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총서 04〉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한국 대중문화비평의 페다고지를 열다
하이브리드 총서 네 번째 책, 이택광의 『이것이 문화비평이다』는 1990년대 이후 한국에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문화평론에 근거해 한국 사회의 문화 현상들을 다각도로 분석함으로써 문화비평에 대한 정의를 다시 확립하고자 쓰인 짧은 문제의식이자 비평에세이로, 문화비평가로 상징성 있는 논의를 지속해온 저자가 2004년도부터 2010년도까지 한국 사회의 숨겨진 이면 속에서 문화의 구조를 드러내고자 했던 시도를 한 데에 엮은 것이다.
문화비평은 이른바 문화라는 형식을 통해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문화비평은 장르비평에서 다룰 수 없는 주제의식들을 가지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문화비평은 어떤 정치 이론이나 철학 이론을 ‘적용’해서 대상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 속에 드러나는 이론적인 측면들을 찾아내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대중문화라는 이름의 상품들은 모두 정치적 함의를 감춰두고 있다. 지극히 문화적인 것에서 가장 정치적인 것이 출몰하는 법, 대중문화야말로 정치적인 것을 관리하고 배제하기 위해 발명된 공동체적 도덕성의 구현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적인 것에서 정치적인 것을 발굴해내는 것이 곧 ‘문화비평가의 사명’이라고 믿는 저자의 논리는 그 자체로 충분히 하이브리드적이라 할 수 있다.
문화비평이 중요한 이유는 당대 사회의 가치 판단의 문제라는 점에 있다. 어떤 사물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과정은 가장 중요한 현상 인식과 더불어 담론의 주도권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지점을 형성한다. 저자는 대중들의 욕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대중문화이며, 대중들의 정치성은 욕망의 논리를 통해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대중문화를 통해서 현실을 사유하는 것은 첨예하게 근대화의 모순과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 사회에 매우 중요한 좌표가 된다.
‘지금 여기’에 대한 전면적 사유, 이것이 이택광식 문화비평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와 모순을 분석하고 한국 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담론의 코드들을 징후적으로 읽어냄으로써,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실상, 즉 동시대성을 환기하고 있다. 지금 같은 대중의 시대에 한국 사회에 들이대는 인문학적 잣대와 비판은 스스로를 해부하고 또 복원하는 양날의 검으로써 우리 시대의 뼈아픈 성찰과 생생한 증언이 된다.
저자는 벤야민, 칸트, 마르크스 등 철학과 비평에 관한 원론 혹은 그에 관한 에세이를 비롯하여 유영철, 촛불집회, 월드컵, 쌍용자동차, 천안함 등 이슈화된 현상이나 사건들로 읽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 이야기, 그밖에 루저의 난, 연예인의 자살, 막장 드라마, 알몸 뒷풀이 등 한국 문화와 산업 제 분야의 아이콘과 현상들로 읽는 실제 대중문화비평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화비평이야말로 일상에 파묻혀 있는 불편한 정치성을 발굴해서 제 몫을 찾아주게 만드는 중요한 글쓰기임을 역설한다.
내가 소비하고 있는 문화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것인가 하는 그 실체 분석과 왜 그러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 나아가 우리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정치적 사유’가 머나먼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깨닫는 것, 이러한 ‘실재에 대한 열정’이 바로 이택광식 문화비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