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사랑의 민낯을 아름답고 예리하게 드러낸
작가 서밤의 7년의 기록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작가 서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 도서 소개
사랑의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질문들……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할 때 밑바닥을 보이면 안 되는 걸까?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작가 서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기록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통해 10만 독자의 마음을 응원한 서밤(서늘한여름밤)이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라는 제목의 에세이로 찾아왔다. 한 사람을 만나 연애/동거/결혼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위트 있는 화법과 아름다운 문체로 풀어냈다.
이 책은 ‘사랑의 시작(1부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에서부터 ‘연애와 동거(2부 독립적인 건 지긋지긋해)’, ‘결혼이라는 관례의 모순(3부 결혼해도 어디 가지 않아)’, ‘사랑의 미래(4부 우리는 언제 불행해질까)’를 조망해보기까지 작가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경험한 7년간의 사랑의 기록을 담았다.
19만 SNS 팔로워가 사랑한 〈서늘한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의 웹툰에서 보다 더 과감하고 내밀하게 감정을 풀어낸 작가의 글은, 사랑의 순간에 맞닥뜨리게 되는 무수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시작될까?’와 같은 경쾌한 질문에서부터 ‘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겠어?’ ‘일주일에 섹스는 몇 번이나 해야 할까?’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와 같은 금기의 질문까지, 터놓기 힘든 물음을 좇아 민낯의 모습을 한 사랑에 대해 고백한다.
이 고백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모든 걸 벗어던진 몸으로 한 사람 앞에 서게 되는 경험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평생 지속하지 못하게 되는 연유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사랑이 얼마나 쉽게 깨져버릴 수 있는지,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사랑의 과거들이 자꾸 우리를 찾아올 때, 작가가 들려주는 외로움과 조바심, 고통과 실수의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를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너와 함께하며 나는 처음으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랑을 해보겠다고 지치고 피로한 날에도 꾸역꾸역 대화를 이어가는 나를, 섹스가 시들해지면 권태기가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자꾸 사랑에 점수를 매기려는 나를 발견했다.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자꾸 편안해졌다. 나를 사랑하는지 백 번을 물어보면 너는 사랑한다고 백 번을 대답해줬다. 그래서 나는 불행이 모퉁이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두려워 서성이기를 멈췄다. 그렇게 멈추니 네가 보였다. 내가 보였다. (……)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을 보고 자랐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사랑의 이야기를 나눠본다. 나의 외로움과 조바심, 고통과 실수들도 함께. 우리가 겪어온 과거는 자꾸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시작했던 곳과는 아주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_「프롤로그」에서
"사랑하면서 우리는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된다."
예리하고 아름답게 드러낸 사랑의 민낯
어린 시절 작가에게는 두 종류의 밤이 있었다. “별일 없이 무사한 밤과 엄마 아빠가 싸우는 밤.” 엄마 아빠의 불행한 관계의 시작은 모순적이게도 “애끓는 사랑”이었다. 작가의 부모는 스무 살 때 만난 서로의 첫사랑이었고,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싸움에 지친 중년 부부로 늙어가는 걸 보면서 작가는 부끄러울 정도로 외로웠고 사랑이 필요했다. 동시에 사랑이 두려웠다.
부모님처럼 되지 않기 위해, 사랑에서 100점을 맞기 위해, 자꾸만 성숙한 사랑에 집착했다. “넌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해”라는 말은 오랫동안 그를 지배한 사랑의 만트라였다. 사랑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다. 사랑은 작가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줬지만, 그렇게 유지하는 사랑은 그 자신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길로 향하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불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어떤 사랑을 하게 될까?’라는 작가의 오랜 조바심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서로의 밑바닥을 인정하면서)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옮아갔다. 작가는 말한다. 사랑하면서 보이게 되는 이 밑바닥을 굳이 감추지 않기로 하자 “네가 보이고, 내가 보였다”고.
