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브런치 조회수 100만 회 돌파, 화제의 프리랜서 에세이!
회사 체질이 아닌 이들에게 전하는 독립근무 이야기
다들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언제나 뛰쳐나오고 싶은 게 회사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난 회사 체질이 아닌 것 같아’라고 되뇌면서도 퇴사 후에는 또다시 새로운 회사를 찾아 헤맨다. 회사 밖에서 먹고사는 삶은 마냥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상상도 못한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 보통은 후자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기에 우리는 다시금 몸담을 조직을 찾아 헤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회사 밖’이라는 달콤하면서도 냉혹한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흔히들 예상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도 더 불안하고 굴곡 많은 길이라고, 하지만 회사 체질이 아니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지금 단지 ‘회사이기 때문에’ 우울하고 불행하다면, 그래서 퇴사하고 싶지만 회사 없이는 먹고살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아 망설여진다면 저자가 전하는 독립근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평범한 사무직 퇴사자가 회사를 뛰쳐나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까지, 힘겹지만 경쾌한 프리랜서 도전기가 펼쳐진다. 회사 밖이라는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독립근무의 꿀팁은 덤이다.
치열하지만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
거창하지는 않고 먹고살 정도만
프리랜서의 아침에는 그 어떤 서두름도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하고, 커피를 내려 느긋하게 음미한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엔 편안한 티셔츠 차림으로 책상 앞에 앉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로이 일한다. 미세먼지 없이 쾌청한 날이면 노트북 하나만 들고 나가 노천카페에서 일하기도 하고, 이따금씩 산책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대단히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어떤 출판사든 줄을 서는 유명 번역가가 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을 만큼은 먹고산다. 처음 만나는 이에게는 ‘프리랜서’라고 소개한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시는 데요?”라는 질문에는 “번역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립니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4년 전까지만 해도 저자는 번역과도, 글과도, 그림과도 아주 거리가 먼 평범한 사무직 회사원이었다. 3년 전에는, 오로지 회사가 싫다는 마음 하나로 기술 하나 없이 퇴사를 선택한 백수였다.
기술 하나 없는 사무직 퇴사자,
오로지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일념 하나로
회사 안의 삶은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 야근, 처우. 온통 불이 꺼진 사무실, 유일하게 자신의 컴퓨터만 빛나고 있던 그날 밤 저자는 퇴사를 결심한다. 퇴사 결심은 으레 새로운 회사의 물색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녀는 수많은 채용공고를 훑으며 어떤 사실을 깨닫는다. 그 어떤 회사도 지금껏 겪은 회사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이다. ‘어쩌면 나는 회사 체질이 아닐지도 몰라.’ 그 깨달음은 지금껏 정해진 수순대로의 삶만 살아온 그녀를 완전히 흔들어놓는다. 인생 최초로 ‘회사 밖의 삶’이라는 선택지가 생겨난 순간이었다.
물론 퇴사 후의 삶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흔한 자격증 하나, 심지어 운전면허조차 없던 저자는 오로지 회사 밖에서 먹고살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번역 기술을 배우는 데 도전한다. 적성에도 맞고 전공에도 부합한다며 패기 있게 고른 일이지만 생각보다 높은 장벽에 당황하고, 기술을 배운 후에도 일감이 들어오지 않아 전전긍긍하며 겨우 일 하나를 마친 후에는 하염없이 긴 제2의 백수기가 찾아와 허덕인다. 하지만 어떻게든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절박함 덕이었을까, 웹툰 도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1인 출판……. 아등바등 갖은 노력을 한 끝에 그녀는 마침내 혼자 밥벌이할 수 있는 ‘어엿한 프리랜서’가 되는 데 성공한다.
회사 체질이 아닌 이들에게 전하는 유용한 독립근무 이야기
1인용 테이블에서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번역하는 날들
복숭아 알레르기가 당신의 탓이 아니듯, 회사 체질이 아닌 것도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퇴사가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 책 역시 회사를 무조건 뛰쳐나오라는 이야기도 아니고, 프리랜서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회사 밖에서 먹고사는 삶도 있으며, 그 삶은 어떤 대단한 재주가 있는 특출 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어쩌면 프리랜서는 회사원보다도 훨씬 많은 책임과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삶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저자는 확신한다. 체질에 안 맞는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는 지금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만약 당신이 지금 ‘회사이기 때문에’ 우울하고 불행하다면, 그래서 퇴사하고 싶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해 망설여진다면, 저자가 전하는 독립근무의 이야기를 펼쳐보자. 브런치 독자 백만 명의 성원을 받은 4년차 프리랜서 서메리가 심심한 위로와 함께 독립근무의 꿀팁을 전한다.
