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방랑길
한국형 미스터리 판타지의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주는 신예 작가 박혜연의 장편소설 『기기묘묘 방랑길』이 출간되었다. 사극의 매력과 추리소설의 긴장감, 성장 서사의 깊이를 모두 품은 이 작품은 ‘조선판 셜록과 왓슨’이라 불릴 만큼 유쾌하고 신비로운 주인공 콤비의 방랑을 따라가는 독창적인 판타지 소설이다.『기기묘묘 방랑길』은 출생의 비밀을 지닌 세도가의 서자 ‘효원’과, 여우의 자식이라 불리며 정체불명의 능력과 외모로 배척당한 ‘사로’가 조선 팔도를 떠돌며 겪는 기묘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여정을 그린다. 스스로 움직이는 금두꺼비, 날개를 숨긴 채 살아가는 아이, 목각 인형으로 돌아온 어머니, 사람 흉내를 내는 쥐 등, 기묘하고도 애틋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되며, 이들은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감정과 진심을 마주하게 된다.설화에서 길어 올린 기담들은 현대적인 문제의식과 감수성과 만나, 시대를 초월해 유효한 고민―상실, 죄책감, 외로움, 갈망, 차별 등의 주제를 환상적으로 풀어낸다. 기담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 이 소설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따뜻한 성장 서사이기도 하다. 새롭고 강렬한 세계관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두 인물의 관계성, 거기에 더해 장르적 재미까지 두루 갖춘 『기기묘묘 방랑길』은 우리가 지금까지 기다려온 진짜 한국형 판타지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