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나는 오늘도 교사이고 싶다

나는 오늘도 교사이고 싶다

저자
교육센터 마음의씨앗 기획, 김찬호 엮음
출판사
푸른숲
출판일
2019-02-19
등록일
2019-03-2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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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계속할 수 있을까?

나의 마음은 어떻게 지킬까?



내면이 단단한 교사로 살기 위한 7인의 분투기



내가 좋은 선생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선생이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그 사실에 고통스러워하고

다르게 시도해보기를 멈추지 않았다.

- 손연일, 본문 중에서



교육부가 2017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 결과, 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 직업은 선생님(교사)이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지난 10년간 ‘교사’가 학생 선호도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교사가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보았다.

초등학생과 청소년의 선망을 받는 ‘교사’들은 과연 기대치에 맞는 삶을 살고 있을까? 2017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와 함께 초·중·고등학교 교사 1,617명을 대상으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40퍼센트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3년 OECD에 따르면, 한국 교사들은 전문성 개발을 위해 강의나 워크숍에 참여하는 일수는 OECD 국가 평균의 3배 수준이지만, 교직 만족도는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교사들의 직무 만족도가 낮고, 우울감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교사들은 왜 행복하지 못할까?

수업과 생활지도의 어려움, 아이들과 소통 부재, 과도한 행정 업무, 권위주의적인 학교 문화와 교육 시스템, 학교 폭력, 학부모와의 갈등, 동료 교사와의 단절 등 교사를 ‘소진’시키는 요인은 여럿 있다. 교육 환경이 개선되고, 교사들이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와의 관계 맺기에 능숙해진다면 교사로서 삶의 만족도는 높아질까?

‘교사의 교사’로 불리는 파커 J. 파머는 ‘외형적 여건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교사가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하면, 진정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고, 일과 삶을 긴밀하게 연결하려면 교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사의 정체성 탐구를 ‘내면의 교사inner teacher’라는 말로 표현했다. 교사가 자신의 전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면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교사이고 싶다(푸른숲 刊)》는 학교 현장에서,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내면이 단단한 교사로 살기 위해 분투해온 7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글쓴이인 전·현직 교사 7인은 교사가 되고 싶었던 첫 마음부터 수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일화, 학교 폭력과 학교의 부당함에 맞선 이야기, 생활교육 성공 사례, 교사로서 좌절했던 경험, 은퇴를 앞둔 교사의 마음까지 교사로 살았던 각 장면에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마주했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각자의 교실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을 비추는 거울 같은 책이자, 앞으로 한 발짝 내딛고자 하는 교사들의 작은 디딤돌 역할을 하는 책이다. 지금까지 사회학자가 교육 문제와 교사의 어려움을 분석한 책, 정신건강전문의가 쓴 교사를 위한 심리치유서 등은 많았지만 전·현직 교사들이 자신이 어떻게 아이들과 부대꼈는지, 수업의 성과와 교훈은 무엇이었는지, 문제를 해결할 힘은 어디에 있었는지,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 안에서 내면을 어떻게 다져왔는지 등 생생한 사례와 현장 이야기를 풀어낸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새내기 교사 시절부터 십여 년간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학습 능력과 자신감 향상을 확인한 경험(24쪽), 교과서를 벗어나 직접 만든 학습지를 활용해 생기 넘치는 수업을 운영한 사례(94쪽), 시간표와 교과서가 없는 대신 체험 중심의 교육으로 학습 동기를 키운 대안학교(168쪽), 축제처럼 즐거운 수업을 위한 수업 모형(331쪽) 등은 잘 가르치고 싶은 교사들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

또한 이 책은 지금까지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져야 하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에 치우친 나머지 자신의 내면 다지기에 소홀했다고 말한다. 직업인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교사가 자기 내면을 다스리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로서 나는 누구인지’, ‘교단에 선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답하는 과정은 아이들의 성장에 관여하고 교실의 변화를 꾀하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한 발짝 더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마음 깊은 곳에 ‘교사로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교단에 서왔다. 그 질문이 너무나 연약하고 수줍어서 한 번도 마음 밖으로 나와 본 적이 없었을 뿐. 혁신학교운동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연수가 열렸고 선생님들은 어느 때보다 자발적으로 연수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연수 내용은 대부분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높이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교사들은 ‘교사로서 나는 누구이며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100쪽)



《나는 오늘도 교사이고 싶다》는 파머가 만든 교사 내면 다지기 프로그램 ‘가르칠 수 있는 용기 피정Courage To Teach Retreat:CTT’을 한국 실정에 맞게 설계해 약 10년간 진행해온 ‘교육센터 마음의씨앗’이 기획했다. 《모멸감》을 쓴 사회학자 김찬호는 교육센터 마음의씨앗 부센터장으로, 2017년 여름 전·현직 교사 11명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중 7명이 직접 글을 써 이 책을 완성했다.