작가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에서 파생되는 분노, 슬픔, 기쁨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며, 한 사람에게 깊숙이 들어간다. 그 관계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뼛속까지 두려워했던,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던 사랑의 진실을 한 조각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보여준 마음의 풍경은 사랑과 관계의 모범 답안을 늘 찾아 헤매며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라는 질문으로 초조한 우리에게 어떤 답, 혹은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격앙되고 울분에 찬, 때로는 중학생 소녀처럼 발랄한 작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겪고 있는 이 사랑 안에서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짐승처럼 울 때면 너는 나를 몇 번이고 꽉 안아주었다. 울음이 그치면 우리는 함께 쪼그려 앉아 나의 바닥을 토닥였다. 진흙탕처럼 질척이던 나의 바닥은 그렇게 조금씩 단단하게 굳었다.
사랑하면서 우리는 결국 바닥을 보이게 된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천장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내 바닥을 인정해줬을 때 나는 너를 내 마음 안으로 다 들여놓을 수 있었다. 내가 너의 바닥을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사랑은 허공에 떠 있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은 서로의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관계의 시작이었다.”_「최악의 나와 최고의 나」에서
◎ 책 속에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반짝임을 기억할 수 없다는 건 아쉽다. “아, 그때 우리 진짜 미친 듯이 사랑했었잖아”라고 시작하는, 우리 둘만 아는 바보 같은 이야기들이 없는 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이 사랑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 모른다. 어쩌면 오늘이 시작인지도 모른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만 내일 너에게 새삼스레 반하게 될지 모른다. 나는 너와 사랑에 빠진 적이 없다. 그 대신 나는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고 있다. 어디가 제일 깊은 지점인지는 아직 모른다. _24쪽(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다)
남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길가에서 소리 지르며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도, 너에 대한 죄책감도 나를 막을 수 없었다. 오래 숨죽여왔던 나의 일부가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질렀다. ‘떠날 테면 떠나. 하지만 제발 이대로의 나를 사랑해줘.’ 최악의 나를 사랑해달라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나를 좋아하는 너를 택했다. _28쪽(최고의 나와 최악의 나)
깨진 마음을 벗어던진 나는 알몸으로 세상에 서 있었다. 그 앞에 네가 있었다. 놀라고 당황스럽고 미안한 얼굴로 나를 안으며 어디에도 가지 않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걸. _33쪽(내가 태어난 날의 일기)
나는 삶에서 사랑이 중요하다. 그리고 사랑만큼이나 나의 가치관도 중요하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둘이 서로 갈등하게 되는 절망적인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취향이 달라 영화를 같이 못 보는 건 상관없지만, 가치관의 차이로 퀴어 퍼레이드에 함께 가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싫어하는 사람이 다를 수는 있지만, 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을 같이 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싸우는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나와 함께 가부장제에 맞설 사람을 원한다. 사랑과 가치관 둘 다 나의 삶과 분리할 수 없다. _41쪽(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마침내 네가 끄윽끄윽 비명을 토하고 상처받았다고 화를 낸다. 나는 그제야 안도한다. 웃음이 터질 것 같다. 너는 나와 함께 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 이건 사랑을 확인하는 최악의 방법이다. _65쪽(그래, 상처 주려고 그랬어)
