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의 시대, 조경을 넘어
조경의 시대?
정치가들은 공원, 녹지, 경관, 도시 환경 등에 대한 공약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며, 기업인들은 환경과 생태의 문제를 전략적인 마케팅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건설회사들은 외부공간 설계가 아파트 분양의 핵심적 관건임을 깨닫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이며, 실제로 오픈스페이스의 배치나 조망권 여부가 주택 가격의 중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경에 대한 수요와 기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강한 환경을 구축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창출하는 조경 본연의 과업이 이제야 비로소 사회적 상황 및 시대적 조건과 결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조경은 바야흐로 “조경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조경의 시대를 맞으며, 조경은 역설적이게도 그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또 때로는 전문성마저도 의심받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여전히 “허전한”이라는 형용사만큼은 한국 조경으로부터 떼어놓기 힘든 형편인 것 같다. 여전히, 허전한, 조경.
지금의 조경은, 쏟아지는 프로젝트를 힘겹게 해내기에 급급한 위태로운 풍경이다. 사회가, 대중이, 주변의 전문 분야가 조경가의 지혜로운 손길을 요청하고 있지만, 건강한 반성과 성숙한 사유를 경험하지 못한 한국 조경은 여전히 표피적 장식주의와 상업적 물량주의를 즐기고 있다. “고독한 지형과 우울한 풍경”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녹색 화장술의 굴레에 안주하며 외양만 화려하게 성장했지 그 영양 상태는 매우 부실한 조경. 이 시대의 한국 조경은 무엇을 생산하며 사회와 소통하고 있는가? 이 시대 한국 조경의 쟁점은 무엇인가? 비평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조경을 넘어!
한국 조경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쟁점은 조경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것은 또한 통합의 물결을 타고 찾아든 조경의 시대를 만개시키기 위한 가장 생산적이고 소통적인 쟁점이기도 하다. 비단 건축과 조경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 삶의 조건인 도시와 환경 자체가 “조경을 넘어서는 조경”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 함민복이 노래하듯,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조경의 시대, 조경의 경계에 주목하자. 조경을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