초등학교 교사, 중고등학교 교사, 대안학교 교사, 은퇴한 교사인 이 책의 글쓴이들은 각자 다른 교육 현장과 교과를 통해 깨우친 가르침의 기쁨, 교실의 변화, 실패와 실수의 경험, 내면의 성장 이야기를 펼치며 매일 흔들리면서도 교단을 지키고 싶은, 오늘도 교사이고 싶은 교사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한다.



교직이 흔들리고 위협받는 가운데서도 의연하게 교단을 지키고 싶은 교사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내적인 힘을 갈망하면서 교실의 변화를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교사들에게 이 책이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학교 현장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들이 분투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길 바란다. -김찬호,〈서문〉중에서

교사다운 교사로 살고 싶은 전?현직 교사들이

현장에서 발견한 가르침의 본질과 교사의 성장



‘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에서 중학교 도덕 교사 손연일은 ‘좋은 교사’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고 새롭게 시도하며, 교사로서 성장해간다. 학생 부장을 맡았을 때 여러 학교 폭력 사건을 겪으며, 학생과 동료에게 실망했던 그는 우연히 비폭력 대화 강연을 듣고 자신이 쓰는 말이 폭력을 부르는 대화였음을 깨닫는다. 그는 ‘비폭력 대화’와 ‘폭력을 부르는 대화’가 어떻게 다른지 자신이 경험한 수업 장면을 통해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는 학교 폭력에 연루된 아이들의 부모와 함께 교육을 받으며 ‘문제 학생도, 문제 부모도 없다’는 통찰을 얻는다. 손연일 교사는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지만, 교사들과 함께 성공과 실패를 나눔으로써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용기를 다시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체육은 중요하고 도덕은 안 중요하냐? 수업 종 치고 5분이 지났는데 수업 준비도 안 하고 기본이 안 되어 있어”라고 한바탕 야단을 치고 수업을 시작했다. 기분이 상했는지 아니면 피곤했는지 수업 시간에 조는 아이들이 많았고, 결국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40쪽)



‘가르치지 않는 교사’를 쓴 고등학교 한문 교사 조춘애는 ‘적게 가르치는 교실’, 즉 교사가 설명을 줄이고 주제와 활동, 질문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탐구하게 하는 수업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한다. 아이들이 한자의 뜻과 음을 달달 외우는 대신 직접 만든 학습 활동지로 ‘5분 글쓰기’를 하며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내 이름 한자에 담은 꿈’이라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각자 자기 이름 한자의 뜻과 음을 조사하고 자신의 꿈과 연결해 한자를 이해하도록 했다. 조춘애 교사는 교사와 학생, 지식이 서로 연결되도록 현재 교육 과정을 재구성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변화의 희망을 가슴속에 품고 매일 교단에서 학생들과 만나온 교사들이 변화의 중심이라고 말한다(98쪽).



학년이 올라가면서 교사들의 설명하기와 이해시키기가 더 많아지고 학교는 아이들을 교사의 설명을 이해하는 우월한 지능을 가진 학생과 이해하지 못하는 열등한 지능을 가진 학생으로 나눈다. 그러면서 대다수 아이들이 배움에서 멀어진다. 우월한 전문 지식과 지능을 많이 가진 교사일수록 더 많이 설명하며 더 많이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스스로 배울 기회를 점점 더 갖기 어려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랑시에르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잘 가르치는 교사는 무지한 스승’이라고 말한다. (93쪽)



‘폭력과 싸우기’에서 심선화 교사는 학교 폭력과 맞서온 경험을 통해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새내기 교사 시절, 폭력과 욕설을 일삼는 아이들이 ‘악당’으로만 보였던 그는 교사 2년 차 가정방문을 계기로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가 목격한 아이들의 가정환경이 매우 위태로웠던 것. 십 년 넘게 학교 폭력 사건을 해결하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나올 수 있도록 동분서주해온 심선화 교사는 경험이 쌓일수록 누가 진짜 가해자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한다(134쪽). 교사와 부모가 자신들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분노의 배출구가 된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통을 표출하기 위해 또 다른 희생양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고, 가해자를 처벌해 책임지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에 집중하는 갈등 해결 방식을 제안한다(150쪽).



