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zygy
당신이 잃어버린 생각의 자유들
소리 없이 무르익는 내 영혼의 형식들
신해욱의 장르라고 불리는 시
― 깊어진 ‘웜홀worm hole’에서 시작된 너와 나, 2인 3각의 릴레이
시집 『간결한 배치』(2005)와 『생물성』(2009)을 통해 최소화한 언어와 담백한 묘사, 간결하면서도 견고한 구조가 빚어낸 특별한 감각과 인식의 신세계를 그려온 시인 신해욱이 세번째 시집 『syzygy』(2014)를 출간했다. 일상에서 채록됐지만 살짝 현실을 비껴가는 겹겹의 시간들, 검게 타들어가거나 하얗게 명멸하는 언어들, 그리고 ‘나’에게서 비롯됐으나 매일 아침 변신을 거듭하는 무수한 ‘나-들’의 투명한 목소리들이 행과 행 사이, 연과 연 사이에 남겨놓았던 (시인 김소연이 이름 붙인 그토록 다정하고 적실한) “신해욱의 웜홀”은 이번 시집에서 좀더 전면화된 모습을 띤다.
바둑판 위에 흰 돌과 검은 돌이 종잡을 수 없는 방향과 형태로 놓이듯 신해욱의 시들은 조금 더 고요하게, 조금 더 정교하게, 조금 더 긴 보폭으로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곳에서 “실물보다 큰 생각에 사로잡히게”(「중력의 법칙」) 된 시인은 “가청권 바깥에서/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뮤트」) 모를 소리들을 좇아 기꺼이 ‘너-당신’ 혹은 제3의 인물이 되어보는 “아름다운 악몽”(「체인질링」) 속에 발을 담근다. 이 악몽은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꿈이면서, 누구나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젖니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동화 속 여정이기도 하다.
세상의 주사위들이 한꺼번에 던져지면
진짜 복소수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이야기를 잃은 사물들아, 그러니 근심을 접고
이리 와봐.
여기가 아주 좋아. ―「주사위 던지기」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