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
“정부는 믿지 못해도 정책은 믿는다”
우리가 바라던 행복이 평범한 일상이 되기까지
스웨덴 사람들이 100년간 지켜온 좋은 정책의 힘
“세금은 그래서 내는 거야.
그들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고.”
_초콜릿을 좋아하는 요나손 할아버지
누구도 절망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스웨덴이 선택한 정책의 진짜 의미
각자의 생존이 목표가 되는 삶을 넘어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갈 순 없을까?
세계 최고의 학력과 스펙, 그리고 최장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오래 일하는 나라로 알려진 대한민국. 하지만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는 최하위를 달리고 자살률, 노인빈곤율은 언제나 최상위를 차지한다. 당장 나의 생존을 사수하기 바쁜 ‘각자도생’에 기초한 사회에서 ‘행복’은 단순히 ‘개인의 만족감’ 정도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각자도생에 기초한 행복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신뢰’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 국가를 만들 수는 없을까? 개인의 생존이 삶의 목표가 아니라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보장받고, 이를 바탕으로 더욱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우며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 그러한 행복을 100년 이상 지켜낸 나라가 있다. 바로 스웨덴이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것입니다”
한국인 복지전문가가 스웨덴에서 보내온 정책 에세이
스웨덴은 삶의 질과 풍요로움, 만족도 면에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스웨덴의 굴곡진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40년대까지 스웨덴은 경제적으로 매우 가난한 나라였고, 극심한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아동의 수가 너무 많아 영국에서 구호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며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과 재화를 나누는 ‘보편적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선택했다. 그 결과 스웨덴은 오늘날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는 한국인 복지전문가가 스웨덴 현지에서 직접 살아보고 체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쓴 ‘정책 에세이’다. 저자 윤승희는 단순히 스웨덴의 선진적인 정책을 소개하는 방식을 넘어 지극히 평범한 이웃인 스웨덴 사람들이 어떻게 정책을 만들고 지켜왔는지 그들의 생각과 말을 통해 들려준다. 정책의 면면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기보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원리와 가치에 주목하고, 이것을 정책으로 구현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이 책은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고, 아프고, 불안한 삶일지라도
국가는 언제나 당신을 책임질 것입니다”
평생의 행복을 보장하는 정책이야기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늘어나는 이른바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복지정책의 확대는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스웨덴은 자녀를 양육하고 노인을 부양하는 것을 ‘비용’으로 간주하지 않고, 오히려 일생에서 가장 ‘약한 시기’를 돌보는 것이 평생의 행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 책의 제목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가 실현된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가족 부양의 가치가 담겨 있다.
1) 육아: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스웨덴은 엄마는 물론 아빠들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부모휴가 제도를 정착시켰고, 이는 스웨덴이 성평등한 국가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었다.
2) 교육: 학교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뛰놀며 인간을 존중하는 가치관을 가르치고, 부모의 문화적인 유산에 따라 차별이나 장벽이 생기지 않도록 ‘문화학교’를 융성하여 보편적인 예체능 교육에 힘썼다.
3) 노후와 의료: 누구나 여유 있는 노후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공적연금을 개발하고, 치매 등 심각한 질병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을 확충하고 따뜻한 돌봄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누구나 이민자의 후손이다”
난민에서 노동 문제에 이르기까지
격차와 장벽을 허무는 정책이야기
얼마 전 한국에서도 전쟁 난민들의 대규모 입국과 난민 신청 허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이민자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여러 갈등을 겪고 있는 상태다. 특정한 자격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배제하는 방식은 비단 이민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 격차와 양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단’은 우리 사회 곳곳에 암울한 장벽이 세워지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이 암울한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1) 이민자: 사회 전반에 걸쳐 ‘평등’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웨덴은 어떤 국가에서 온 사람들일지라도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가치를 바탕으로 난민들에게도 주거, 의료, 교육의 혜택을 자국민과 동등하게 제공한다.
2) 노동: 스웨덴 노조는 돌봄 노동자 등 저임금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로 설정하고 고소득 노동자들의 양보와 지지를 얻어내는 ‘연대노동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성별 간?직종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되었다.
“좋은 사회는 배려와 도움이 넘치는 따뜻한 가정과 같다”
백년의 행복을 위해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가치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는 좋은 정책의 필요성과 가치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달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한다. 오랜 역사를 거쳐 복지정책을 만들고 지켜온 스웨덴 사람들은 정책을 단순히 나에게 돌아오는 수당과 혜택으로 한정짓지 않고, 우리 아이와 부모,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한 사회적 정의의 실현으로 본다. 이들은 정책이 누군가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스스로 공부하며 국방, 연금, 에너지 등 국민의 미래와 연결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그들은 우리의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책을 고위 정치인이나 관료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며 의회와 정당, 지방정부 코뮌을 통해 생활하는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직접 정책의 담당자가 되어 실천한다.