지속적인 폭력을 당한 학생은 쉽게 폭력을 쓴다. 강한 폭력 앞에서는 복종하고 자신보다 약한 누군가에게 자신이 경험한 그 이상의 폭력을 표출한다. 20여 년 동안 교사로서 관찰한 폭력의 먹이사슬이다. (133쪽)



‘교사이기 위해 학습자로 산다’를 쓴 우소연 교사는 대안학교 교사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부여되는 새로운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그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학부모와 함께 ‘창조학교’를 설립해 아이들이 시간표와 교과서 없이도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음을 확인,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는 것’임을 교육 철학으로 삼는다. 그는 청소년들이 일을 하며 먹고사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인 ‘청소년을 위한 일학교’에서 아이들과 온몸으로 부딪치고 깨지며 자기 자신도 세상 물정 모르는 ‘교사’임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때까지 실패를 모르고 살아왔던 그는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음을 깨닫고 아이들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우소연 교사는 ‘교사의 역할 가운데 고정된 것은 없고, 자신은 아이들의 변화에 따라 누구인지 물어야 하는 학습자’라고 말한다.



교사는 사회 변화와 아이들의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경험을 구성하는 사람이다. 이 길이 맞는지 두려움 가득한 질문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고 계속 배워야 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그런 면에서 교사만 한 교육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갈수록 어떤 교육이 옳다고 주장하기가 어렵다. 내가 어떤 교육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내세울 것도 없다. 계속 변화하는 사회와 아이들을 해석해내야 하는 학습자로 살아갈 뿐이다. (204쪽)



‘월플라워 교사의 특권이 있다’를 쓴 위지영은 초등학교 교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교사의 꿈을 품은 다른 교사들과 달리 ‘형편에 맞춰’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상처 많은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교사가 되어서도 아이들에게 쉽게 마음을 줄 수 없었다. 업무를 제때 처리하며 이만하면 괜찮은 교사라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겉은 멀쩡하지만 속이 썩어가는 듯했고, 동료 교사, 아이들, 관리자와의 모든 관계가 빈껍데기 같았다(223쪽). 전교조 활동도 해보고, 기타 배우기, 춤 동호회 활동, 마라톤 완주 등 여러 취미 활동도 해보았지만 공허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그는 긴 여행과 명상,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게 되었다. 삶의 가장자리에 서서 특별한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 가진 특권이라는 뜻의 ‘월플라워의 특권’을 가진 위지영 교사는 “상처 많은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나는 상처 많은 학창시절을 보냈기에 아이들의 얼굴에서 표정 변화와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아이들이 인사하는 소리와 표정만 봐도 그날 그 아이의 기분을 알 수 있다. (…) 어렸을 때의 나를 마주하듯, 마음에 금이 가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품어주게 되었다. 돌이켜 보니 나는 ‘월플라워의 특권’을 가진 선생님이 된 것이다. (236쪽)



‘누군가를 인정해주는 단 한 사람이 되고 싶다’를 쓴 최현미 교사는 교사의 역할 중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색한다. 22년간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쳐온 그는 지금은 아이들의 진로 탐색을 돕는 진로상담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꽤 오랫동안 아이들이 한 잘못을 지적하고, 상처 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혼자 두 아이를 키우고, 문제아로 불리는 아들과 오랜 시간 갈등해온 그는 상처 많은 교사였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돌아보게 된 그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상처가 있으면 상처가 있는 대로 자신을 바라보아야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최현미 교사는 진로상담을 할 때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온전히 들어주고, 학부모에게도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지지해달라고 당부한다(293쪽).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믿어주면, 주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진심을 다해 함께 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준다면, 어떤 아픔을 겪더라도 그 존재는 온전함을 회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 한 사람이 부모라면 더 좋겠지만, 꼭 부모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301쪽)