너의 모든 면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그렇다고 너의 일부만 잘라서 사랑할 수는 없다는 건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엷게 난 주근깨가 햇살에 반짝이는 너의 볼을 사랑한다. 얇고 비어 보이는 입술을 싫어한다. 하지만 입을 가리고 볼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사랑하는 너의 면과 그렇지 않은 면은 볼과 입술처럼 연결되어 있다. 재미없고 무던한 공대생 타입이어서 내가 불평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 독하게 살을 빼지 못하는 너의 무르고 허술한 면을 사랑한다. 밑도 끝도 없이 아버님 은퇴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너의 모습도 내가 사랑하는 어떤 모습과 이어져 있을 것이다. _71쪽(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가 있겠어)
사랑은 너였다. 너의 숨소리, 너의 웃음, 너의 눈. 누구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을 본다면 사랑을 모른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더이상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사랑을 알려 하거나, 이해하거나, 분석하거나, 의심하거나,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사랑은 비 오는 날 잊지 말고 챙겨 가라며 문고리에 걸어놓고 간 우산과 함께 걸려 있었고, 내가 울 때마다 떠다준 미지근한 물 한 잔에 녹아 있었고, 나를 보러 올 때면 늘 달려온다는 너의 발걸음에 묻어 있었다. _97쪽(사랑은 하나 남은 귤이야)
결혼해서 ‘시월드’도 ‘유부월드’도 가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결혼했다고 해서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려 노력하고 싶지 않다. 결혼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나와 너의 가장 깊은 마음, 사랑이라는 미지의 세계, 진실한 마음의 영역이다. 나는 내 모습 있는 그대로 그곳에 갈 것이다. 그러니 결혼해도 나는 어디 가지 않아. _134쪽(결혼해도 어디 가지 않아)
너와 함께 있으면 예의 바른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증가했다. 부동산 사장님도, 집주인도, 이웃집 할아버지도, 택시 기사도. 나는 너를 통해 내가 일상적으로 만나왔던 것이 당연함이 아니라 무례함이라는 걸 알았다. 너는 갑자기 성폭행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콘돔을 쓰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는 애인 때문에 속 끓이는 친구도 가져본 적 없었다. 너의 여자인 동기들이 자꾸 외국으로 외국으로 떠나갈 때 너는 건축계가 ‘남초’인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나도 너의 여자 동기들처럼 차별을 피하기 위해 먼 나라로 떠나고 싶었는데, 네 삶 속에서는 차별이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나는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 ‘인간의 경험’이 아닌 ‘여성의 경험’이라는 걸 너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_138쪽(나와 함께 세상에 맞서줘)
어떻게 매일 아주 많이 사랑할 수 있겠어? 미지근한 사랑에 조용히 뺨을 댄다. 매일 햇볕이 쨍쨍하다면, 매일 물을 흠뻑 준다면, 이 사랑은 말라버리거나 썩어버리겠지. 지금 우리를 스치는 바람이 사랑을 살아 있게 해줄 것이다. _164쪽(사랑이 어떻게 늘 최고점일 수 있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너그러워야 한다. 잘못을 해도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다독여줄 수 있어야 한다. 소중한 이에게는 예외를 허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실수를 하더라도 “좀 봐달라”는 한마디에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봐달라”라는 말을 내 마음 안에서 몇 번이고 굴려본다. 너를 찔렀던 내 마음속 뾰족한 가시들이 물러진다. 그래, 어쩌다 지각하는 일도 있는 거지. 너를 용서했는데 어쩐지 내가 용서받은 느낌이 든다. _175쪽(사랑하는 것들에 너그러워지기)
우리는 아무 이야기나 서로에게 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거운 욕심이나 남들이 들었다면 재수 없다고 혀를 찼을 생각, 별로 재미없지만 꼭 하고 싶은 농담 같은 것을 얼마든지 들어준다. 네가 소철 화분에 물을 많이 줘 죽인 것에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는 알고 싶다. _189쪽(오늘도 소파에서 수다)
나는 자주 고백했고 자주 차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나는 상대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법을 천천히 배워야 했다. 나의 부적절함과 서투름을 끌어안는 법을 연습해야 했다. 내가 결코 갖지 못할 것들을 갖지 못한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아주 엉성하게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_211쪽(내가 사랑하는)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끌어안을 수 있는 여분의 마음과 능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보드랍고 섬세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듬직하고 단단한 어른이 되려 한다. 그래서 이 집에는 두 명의 어른과 두 명의 아이가 살고 있다. _235쪽(서로를 책임지며 사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