 되는 이가 지아비를 배웅하는 것이 어찌 우습게 여기는 일이겠습니까요!”
유모가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그것이 서아의 뜻이기도 했다.
“뭐라? 네가 지금 나를 한 번 이겨보겠다 이 말이냐!”
유모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는 하였으나 그의 표적은 따로 있었다. 그가 냉기와 오만이 가득 찬 눈길로 유모의 곁에 그림자처럼 붙어 서 있는 서아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움츠려 들어야 정상이거늘 그녀는 살포시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간 그녀에게서 이미 맡은 기억이 있는 청초한 꽃향기가 났다.
윤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서아의 모습을 훑어 내리고 있었다. 붉은 색 치마에 같은 색의 끝동이 들어간 흰 저고리 위에 초록빛의 소매 없는 조끼를 입고 있는 수수한 모습이 본연의 청아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화폭 속에나 어울릴 그 고고함이 윤을 더욱 강해 보이게 하였고 반대로 그녀를 무척 유약해 보이게 했다.
“싫다지 않느냐! 배웅도 마중도 다 필요 없다 하지 않느냐 말이다!”
서아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윤이 비정하리만큼 모질게 굴었다. 역정을 내는 그의 시선을 당당히 맞서며 서아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본인만 느낄 수 있게 크게 심호흡을 하며 도스른 그녀가 무슨 용기인지 그의 손을 잡아끌고는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했다.
“이게 무슨...”
윤이 짙은 눈썹을 치켜뜨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지만 손을 빼내지는 않았다. 서아가 천천히 한 자씩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서방님의 아내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이 고작인 것을요. 그마저도 못하게 하지는 말아주셔요. 절 보시는 게 거북하고 싫으시면 그냥 외면하고 가셔도 상관없어요. 그냥 먼발치에서라도 배웅하게 해 주세요. 그게 그리 무리한 욕심은 아니겠기에 서방님의 뜻을 받들지 못함을 용서하여 주세요.’
비통함을 애써 감추며 서아가 최대한 담담하게 뜻을 전달하자 윤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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