‘계속 교사이고 싶은 마음’을 쓴 최신옥 교사는 은퇴한 음악 교사다. 그는 지금도 버스에서 학생들을 볼 때면, ‘혹시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일까?’하며 유심히 살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새내기 교사 시절에는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친구 같은 선생님을 교사상으로 삼아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과 미소를 아끼지 않았지만, ‘존중과 허용’ 속에서 오히려 흐트러지고 수업에 시큰둥한 아이들을 보며 상처받았다. 최신옥 교사는 클래식 FM 방송 듣고 감상 노트 쓰기, 합창부 운영, 새로운 수업 모형과 창작 수업 등 틀에 얽매이지 않은 수업을 하며 아이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아이들이 변하는 속도에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어느새 교단에 선 자신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하던 교직을 내려놓는다. 그는 후배 교사에게 이렇게 전한다. “교단에 왜 서 있는지, 교단에 선 자신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길, 궁극적으로 교단에 선 자신을 사랑하는 교사이길 바란다”고.



내가 생각하는 수행평가도 이와 비슷했다. 가창 평가를 할 때는 여러 곡 중에서 자신이 부르고 싶은 곡을 선택하게 하고, 수행평가 점수를 공개할 때는 “현아는 목소리가 고운데 발성이 아쉬워”, “찬우는 고음이 부드럽게 올라가네. 중간 부분 불안한 음정이 아쉬워” 등 긍정적인 피드백과 보완할 부분을 이야기해주었다. 누구에게든 재시험 기회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어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에 이르도록 도왔다. (336쪽)







지속가능한 교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서로의 진실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안전한 관계

매일 많은 교사들이 두려움과 긴장감을 안고 교단에 선다. 수업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걱정, 통제가 어려운 학생을 다룰 때의 긴장감, 무기력함이 내리누르는 교실 풍경에서 느끼는 좌절감 등 두려움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런 여러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정작 교사들은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은 교사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방법으로 서로의 진실을 경청하고 실패와 취약함을 진솔하게 내보일 수 있는 대화를 제시한다. 지금까지 교사들은 자신의 좌절과 실패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불성실하고 무능한 교사라고 고백하는 것이라 여기며, 자신의 경험과 두려운 마음을 혼자 마음속에 담아둔 채 교단에 서왔다는 것이다(111쪽.



몇 년 전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주제로 한 교사 모임에 참석했을 때 한 선생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수업 시간에 그 학생을 조금 나무랐더니 심한 막말을 하며 자신에게 대들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학생 앞에서 피에로처럼 춤을 추었는데 그러지 않으면 학생들 앞에 주저앉아 울어버릴 것 같은 자신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분이 이야기를 마치자 갑자기 침묵이 흘렀고 조금 뒤에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분의 이야기로 인해 참가한 교사들은 하나둘 자신의 내면이 무너져 내렸던 교실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다. (110쪽)



이 책의 글쓴이들은 심리치유, 명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수련을 해보았지만 교실에서, 학교에서 부딪치는 작은 자극만으로도 쉽게 내면이 무너진 경험을 반복했다. 그들은 개인적인 치유는 지속가능한 교사를 위한 돌파구가 아님을 깨달았다. 이 책은 교사들이 모여 실패의 경험을 나누고, 자신의 취약함과 두려움을 나눈 경험이야말로 교사가 교단에 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관계’다(249쪽).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아이들의 말을 경청할 수 있게 된다. 단절이 아닌 연결을 꿈꾸는 많은 교사들에게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문제를 해결할 힘은 우리 안에 있다.’



맑은 날과 흐린 날을 오가는 과정에서 내가 용기를 잃지 않고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교사이고 싶은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61쪽)















본문 발췌



서문

‘가르침’의 근본이 흔들리고 ‘배움’의 바탕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교사가 그냥 하나의 기능적 직업인이 되지 않으려면 마음의 뿌리를 살피면서 영혼을 되살리는 일은 점점 더 절실하다. 교사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교사 스스로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교사 자신의 성장이 따르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10쪽)



