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테크 4.0
첨단 군사과학기술 밀리테크4.0은
어떻게 안보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열쇠가 되는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인 군사과학기술은 인류 문명 진화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첨단 밀리테크의 발전은 곧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동형 컴퓨팅 장치와 통신 기술의 판도를 바꿔놓은 애플의 성공 또한 밀리테크를 기반으로 한 국가 혁신 투자의 결과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드론, LCD 기술, 멀티스크린, 인공지능, 마이크로칩, GPS까지 모두 군사기술이 민간기술로 확장되어 문명의 진화를 이뤄낸 사례들이다. 군사기술과 첨단 과학기술을 구분하는 것의 의미가 사라진 이 시대, 미래전을 대비한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군사적 안보를 확보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이 될 한국형 군사과학기술의 해답을 이 책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리고 전쟁의 판도를 바꾸면서
인류 문명을 진보시켜온 군사과학기술의 현재
2000년 이후 급격한 성장을 해오던 중국은 어느새 초강대국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게 됐고, 커진 덩치만큼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도 높아졌다. G2의 명칭도 두 나라를 나란히 이어 붙였던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에서 두 나라의 대립인 ‘콘드래곤(콘돌 VS 드래곤)’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그렇다면 본격적인 전장은 어디가 될 것인가?
〈매일경제〉 국민보고대회팀은 수많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연구한 끝에 “무역 전쟁의 이면에는 기술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왜 기술일까? 기술은 전시에는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군사 무기의 뼈대가 되고, 평시에는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역군이 된다. 역사적으로 봐도 앞선 기술력을 지닌 쪽이 그렇지 못한 쪽에 승리했다. 철기 문명, 화약·화포, 비행기·잠수함, 핵무기가 각 시대별 앞선 기술력의 상징이다. 첨단 기술들은 먼저 전쟁을 위해 고안됐다가 후에 일반 산업에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군대가 첨단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이 2018년 기준 1년에 1조 440억 위안(1,505억 달러, 약 170조 원)을 방위비에 쏟아붓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기술 패권 경쟁을 전쟁처럼 하는 두 나라와는 사뭇 다르게 한국은 아직 4차산업혁명에 안착조차 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여기서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지위도 얼마 안 가 잃게 될 것이다. 뒤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이 ‘밀리테크4.0’을 도입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나오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부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현 관계를 분석하고, 어떤 경쟁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어디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독일이나 이스라엘 같은 다른 중견국은 이 시기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과거 한국의 밀리테크라 할 수 있었던 반도체가 시장 축소라는 위기를 겪게 되면, 무엇을 차세대 밀리테크로 삼아야 하는지도 궁리했다.
2부는 역사적으로 밀리테크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짚어냈다. AI를 장착한 ‘드론 군단’, 싸우기도 전에 이기는 상황을 만드는 ‘사이버 공격’, 우주 공간에서 상대편의 인공위성이나 지상군을 공격하는 ‘우주 전쟁’ 등 미래 기술을 통한 전쟁의 양상도 그려봤다. 그러면서 밀리테크가 어떻게 산업 사회를 바꿔왔는지도 분석했다. 안보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비결을 탐색한 것이다.
3부는 한국이 기술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실적으로 ‘밀리테크4.0’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행 계획을 세우고,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인재들을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 사례를 조사했다. 군대와 산업 간 스핀-온·스핀-오프(spin-on·spin-off) 방안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IT 강국, 반도체 강국이라는 영광에만 머무른다면 다가오는 미래 첨단 기술 시대에 한국은 결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기술 패권 경쟁은 시작됐고, 이를 감지한 나라들도 일찌감치 뛰기 시작했다. 한국도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빨리 갖춰야 한다. 이 같은 문제적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밀리테크4.0’ 강국의 반열에 올라설 지름길은 무엇인지 제시하는 안내서가 바로 이 책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 본문 속으로
투키디데스의 예언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장군인 투키디데스는 기존의 패권 국가와 신흥 도전 국가는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형국이 꼭 그렇다. 중국의 도전에 미국은 상당한 경계심을 품고 있다. 미국 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현재 최고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중국을 꼽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다만,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이후 중국이라는 응답이 줄고 미국이라는 응답이 늘어나 중국 44% 대 미국 42%로 근접한 상황이다. 향후 20년 동안 세계 최고 경제 강국이 될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 국민들은 중국이라고 답했다.
- ‘1장 투키디데스의 함정’ 중에서
이제는 병기가 아닌 기술이 매개가 된 디지털 냉전이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ICT 기업들을 후원하며 차세대 IT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은 공산당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화웨이를 위시한 중국 기업들을 국가 차원에서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 또한 무역 수지 흑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의 제조업 굴기를 방치했다가는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침해받을 뿐 아니라 미국의 패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과학위원회는 2018년 2월과 2018년 말에 중국의 R&D 투자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각심을 거듭 부각시켰다.
- ‘2장 기술 전쟁 시대’ 중에서
실제 인류의 발전은 무기의 발전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시대의 종말과 새 시대의 탄생을 가른 중요한 순간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린 혁신적인 무기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무기는 불의의 위험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자신 및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기능했다. 우수한 성능을 가진 무기일수록 그러한 위험과 외적과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이러한 무기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매우 복잡한 구조와 형상, 고도의 복합적인 성능을 가진 무기 체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단순한 도구의 수준을 넘어 복합적인 체계의 수준으로 향상됐고 전쟁 수행의 지배적인 기능을 담당하게 됐다.
- ‘4장 밀리테크의 진화’ 중에서
인류의 발전은 밀리테크군사기술의 발전과 맥을 같이한다. 혁신적인 밀리테크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리며 전쟁의 판도를 바꿨고, 민간 분야로 스며들어 문명을 진보시켰다. 살상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보편적 인류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혁신 기술들은 인류의 생활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전자레인지와 인터넷, 하이힐 등은 군사용으로 먼저 개발됐다. 이처럼 군사기술이 민간 기술로 확장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 ‘6장 문명의 발전’ 중에서
밀리테크4.0이 어떻게 민간 생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를 보려면 과거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방성 산하 DARPA 사례를 보면, DARPA의 많은 연구 결과가 방위산업체나 민간 기업을 통해 다양한 사업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레이더 시스템과 각종 우주 탐사용 로켓, 저탐지스텔스성 항공기, UAV 등은 군사 분야에서 실용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다. 민간 분야에서는 마우스, 인터넷, GPS, 구글 맵, DDOS 방어 시스템 등이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 ‘7장 두 마리 토끼’ 중에서
정부 주도는 아니지만 민간 기업이 팔을 걷고 나서서 4차산업혁명 분야의 첨단 기술을 안착시키는 분야도 한국에는 분명히 있다. 이렇게 ‘한 발 앞서 진입’한 분야에 더욱 힘을 실어서 밀리테크4.0에 일찍 접목하는 방식도 한국이 노려봐야 할 사례로 꼽힌다. 5G가 대표적이다. 2018년 12월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했다. 통신 업계는 5G의 상용화가 2020년 이후라고 내다봤지만,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에 이어 미국, 중국, 일본 등 기술 강국들이 예정보다 일찍 상용화에 뛰어들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기술의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 ‘8장 밀리테크 4.0 확보 전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