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달의 궁전』, 『공중 곡예사』, 『거대한 괴물』 등 독특한 작품 세계로 꾸준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폴 오스터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그의 초기 작품 세계를 조명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줄거리
안나 블룸은 실종된 오빠를 찾기 위해 그곳으로 떠난다. 그곳은 모든 것이 사라진 곳이다. 도시는 페허로 변해 거대한 쓰레기 더미 같고 먹을 곳도 쉴 곳도 없는 곳. 온통 무법 천지로 변한 그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빼앗으면서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곳에는 죽을 때까지 달리는 〈죽음의 질주자〉, 죽기 위해 몸을 던지는 〈최후의 점프〉, 죽도록 도와주는 〈안락사 클리닉〉, 목숨을 없애 주는 〈암살 클럽〉 등 다양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방법들이 즐비하다. 안나는 오빠가 살던 곳을 찾아가나 그곳은 거리조차 없다. 안나는 폐허가 된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저자소개
폴 오스터 (Paul Auster)
소외된 주변 인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정에 몰입되지 않고 그 의식 세계를 심오한 지성으로 그려 내는 폴 오스터는 그 마법과도 같은 문학적 기교로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칭호를 부여 받은 바 있는 유대계 미국 작가로 미국에서 보기 드문 순문학 작가이다.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에 팽팽한 긴장이 느껴지는 현장감과 은은한 감동을 가미시키는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는 그는 현대 작가로서는 보기 드문 재능과 문학적 깊이, 문학의 기인이라 불릴 만큼 개성 있는 독창성과 담대함을 소유한 작가이기도 하다.
1947년 뉴저지의 중산층 가족에게서 태어났다. 콜럼비아 대학에 입학한 후 4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으며, 1974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1970년대에는 주로 시와 번역을 통해 활동하다가 1980년대에 『스퀴즈 플레이』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미국 문학에서의 사실주의적인 경향과 신비주의적인 전통이 혼합되고, 동시에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명상적 요소가 한데 뒤섞여 있어, 문학 장르의 모든 특징적 요소들이 혼성된 "아름답게 디자인된 예술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문단, 특히 프랑스에서 주목 받고 있으며,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작품 내부를 살펴보면 기적과 상실, 고독과 열광의 이야기를 전광석화 같은 언어로 종횡 무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또한 운명적인 만남과 그리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탄탄한 문장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결합시켜 독자들을 있을 법하지 않게 뒤얽힌 우연의 연속으로 이끌어 간다.
특히 폴 오스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뉴욕 3부작』은 탐정 소설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3편의 단편을 묶은 책으로, ‘묻는다‘는 것이 직업상의 주 활동인 탐정이라는 배치를 통해 폴 오스터의 변치 않는 주제 - 실제와 환상, 정체성 탐구, 몰두와 강박관념, 여기에 특별히 작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여러 함의-를 들여다 보게 하는 작품이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계속 사건을 추적하지만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지고, 탐정들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거나 짓궂은 우연의 장난에 휘말리던 끝에 결국 ‘자아‘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닥들이게 된다.
『뉴욕 3부작』의 또 다른 재미 중의 하나는 원문을 구성하는 난외주기 형식의 일화들에 있다. ‘자연언어‘의 발견을 둘러싼 여러 제왕들의 실험과 늑대소년의 등장이 다니엘 디포우와 조나선 스위프트의 작품에 끼친 영향, 다리 설계자인 아버지가 미처 완성 못하고 사고로 죽자 그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완성한 뉴욕의 브루클린 다리에 관한 일화, 어려서 잃은 아버지의 모습을 알프스의 얼음에 갇힌 채로 목격한 아들의 이야기, 창세기 신화와 바벨탑 신화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돈키호테』의 진짜 저자에 대해 저자인 폴 오스터가 작중 인물과 벌이는 논란... 이외에도 고금의 무수한 일화들이 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자칫 건조해지기 쉬운 자아 탐색의 여행에 즐거운 동반자가 되어 준다. 카프카나 베케트의 주제 의식인 부조리의 현대적 변주이기도 하며 세르반테스의 『동키호테』처럼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로도 해석될 수 있는 작품이다.
뉴욕의 한 담배가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흔한 뉴요커들의 일상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체감케 한 〈스모크〉의 시나리오를 담당하기도 했고, 〈블루 인 더 페이스〉에서는 직접 연출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 밖의 다른 작품으로는 『달의 궁전』, 『공중 곡예사』, 『거대한 괴물』, 『우연의 음악』, 『오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동행』, 『굶기의 예술』, 『빵굽는 타자기』, 『고독의 발명』, 『기록실로의 여행』, 『브루클린 풍자극』¸『빨간 공책』,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 『어둠 속의 남자』, 『보이지 않는』 등이 있으며, 현재 그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내(Siri Hustvedt), 두 자녀(Daniel and Sophie)와 함께 살고 있다.
윤희기尹熙基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강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연구 교수로 있다. 역서로는 『비평과 이데올로기』(테리 이글턴), 『의심스러운 싸움』(존 스타인벡), 『소설』(제임스 미치너), 『샤먼』(노아 고든), 『마티스 스토리』, 『소유』, 『천사와 벌레』(A. S. 바이어트), 『무의식에 관하여』(지그문트 프로이트), 『일상의 작은 은총』(켄트 너번), 『동행』, 『폐허의 도시』, 『소멸』,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폴 오스터), 『예수의 생애』(마크 털리),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폴 오스터 엮음), 『연상의 여인에 대한 찬양』(스티븐 비진체이), 『단테』(R. W. B. 루이스), 『욕망의 발견』(윌리엄 B. 어빈), 『막스 티볼리의 고백』(앤드루 숀 그리어)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