가르친다는 것이 진중한 사명이면서도 경쾌한 놀이가 될 수 있을까. 교사들은 사물에 대한 경이로움, 발견과 깨달음의 기쁨, 지성의 힘에 매료되는 교실에 서고 싶다. 물론 순탄하지 않지만 모두가 좌충우돌, 암중모색,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은 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과 아이들을 투명하게 응시하고자 하는 이들이 마음을 모으고 의기를 북돋우려 한다. (12쪽)



1장. 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 모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관련된 아름다운 추억을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이 어떤 방식으로 각자를 소중한 인격체로 대하고 사랑을 주었는지 이야기하면서 마치 그 교실에 앉아 있는 것처럼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24쪽)



여러 해 동안 ‘도전! 만 페이지’를 진행했다. 왜 많은 학급 운영 프로그램 중에서 유독 책 읽기 프로그램만은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내가 경험을 통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스스로 확신하고 다른 경험이 쌓이면서 그 효과를 믿게 되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해나간 듯하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의 선의와 친절이 나를 꿈꾸게 했고 배우게 했으며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다. (32쪽)



지금까지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서 어떤 수단과 방법이 효과적인지 고민해왔지만 ‘무엇이 좋다’고 말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사실 방법은 상황마다 변했고 사용한 방법이 매번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그러나 출발점과 지향점이 무엇인지 언제나 돌아보고 확인하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을 돕고자 하는 의도로 다가갔는가? 이것을 통해 함께 무엇을 배우길 원하는가?(52쪽)



2장. 가르치지 않는 교사

사실 그런 규칙은 학생들이 아니라 교사인 나 자신에게 더욱 절실했는지 모른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들과 부딪히게 되면 교사와 학생 모두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교사에게 욕을 하거나 주먹다짐을 하고 학교를 뛰쳐나간 대부분의 학생은 학교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교사들도 상처를 안고 다시 교단에 서야 했다. 교사들은 누구나 자신이 학생들에게 휘둘리거나 교실의 혼란을 통제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안고 교단에 선다. (75쪽)



그러면서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사용하던 존댓말을 내려놓았다. 나는 학생들을 가볍게 대하고 싶지 않았고 학생들 또한 나를 존중하기를 바랐기에 발령 초기부터 그때까지 줄곧 교실에서 존댓말을 썼다. 그것은 내게 일종의 보호 장구 같은 것이었는데, 그 무렵 그것이 그리 쓸모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왠지 그것보다 더 확실하고 안전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80쪽)



그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에 다가가게 되었다. 그것은 심장이 매일 깨지는 듯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계속 시도하고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내면으로부터의 질문이었다. 그것은 ‘교사로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싶은 교사들의 내면의 의지이며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교사들의 끊임없는 탐구였다. 우리 자신을 교단에 서게 한 오래된 열망은 아직도 교사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에게 깊은 관심이 있으며 그들과 단절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111쪽)



3장. 폭력과 싸우기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뒤엉켰다. 그 아이가 휘두르는 주먹 한 방이면 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살려달라고 말하는 순간 더 이상 이 학교 교단에 설 수 없을 것 같았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이 막힐 정도로 무서웠지만 눈을 딱 감고 이렇게 소리쳤다. “죽여라! 나 여기서 순직할게. 이런 꼴 당하면서 교사로 사는 것도 못 할 일이니 나 그냥 죽을게, 죽여!” (128쪽)



나는 교사와 학생이 시험공부를 위해 아등거리는 대신 각각의 교과의 본질을 함께 이야기하고 배우는 학교, 친구를 경쟁 상대로 여겨 경계하고 질투하거나 불안에 떨며 서열에 따른 위계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는 대신 함께 협력하고 소중한 배움의 동반자이자 삶의 동반자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고 그런 학교의 교사가 되고 싶다. (155쪽)



나는 늘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했다. 학생이 학생을 괴롭히는 것, 교사가 학생을 함부로 대하는 것,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부당하게 행동하는 것, 그리고 동료 교사들이 아파하는 것도 그저 바라만 보기에는 늘 불편하고 힘들었다. 나는 분노와 시도 때도 없이 솟구치는 화를 잠재우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런 내 자신의 모습과 성격을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그런 것들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156쪽)



4장. 교사이기 위해 학습자로 산다

한 걸음 떨어져 지켜보니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어른의 세계를 모방하며 세상을 배워가는 것이 보였다. 그때 알았다. 교사의 주도성이 아이들 스스로가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구현할 외연을 만들어주는 길잡이라는 것을. (178쪽)



