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춤을 추자
“알아볼 사람들은 서로를 다 알아본다고.” 《0%를 향하여》 서이제 신작 단편소설시공간을 초월해 만나고픈 영혼들, 있었는데 없었던 사람들의 헛헛한 진심에 관하여‘해담’은 두 번째 시집 출간 기념 낭독회에 갔다가 빈 의자 밑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림자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린다. 정신과 의사가 처방해준 약에도 효과를 못 본 해담은 ‘그것’을 없애고자 무당을 찾아가지만, 무당으로부터 ‘그것’이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사람’이라는 이야기마저 듣게 된다. ‘그것’은 우연한 계기로 동경하던 시인 지척에서 술을 마시게 되고, 의도치 않게 시인의 실체를 알아차린다. 왠지 속이 텅 빈 듯 실연당한 기분에 빠진 ‘그것’은 그날 이후 몸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거울 앞에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마음으로 시인을 따라다니길 며칠. 바람이나 쐴 겸 나가 앉은 한강 벤치에서 ‘그것’은 긴 머리에 해골 두건을 두르고, 딱 달라붙는 가죽 바지를 입은 정신 나간 아저씨를 만나고,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아저씨의 말에 홀린 듯 홍대의 어느 지하 펍으로 따라 들어서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