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된 남자 2
“화제의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원작 소설”
여진구 · 이세영 · 김상경 주연
tvN 역대 월화드라마 1화 시청률 1위, 〈왕이 된 남자〉!
“광대, 왕이 되다!”
tvN 화제의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원작 소설 출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를 모티프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여진구, 이세영, 김상경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을 받은 드라마 〈왕이 된 남자〉의 원작 소설이다. 방영과 동시에 tvN 역대 월화 드라마 첫방 시청률 1위를 기록한 화제의 드라마로, 파격적인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매화 명대사, 명장면을 갱신하며 ‘엔딩 맛집’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원작 소설에서는 주인공 하선과 중전 소운, 임금 이헌의 삼각 궁중 로맨스와 모시는 왕을 자기 손으로 독살해야 했던 충신 이규의 고뇌 등 화면으로는 전부 묘사되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의 내밀한 감정을 묘사했다. 또한 원작에서 미처 설명되지 못했던 조연들의 사연과 사건의 내막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드라마의 여운을 되새기고 싶은 팬들은 물론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천한 광대에서 진짜 임금이 되어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통쾌함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임금이 된 광대와 반역을 꾀한 충신!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두 사람의 뜨겁고도 치열한 분투!
용안을 빼닮았다는 이유로 가짜 임금 노릇을 하게 된 하선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궁으로 돌아와 도승지 이규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개혁을 시행해나간다. 그렇게 둘은 대소신료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대동법과 서얼허통을 시행하며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연히 금상이 진짜 이헌이 아닌 임금을 닮은 광대 하선이라는 것을 알아낸 간신 신치수는 임금을 빼닮은 광대가 있다는 내용의 벽서를 방방곡곡 붙이고 하선은 정체가 탄로날 위기에 처한다.
한편 고난과 역경을 함께 이겨내며 하선과 소운의 사랑은 점차 깊어진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소운을 대해야 하는 하선의 마음은 영 편하지 않다. 결국 하선이 소운에게 정체를 밝히기로 한 날, 소운은 하선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채는데…….
◆ 본문 속으로
날이 밝기 전에 법천사를 떠나온 이규가 도성 문에 들어선 시각은 동살 걷힌 아침이었다. 하선을 오랫동안 혼자 두었기에 이규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빨라지고 있었다. 도성 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신경 쓸 틈이 없어 그냥 지나치려는데 이때 이규의 귓가에 차마 생각지도 못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 얼굴을 한 광대가 나라의 임금 노릇을 하고 있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야?”
가던 발길을 돌린 이규가 다급하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하선의 얼굴이 그려진 벽서(壁書, 벽에 글을 써서 붙이는 방의 일종)가 붙어 있었다. 하선의 얼굴 아래에는 언문으로 ‘이 얼굴을 한 광대가 나라의 임금 노릇을 하고 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규는 충격으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18쪽, 임금의 얼굴은 광대의 얼굴 중에서
소운은 책장의 다른 책들을 꺼내 들었다. 다른 책에도 여지없이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평생 그리워하다 죽는다 해도, 그대를 알게 된 것으로 난 행복하오. 보고 싶소. 보아도 보아도 계속 보고 싶소. 궁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오시오. 중전을 기다리고 있겠소.
소운은 쪽지를 하나씩 챙겨들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서책 사이에 쪽지를 끼웠을 지아비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수많은 고백을 선물받은 소운은 충만한 마음으로 궁에서 제일 높은 곳을 향해 숨차게 달려갔다.
-51쪽, 임금의 얼굴은 광대의 얼굴 중에서
“가납하여주시옵소서!”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대소신료들과 유생들 모두 한목소리로 하선을 압박해왔다. 인정문 너머 주호걸을 보던 하선의 표정이 매섭게 변했다.
“신분이 비천한 자는 중한 일을 할 수 없다? 기회는 줘봤소? 저들이 중한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시켜보기는 했소?”
“전하를 보필하여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옵니다. 하늘의 뜻을 살펴 바른 정치를 하고자 함이옵니다! 저들에게 함부로 기회를 내어주면 나라의 기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패착이 될 것이옵니다!”
신치수가 물러서지 않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 정치? 하늘의 뜻?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마시오!”
임금의 입에서 떨어진 거친 말에 신치수가 흠칫 놀라 하선을 보았다.
“천한 놈은 무조건 안 된다는 게 하늘의 뜻이라면 내 그 뜻을 따르지 않을 것이오! 맞서 싸울 것이오!”
-82쪽, 연모하지 않을 방도 중에서
하선은 제발 더는 묻지 않기를 바라며 소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선의 간절함은 하늘에 닿지 못했다.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전하, 신첩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선이 얼어붙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소운이 한 발 다가서며 간절히 다시 청했다.
“전하, 신첩의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하선은 간절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소운에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선은 한 번도 중전마마의 아명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소운이 절망으로 뒷걸음질 치다가 쥐고 있던 종이를 떨어뜨렸다. 하선의 눈에 자기가 쓴 글씨가 들어왔다.
“누구냐…….”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으로 소운이 하선에게 물었다. 땅이 꺼지는 고통으로 하선이 소운을 바라보았다.
“……누구냐, 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절망과 고통에 휩싸인 두 사람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지옥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101쪽, 연모하지 않을 방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