내 인생은 완벽히 실패했다고 느낀 그때 아이들에게 익숙하게 듣던 욕을 내 입으로 하며 지냈다. 잘 때도 욕을 하고, 자면서도 욕을 하고, 깰 때도 욕을 했다. 휴대전화 메모에는 ‘강하면서 약한 말. 시팔’이라고 적었다. 욕은 아이들의 잘못된 언어 습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패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고 억울한 마음이 들고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고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니 욕이 절로 나왔다. 욕이라도 하면 속이 풀렸다. 이런 내가 어떻게 그동안 욕을 안 했던 걸까? (182쪽)



교실 벽에는 ‘모든 의견은 동등하고 가치롭다’는 말을 붙여놓았다. 교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쏠리지 않도록 테이블마다 놓인 전지와 포스트잇에 각자가 생각하는 키워드를 적고 발표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학교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짜는 회의가 가장 중요했는데, 아래와 같이 단계를 거쳐 의견을 수렴했다. (187쪽)

5장. ‘월플라워 교사’의 특권이 있다

내게 교사는 상처만 주고 학생에게 무관심한 집단이었고 학교 비리 앞에서도 적당히 타협했던 무력한 집단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학생 위에 군림했지만 쉬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희화화하고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르고, 사정없이 깎아내리던 바로 그 볼품없는 존재들이 교사였다. 그런데 내가 교사가 되었다. (221쪽)



교사 수가 적기 때문에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상황인지 잘 알 수밖에 없고 모두가 기피하는 업무라도 누군가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처음 교직 생활을 시작했던 15년 전에는 새내기 교사가 학교 업무를 주로 떠맡았고 지금은 비정규직 교사가 떠맡는다. (226쪽)



교사가 할 일은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직책이 주는 무게감이 덜어진다. 교사도 실수할 수 있고 어떤 분야는 학생이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아이들 앞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다. 교사인 나 스스로가 삶을 긍정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니 학교에서도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250쪽)



6장. 누군가를 인정해주는 단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아이들을 휘어잡지 못하면 무능한 교사로 낙인찍힐 것 같은 생각에 전전긍긍했다. 어떻게든 아이들을 휘어잡아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런 상태를 들키지 않으려 용을 쓰며 버텼다. (265쪽)



중학생이 된 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아들은 개학날이 가까워 오는데도 제 머리 색으로 염색하지 않았다. 다시 염색을 하라는 내 말에 알겠다는 말만 할 뿐 방학이 끝나는 날까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노랑머리를 하고 등교하는 아들을 보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한 내 말과 행동이 떠올라 부끄럽고 미안했다. (277쪽)



역사 선생님으로 22년 동안 학생들을 만났는데, 이제는 진로 상담 교사라는 새 옷을 입고 학생들 앞에 서게 되었다. 역사 선생님으로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로 상담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기에 주변의 만류나 염려에 흔들리지 않았다. 진로 상담 교사는 학생들의 마음 안에 있는 꿈을 일깨우고, 안내자이자 동반자이자 조력자로서 그 꿈을 함께 찾아가는 사람이다. (293쪽)



7장. 계속 교사이고 싶은 마음

내가 바라는 교사상은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부드러운 청유형 말투를 썼는데, 이는 아이들을 존중하고자 함이었다. “얘들아, 안녕?”, “이렇게 해주겠니?”, “이거 해볼까?”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말씀하시는 게 달라요. 저희가 존중받는 것 같아요”라고 반응해주었다. (313쪽)



나는 배우는 자에게 생각할 시간, 몸에 새길 시간을 빼앗은 지극히 이기적인 교사이자 아이들 앞에서 나 자신이 무지개로 빛나는 것에 집중한 교사였던 것 같다.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피아노 반주를 할 때도 아이들이 주체가 되기보다 내가 주체가 되어 연주하고, 아이들이 내 분위기에 도취되어 흥을 더해가거나 좋아하면 마치 무대에 선 사람처럼 그것을 즐겼다. (340쪽)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이 변하는 속도에 맞추기가 점점 더 버거웠다. 아이들이 즐겨 쓰는 신조어, 게임 용어, 아이돌 노래 가사는 내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아이들 문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점점 멀어지는 나를 발견했다. (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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