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수다
중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화는모두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중국 사람들이 몰래 듣는다는 ‘그 팟캐스트’,부밍바이가 엄선한 저항의 수다 스물다섯 편‘시진핑’이 금기어다? 좋아요, 그러라고 해요. 근데 사람들이 ‘러우자모(중국식 햄버거)’라고 부르거나, ‘산시 사람’이라고 부르는 건 어떻게 가려내나요? 사람들이 매일 먹는 햄버거를 어쩌겠어요!‘부밍바이’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위안 리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2022년 5월 27일, 첫 방송을 공개할 때만 해도 이토록 많은 이의 성원을 받을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인도주의적 재난에 휘말려 있었고, 차츰 엔데믹이 오리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상하이만은 오미크론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로 여전히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 있었다. 무려 2500만 인구가 두 달 동안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위안 리는 집에서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울기만 하느니 사람들과 소통하고 무력감에서도 벗어나기 위해 ‘부밍바이’를 시작했다.‘부밍바이不明白’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시진핑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꺼내든 ‘제로 코로나’는 감염 수치 0을 만들겠다는 미명하에 자국민의 상황을 철저히 무시한 채 강제된 강력한 봉쇄 정책이었다. 정책이 시행되던 3년간 사람들은 감염돼서 죽거나 철저히 고립됐다. 어느 날 아침 눈 뜨고 보니 살고 있는 건물이 봉쇄돼서 그대로 집에 갇혀 굶주리는 일도 허다했다. 경기는 순식간에 손쓸 수 없이 망가졌고 전국에서 생존의 불안과 불만이 미동하기 시작했다. 즉 ‘도무지 모르겠다’는 중국인들이 논할 수 있는 공적 삶 그 자체이자 실제였고 절박한 외침이었다. 중국인들은 도대체 중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알고 싶어했다. 어떻게 25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의 발을 묶어두는 통치 체제가 작동할 수 있는지, ‘건강 코드’라는 위치 추적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개인 정보를 수집해가는 빅데이터 감시 체제가 언제까지 기능할 것인지, 권력의 운용을 의심해야만 했다.‘부밍바이’는 그 열망에 날카로운 사회 분석과 통렬한 정치 비판으로 화답했다. 정치학자 차이샤, 페이민신, 우궈광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정치와 사회를 해석했으며, ‘제로 코로나’란 1958년의 ‘대약진운동’과 다를 바 없는 “미친 정책이었고, 이성을 잃은 정책”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평범한 영세 사업자와 중국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농민공 들이 출연해 지금 이 순간 중국의 밑바닥 풍경을 가감 없이 고발했다. 방송 내용이 이렇다 보니 부밍바이는 2회부터 당국에 의해 검열당했고, 정부는 해당 사이트의 호스팅 업체를 전면 차단했다. 이로써 ‘부밍바이’는 정작 중국에서는 듣지 못하지만 중국인이라면 다 아는 ‘그 팟캐스트’가 된다. 사람들은 이를 접선 암호처럼 쓰며 은밀하고 치밀하게 저항의 목소리를 실어날랐다. ‘그 팟캐스트’는 여전히 방송 중이며, 2025년 11월 16일 기준 180회까지 진행했다.이 책은 팟캐스트 2주년을 기점으로 100여 편의 에피소드 중 17편을 선별하고 총 25개의 인터뷰를 엮었다. 사실상 많은 중국인은 방송을 ‘듣기’보다 발췌된 기록들을 ‘읽는’ 식으로 팟캐스트를 청취하고 있다. 부밍바이가 체제 비판의 목소리를 유통하며 저항운동의 거점이 되었듯, 이 책 또한 타이완 출판사를 통해 중국어로 출간되며(중국 내 출간 금지) 중국 내 반체제 인사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화는 여전히 ‘부밍바이’에서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