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튀프론
정의를 내리는 작업에 관한 최초의 논의와 당대 그리스 종교에 대한 비판을 담은 대화편
“경건한 것은 신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경건한 것인가, 아니면
경건하기 때문에 신들에게 사랑받는가?”
『에우튀프론』은 소크라테스와 에우튀프론 사이의 경건에 대한 짧은 대화를 담고 있다. 대화 중간에 소크라테스는 “경건한 것은 신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경건한 것인가, 아니면 경건하기 때문에 신들에게 사랑받는가?”라는 유명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소위 ‘에우튀프론 문제’라고 불리며, 중세 이래 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감과 논쟁의 원천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에우튀프론』에서 에우튀프론 문제 자체가 다루어지지는 않는다. 소크라테스가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음이나 도덕적 옮음 등이 신의 의지에 의해 구성된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다.
『에우튀프론』은 소위 ‘아포리아(aporia)’로 끝나는 대표적인 대화편, 즉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끝나는 대표적인 대화편이다. 만약 플라톤이 이 대화편을 아포리아로 끝냈다는 사실을 보다 더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에우튀프론』에서 진행되는 논의는 경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은연중에 숨겨놓은 것이 아니라 경건과 관련해서 간단히 해결되기 어려운 진정한 문젯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