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고 도망친 스물아홉 살 공무원
공무원이 아니어도,
어딘가 먼 곳으로 훌쩍 떠나지 않더라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삶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공무원을 그만두고,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어느 청년의 이야기.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든 수험 생활 끝에 공무원이 되었다는 저자는 사실 처음부터 자신의 성향이 공무원의 직무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흙수저라는 자괴감은 항상 문턱 앞에서 망설이게 했다. 여기에 용기 내어 도전한 첫 취업에서 참담한 실패를 겪으면서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순전히 안정적인 삶 하나만 보고 공무원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안정감을 가져다줄 줄 알았던 공무원으로서의 생활은 매 순간 자신이 공무원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지나가는 차에 치여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날이 늘어갔다. 결국 해외 취업에 도전해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며 공무원을 퇴사한다. 어떻게든 답답한 이곳을 떠나보겠다는 마음이었지만, 그마저도 건강상의 문제로 무기한 보류되며 좌절에 빠진다.
그때 운명처럼 인생 2막이 시작된다. 바로 나를 풍성하게 하는 진짜 공부를 하고 내가 원하는 것에 반응하는 삶. 배우고 소통하는 일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저자는 더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강연과 각종 활동에 임하고 있다. 사람들은 공무원 그만두면 인생도 망할 거라고 했지만, 저자는 공무원 퇴사 후 더 넓은 세상, 자신이 진정 원하던 삶을 만났다.
무조건 안정적인 게 최고인가요?
후회하는 건 항상 나쁜 건가요?
생각하면 할수록 공무원은 참 괜찮은 직업이다. 우선 요즘 세상에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어디 흔하겠는가. 이외에도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주는 좋은 점은 많다. 복지카드 혜택, 사기업에 비해 눈치 덜 보고 쓸 수 있는 육아휴직, 아무리 줄어들었다고 해도 국민연금보다는 낫다고 하는 공무원연금까지.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으므로.
간혹 공무원 일마저 힘들다고 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힐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지옥 같다고 해도 공무원 그만두고 나오면 또 다른 지옥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같은 지옥이라도 더위에 약한 사람이라면 차라리 불지옥보다는 얼음 지옥을 선택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어차피 사는 것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고 사람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종류도 다양하다고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고생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안정적인 삶이라는 것도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안정성이 최고의 가치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자에게 안정적인 삶은 더 이상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삶이었다. 마찬가지로 열악한 주위 환경은 나를 낙담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용기 내어 원하는 삶을 향한 발걸음을 떼보면 어떨까. 물론 선택 후 마주하는 현실이 너무 버거우면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한다는 것은 그만큼 더 성숙해졌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선택 이후 보다 깊어지고 단단해질 자신을 기대하며 앞으로 나아가보자고 격려한다.
오늘도 자신을 뜨겁게 태우며 살아가기를,
용기 내어 천천히 걸어가는 가장 나다운 삶
공무원을 퇴사하고 저자가 가장 슬펐던 순간은 몸이 아파서 해외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가 아니다. 바로 꿈꾸던 해외 취업조차 자신이 진정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다. 저자는 비록 속은 많이 쓰렸지만, 삶의 방향을 바꾸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에 반응하게 된 순간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인생 2막이라고 해서 그리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결코 전보다 더 나은 삶이라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에게는 분명히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나날들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나를 뜨겁게 태워가며 살고 있으므로.
이 책은 무조건 공무원 퇴사만이 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만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경험상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도 그리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으니 한 번쯤 자신을 믿고 나아가보아도 괜찮다고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