? 책 속으로
돌이켜 보면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것. 나는 단 한 번이라도 멈춰 서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자세히 관찰했어야 했다. 내 인생은 오롯이 나의 것인데, 나는 어째서 남들의 시간표에 내 인생을 짜 맞추려 그렇게 발버둥을 쳤을까. (19쪽)
터였다. 실제로 내가 거쳤던 모든 회사들은 그 시스템 속에서 잘만 굴러갔다. 하지만 나는 괴로웠다. 내 인생이 괴로운데, 당사자인 내게 이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단 말인가? 고민의 흐름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규모나 업계, 업무의 성격과 관계없이 비슷한 성격의 괴로움을 느낀다면, 나는 특정한 회사가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 자체에 맞지 않는 사람인 게 아닐까? 한마디로 ‘회사 체질’이 아닌 것 아닐까? (29쪽)
나는 일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시간과 감정을 담보로 무정하게 돌아가는 이 조직이 싫었던 것이다. 어떤 이는 조직 안에서 편안함을 느낄 테고, 어떤 이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조직이 주는 혜택과 보호막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답답함과 우울함이었다. 이렇게 체질에 맞지 않는 공간에 갇혀 있는 한 언제까지고 이 괴로움을 월급으로 마취시키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31쪽)
이제 나는 우중충한 기분을 감춘 채 좋은 아침이라고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안녕한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의 안녕을 물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 대가로 매달 25일 들어오던 월급을 포기한 기분은 뭐랄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71쪽)
고만고만한 실력만 갖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에 대한 깨달음은 맨 처음 퇴사를 결심했을 당시 내 마음을 괴롭혔던 질문을 또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평범한 전공에, 평범한 경력에, 취미와 특기마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가, 도대체 무슨 수로 눈에 띄는 플러스알파를 만들어 낸단 말인가? (99쪽)
나는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홀로 서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웠고, 다른 건 몰라도 그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는 사실만큼은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객인 출판사 입장에서 본 나는 여전히 경력 하나 없는 무명의 신인에 불과했고, 당연한 일이지만 실력도, 신뢰도 보장되지 않는 무명의 신인에게는 그 누구도 선뜻 일감을 맡겨 주지 않았다. (118쪽)
퇴사 전에 나름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배움의 과정이 다 끝난 이후의 미래까지 내다볼 수는 없었다. 더 이상은 학생이라고 핑계를 댈 수도 없는 마당에 이 애매한 시기가 기약 없이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처음부터 넉넉하지도 못했던 희망과 자신감을 자꾸만 좀먹었다. (119쪽)
모든 전전긍긍과 안절부절못함을 감안하고라도, 첫 책을 번역하던 기간은 기본적으로 꿈을 꾸는 듯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따금씩 내가 회사 밖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지금 이 자유를 얻기 위해 그 오랜 기간 불안을 달래며 꿋꿋이 걸어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찼다. 유혹에 흔들리고 서러움에 무너진 적도 분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 낸 나 자신이 너무나 대견했다. (170쪽)
나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못 된다. 백화점 쇼윈도에 진열된 가방은 너무 비싸고, 원고료를 받은 날 큰맘 먹고 들른 정육점에서도 한우 등심이 담긴 팩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호주산 갈비살을 계산대에 올려 놓기 일쑤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외국어로 된 책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종종 후배들을 만나면 기꺼이 밥을 사주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소설이 나오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구입해 읽는다. 나는 3년 전 내가 그토록 바라던 ‘회사 밖에서 먹고살 수 있는 인간’이 된 것이다. (190쪽)
프리랜서는 혼자서 최소한 네 사람 몫을 해 내야 하고, 그 일들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책임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프리랜서의 일이 직장인보다 네 배쯤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직장인과 프리랜서를 모두 경험해 본 장본인으로서 얘기하자면, 그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힘들거나 덜 힘들다고 단정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지극히 무의미한 짓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프리랜서의 일과에 일반적인 직장인보다 더 큰 자유와 책임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207쪽)
분야에 관계없이 경력이 짧은 초보 프리랜서라면 고객과 언제든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낮 시간 동안 늘 깨어 있는 편이 좋다. 들어오는 일이 많아서 골라잡을 수 있는 입장이라면 몰라도,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클라이언트가 언제 전화를 해도 재깍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원래 맡았던 사람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급히 대신 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 먼저 연락을 받는 사람이 임자 아닌가. 현실적으로 봤을 때 경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쉽고 재미있고 일정이 넉넉한 일보다는 이렇게 급박한 일이 들어올 확률이 더 높으며, 이때 기회를 손에 넣는 것은 보통 가장 먼저 연락이 닿는 사람이다. (224쪽)
당신이 어느 정도는 회사 체질이면서도 동시에 회사 체질이 아닌 사람이라면, 특히 그중에서도 개인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애쓰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생활의 고충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다행히도 당신에게 프리랜서라는 제3의 선택지를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이어질 장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프리랜서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자질이란 결국 회사 체질의 개인적 요소들을 모아 놓은 집합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55쪽)
프리랜서라는 목표를 갖고 달렸던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이상하게도 못한 점보다는 잘한 점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내가 언제나 현명한 결정만 내리는 능력자여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생이라는 알 수 없는 요소가 개입하여 대부분의 경험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거나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도 지나치게 당황하거나 지레 포기할 필요 없다. 책임감과 인내심을 갖고 버틴다면, 시간은 그 모든 경험에서 의미를 만들어 줄 것이다. (283쪽)
체질은 잘못이 아니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너는 어째서 복숭아를 만지면 두드러기가 나냐고 따져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만약 그가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복숭아 과수원에서 일해야 한다면 당연히 남들보다 훨씬 힘이 들고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그의 잘못이 아니며, 성격이나 능력이나 인내심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다. 개인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복숭아 과수원에서 일하는 방법밖에 가르쳐 주지 않는 우리의 답답한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2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