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민첩하게 직진한다.기다리지 않고 가뿐하게 먼저 달려나간다.” _이기호(소설가)“가끔 새로운 골칫거리가 묵은 골칫거리를 밀어낸다.유난했던 봄이었다.”대통령선거 이후 1년,상실과 혐오로 해체되었던 4인 4각 가정사 봉합기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걸 쓴다. 『그리고 봄』을 쓴 것은, 우리 시대의 정치적 삶이 지금의 내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이후 스트레스가 상당해서 지식인으로서, 저널리스트로서, 작가로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난폭 운전하는 버스의 승객이 되어 멀미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소설 속의 영한처럼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고 그것이 소설이었다. _작가의 말에서『세 여자』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혁명가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의 삶을 재현하며 요산김정한문학상, 허균문학상, 노근리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던 작가 조선희가 5년여 만에 신작 장편소설 『그리고 봄』으로 돌아왔다. “한 가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한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이기호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이 소설은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에 우리의 혼란한 정치가 한 평범한 4인 가족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다룬 가족소설이자 정치소설이다. 종교관은 같지만 정치색은 다른 엄마와 아빠, 딸과 아들의 4인 가족 이야기는, 봄-정희(엄마), 여름-하민(딸), 가을-동민(아들), 겨울-영한(아빠), 그리고 봄-정희(엄마)로 이어진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점으로 쓰인 다섯 계절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현실적이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 인터뷰에서 “소설이 역사를 배반하지 않도록… 삶과 삶 사이를 메웠다”라고 말했던 작가는, 이번 장편 『그리고 봄』에서도 역시 대통령선거를 지나 일상으로 돌아온 한 가족의 삶과 삶 사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1번’을 찍은 엄마와 ‘3번’을 찍은 딸의 은근한 신경전과, ‘1찍남’ 아빠와 ‘2찍남’ 아들의 첨예한 갈등을 끄집어냄에 더해, 이삼십 대 자녀 세대가 고민하고 있는 결혼, 젠더, 꿈, 미래, 취업 등의 문제와, 부모 세대가 고민하고 있는 퇴직, 은퇴 생활, 건강, 성생활, 각종 질병 등의 문제도 핍진하게 그린다.하지만, 『그리고 봄』이 작금의 현실을 우울하고 비관적으로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봄』은 평범한 한 가족을 하나의 비유로 세워 보임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과 ‘화합’의 봄을 이야기하는 걸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상실과 혐오로 해체되었던 한 가족의 내밀하고 솔직한 ‘4인 4각 가정사 봉합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