이처럼 탄탄하게 짜인 스웨덴의 정책을 보고 “한국도 스웨덴처럼 될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저자 윤승희는 “왜 한국이 스웨덴처럼 되어야 하는가”라며 역으로 질문한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고 한들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문제는 정책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에 우리가 동의하고 이를 실천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스웨덴을 무작정 따라하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직접 우리 자신에게 어울리는 정책을 만들고 그 가치를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스웨덴의 저녁은 오후 4시에 시작된다》는 기로에 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정책의 방향을 제시함과 동시에 정책의 주인인 우리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소개
현재 스웨덴은 난민 문제로 고민이 많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요나손 할아버지처럼 난민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를 원하지 않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은 힘들지만, 스웨덴에 들어온 난민들은 이후에 스웨덴 시민이 될 것이며, 이들과 이들의 자녀들이 이 사회에 자원이 되고 기여를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웨덴은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복지에 제한을 두는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겪어온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사민당이 내세운 ‘국민의 집Folkhemmet’에 스웨덴 사람들이 열광한 것은 그것이 나만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잘사는 사회를 구상하고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21~22쪽
일각에서는 부모휴가 제도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전혀 문화적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 실효성이 없다고. 맞는 말 같았다.
하지만 스웨덴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성을 돌봄의 영역에 참여시키기 위해, 1994년 아버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아빠의 달’이라는 정책을 만든다. 휴가 기간 중 총 4주를 아버지만 사용하게 만든 이 제도는 현재 총 12주로 확대되었다. 또한 아빠의 달이 도입되기 전후로 정부는 젠더 평등의 가치를 교육 현장에 적극적으로 반영시킨다. 1983년에 나온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보고서를 보면 고착화된 돌봄의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스웨덴 정부의 새로운 전략이 눈에 들어온다. 스웨덴 정부는 제도의 보편적인 확대와 더불어 이 제도가 의미하는 새로운 아버지 상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한다. 즉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자녀를 돌보는 아버지가 새로운 아버지 상으로 등장한다.
-97쪽
환경과 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많은 남자아이 말에 다른 친구들도 의견을 보탰다. 어려운 상황에서 친구의 도움을 받았을 때, 친구와 이야기하며 본인이 몰랐던 것을 알았을 때, 심지어 친구와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배운 것이 있다고 했다. 친구를 통해서 배우고, 친구와 같이 배울 수 있기에 내 딸아이와 친구들은 학교에 다닌다.
예전에 나는 우리 교육의 문제가 제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우리 교육의 문제가 제도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제도를 보완하거나 혹은 ‘교육 선진국’이라 불리는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교육 정책을 도입하면 해결이 될까? 제도만 잘 정비되면, 문제가 사라질까?
하지만 우리 교육의 문제는 바로 학교에서 ‘친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 곁에는 친구 대신 경쟁자만 있다. 친구가 보고 싶어 학교에 온다는 아이들, 그리고 친구를 통해 서로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아이들과는 사뭇 대조된다.
-158쪽
사민주의의 이념적 전통이든 혹은 인간적인 연민이든 스웨덴은 난민을 많이 받고 있는 나라다. 물론 내가 살고 자란 곳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좋은 일들만 있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웨덴에 사는 이민자들이 외모로 인한 편견과 차별을 안 겪어봤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가진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상당히 많이 한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의료와 교육 서비스를 자국민과 대등하게 받을 수 있다. 특히 교육은 이민자들이 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열쇠이며, 이들이 취업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스웨덴은 모든 이민자들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171쪽
자칫 여성의 이슈로만 보일 수 있는 돌봄서비스 직군의 저임금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LO가 돌봄 노동자의 임금 격차 문제는 여성의 이슈가 아니라 전체 노동의 공정성 문제임을 공표한 것이다. 당시 LO는 돌봄 노동의 저임금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이 싼 값에 노동력을 팔게 되면 이는 곧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로 들이닥치게 된다. 모두가 모든 차별에 맞서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다.”
즉 LO는 돌봄 노동자들이 처한 저임금의 문제를 돌봄 또는 여성 노동자의 문제를 넘어 ‘모든 노동자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이것은 노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었다. 단 한 명의 노동자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싼 값에 팔게 되는 순간 모든 노동자의 노동이 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 보고, 모든 노동자가 돌봄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에 함께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