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미국 사회는 엄청난 혼란 속에 놓이고, 인공지능이 장착된 거대한 수퍼 컴퓨터가 만들어진다. 앞을 알 수 없는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수퍼 컴퓨터의 계산과 분석, 예측에 근거해서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세계는 ‘메이지‘라 불리는 수퍼 컴퓨터를 움직이는 몇몇의 ‘사색가‘들에게 맡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색가들에 의하면, 메이지의 인공지능은 화성의 외계인들이 개발한 미래 기술에 의해서 구현된 것이고, 지구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해할 수조차 없다. 화성인들과 텔레파시 등을 통해서 의사소통하는 것은 강력한 정신력을 가진 사색가들만이 가능하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미국 대통령과 주요 장관들이 메이지에게 미래 예측과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 자문을 구하는 회의 시간, 이상한 질문 하나가 주어진다. 사람이 메이지 안에서 대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이.
저자소개
〈저자 소개〉
프리츠 로이터 라이버 주니어 (Fritz Reuter Leiber, Jr, 1910 - 1992)는 미국의 판타지, 공포, SF 소설가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시를 쓰기도 했고,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면서, 희곡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의 체스 실력은 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출중하기도 했다. 그는 "칼과 마법 판타지"라는 쟝르 이름을 창조했으며, 해당 쟝르가 확립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라이버는 1910년 시카고에서 연극 배우로 활동하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그는 대학교 입학 직전인 1928년, 아버지와 어머니의 극단 (프리츠 라이버 극단)을 따라서 셰익스피어 공연의 전국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극단을 따라다닌 경험은 그의 소설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1932년, 라이버는 심리학과 생리학, 생물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특이하게도, 신학자 (또는 목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1933년부터 시카고 대학으로 돌아온 그는 철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결국 석사 과정을 마치지는 못하지만, 그는 그동안에도 부모님을 따라서 극단 생활을 하면서 작은 배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라이버는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 당시에 6 편 정도의 단편 소설을 완성했지만 발표가 되지는 않았다. 당시 라이버의 경력은 주로 연기 쪽에 머물렀으며, 아버지를 따라서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1936년, 라이버는 H. P. 러브크래프트와 편지 교환을 시작하게 되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전해진다.
1936년 존퀼 스티븐스와 결혼한 그는, 1938년 외동 아들을 낳았다. 그동안 그의 직업은, "연합 출판사 Consolidated Book Publishing"에서 백과사전을 쓰는 작가였다. 1939년, "미지 Unknown" 라는 대중 잡지에 "두 가지 모험 Two Sought Adventure"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전문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1941년 가족을 데리고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라이버는, 대학교에서 연설과 연극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서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고, 그는 징병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시즘에 대한 싸움에 동참하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군용기를 생산하던 "더글러스 항공사"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그는 전투기의 품질 검사를 담당했다. 그러는 중에도 그는 간간히 잡지에 소설 등을 투고하는 등 집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1945년, 시카고의 "과학 요약 Science Digest"에서 편집자로서의 일자리를 구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다양한 소설을 발표했다. 1947년, 그는 첫 단편집인 "밤의 검은 요원들 Night‘s Black Agents"를 발표했는데, 대부분이 판타지와 공포 소설의 경계선에 놓인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1950년에는 SF 소설인 "모여라, 어둠아 Gather, Darkness"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과학자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제 2차 원자력 시대를 그리는데, 이 시대는 곧이어, 마법이 횡행하는 어둠의 시대에 의해서 대체된다.
1958년, 라이버는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는데, 그 이유는 잡지사 일을 하지 않고도, 전업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1960년대가 라이버의 작품 활동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1964년에는, "방랑자 The Wanderer"가 휴고 최고 소설상을 수상했다. 지구의 공전 궤도 상에 생겨난 인공 행성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공포와 스릴러과 결합된 라이버 스타일의 SF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인공 행성의 중력으로 인해서 달이 빨려 들어 가고, 지구에서는 대형 지진과 쓰나미, 과도한 조류가 형성된다. 주인공들은 이러한 재난 속에서 살아 남으려는 노력을 벌이게 된다.
1969년, 부인이 사망하면서, 라이버는 정신적 침체기에 돌입하게 되고, 샌프란시스코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죽기까지 그를 괴롭힌 알코올 중독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 물론 약물과 재활 치료 등을 통해서 알코올 중독을 통제하기도 했으나, 중독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지속되었다.
어느 정도 재활에 성공한 그는, 예전에 추구했던 판타지 세계를 현대 도시로 옮겨 놓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 대표작이 "암흑의 부인 Our Lady of Darkness" 였는데, 부인의 죽음과 자신의 중독증, 잦은 질병 등을 겪은 작가가 슬픔을 기이한 이야기로서 풀어 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약물 중독 등으로 인한 문제는 1970년대 내내 그를 가난 속에 몰아 넣었다. 그래서 싱크대에 타자기를 올려 놓고 글을 쓰고, 호텔의 작은 방에서 수없이 많은 책들과 같이 지내기도 했다. 물론, 그의 공포 판타지 시리즈인 "파흐르드와 그레이 마우저" 등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꽤 긴 기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라이버가 생계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었다.
"파흐르드와 그레이 마우저"는 1939년에 발표된 처녀작에서부터 시작되어 50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집필되어온 거대한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랑크마르라는 환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영웅들이 벌이는 일련의 판타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파흐르드는 라이버 자신의 창작이지만, 그레이 마우저는 그의 친구인, 해리 오토 피숴 Harry Otto Fischer에 의해서 창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작가는 편지를 통해서 작품을 창작했다고 전해진다. 이 시리즈는 "칼과 마법"으로 분류되는 판타지 쟝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전투와 어드벤처 등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용과 마법사, 기사, 야만의 싸움꾼 등 현재 해당 쟝르의 전형이 이 작품들을 통해서 제시되었다. 또한, 두 영웅이 이야기의 전개를 통해서 성장하고, 특별한 기술을 익히며, 결국에는 세계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플롯은 "칼과 마법" 쟝르의 전형이 되었다.
한편, 라이버의 작품 중 유명한 것들은 대부분 단편 소설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연기 유령 The Smoke Ghost"과 "굶주린 눈을 한 소녀 The Girl With the Hungry Eyes", "당신은 혼자다 You‘re All Alone" 같은 공포 소설들은 현대 도시형 공포 소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공포 소설가, 램지 캠벨의 경우, 라이버가 "유일하게 현대 공포 소설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라이버는 SF 소설 영역에서 재귀형의 줄거리를 통해서 SF 의 전통적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아시모프의 로봇 3 규칙에 대항해서,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영업용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업운이 안좋은 날 A Bad Day For Sales") 이 소설에서, 그는 로봇과 자동화가 구현된 사회를 묵시록적으로 그리면서, 인간의 통제 가능성에 대해서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다.
1975년, 그는 세계 SF 대회에서 간달프 그랜드 마스터에 헌액되었고, 1976년에는 세계 판타지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1년에는 전미 SF 작가협회로부터 5 번째 그랜드 마스터로 헌액되었다.
1992년, 죽기 직전 시인이자 비평가인 마르고 스키너와 결혼한 라이버는 비교적 건강하게 말년을 보냈다. 1997년, 캐나다에서 열린 SF 대회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쓰러진 라이버는 몇 주일 동안 혼수 상태에 있다가 샌 프란시스코에서 사망했다. 자서전 성격의 에세이, "너무 많지 않은 질병과 너무 이르지 않은 섹스 Not So Much of Disorders and Not So Early Sex"가 1984년 작품집의 일부로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