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
★ 2017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 국립중앙도서관 추천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 인디고서원 이달의 추천도서
★ 《뉴 사이언티스트》 선정 2015년 올해의 과학책
물리학을 바꿔놓은 두 사람,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슈뢰딩거는 파동방정식과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대중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다.
‘기적의 해’라고 불린 1905년 한 해에 26살의 아인슈타인은 네 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한 편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다시 쓴 것이고, 나머지 세 편이 각각 광전효과, 브라운운동, 특수상대성이론을 다룬 논문이다. 이 세 편의 논문 모두 현대 물리학의 흐름을 바꿔놓은 혁명적인 논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해명한 논문에서 1900년 막스 플랑크가 가설로만 제시했던 ‘양자(quantum)’ 개념을 실체화시켰다. 이 논문은 양자물리학의 시작을 알린 위대한 논문이다. 그러나 이해에 가장 큰 업적은 특수상대성이론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던 질문 ‘만약 내가 빛의 속도로 달린다면 빛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까?’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위대한 특수상대성이론이 밝혀진다. 그리고 10년 뒤인 1915년에는 중력을 상대론적으로 밝힌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한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는 40세이던 1926년 파동방정식(슈뢰딩거 방정식)을 개발한다. 이 방정식은 파동성을 가진 물질의 운동과 상태를 기술할 수 있는 공식으로, 양자세계를 기술할 수 있도록 해 양자역학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위대한 공식이다.
이것만으로도 이 둘은 인류에 엄청난 공헌을 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 두 거장이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한 다음 이들의 연구과정을 집중 조명한다. 이들이 도대체 뭘 했길래?
위대한 업적을 이룬 후 두 거장은 무엇을 했을까?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죽을 때까지 매달렸던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주의 모든 힘을 통일하겠다는 통일이론에 대한 꿈
또 하나는 우연과 확률 기반의 양자역학을 대신해 우주를 인과론적이고 결정론적으로 설명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꿈
사실 두 가지 꿈은 하나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을 구축한 후 여기에 전자기력을 통합하여 이 세상의 모든 힘을 통일해야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우주의 네 가지 기본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핵력, 약한핵력 네 가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연구에 착수할 때까지만 해도 약력과 강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평생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하기 위해 분투한다.
아인슈타인보다 11살 어리며 평생 아인슈타인과 편지를 왕래하며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슈뢰딩거 역시 힘의 통일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다. 다만 슈뢰딩거는 이후 밝혀진 핵력도 통일이론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고집스럽게도 핵력들과 이후 계속해서 밝혀지는 소립자들의 존재를 무시한다.
아인슈타인이나 슈뢰딩거 모두 양자역학의 문을 열어젖힌 양자역학의 아버지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사람은 양자역학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거부감은 슈뢰딩거보다 훨씬 커서 혐오에 가까웠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거부한 것은 양자역학 그 자체가 아니라 우연과 확률 기반의 양자역학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만 알면 정확하게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인과론과 결정론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던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양자세계는 인정했지만, 양자의 세계를 우연, 확률, 애매모호, 무작위, 불확실성으로 해석하는 양자역학의 정통해석(코펜하겐 해석)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은 아인슈타인이 평생에 걸쳐 자주 했던 말이다. 세상은 우연과 확률로 이루어져 있지도 않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또한 슈뢰딩거보다 유명하다는 농담도 있을 정도인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죽어 있는 고양이와 살아 있는 고양이가 섞여 있는 이상한 이야기’를 통해 양자역학의 정통 해석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이 두 사람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양자세계를 결정론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숨어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두 거장의 모험은 성공했을까?
안타깝게도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 둘 다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을 이룬 후에는 이렇다 할 연구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통일이론도 완성하지 못했고, 우연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을 뛰어넘는 이론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점점 ‘과시용 과학자’로 늙어갔고, 여러 번 통일이론을 발표했음에도 속속 발견되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자신의 연구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 고집스러움은 물리학계에서 그의 연구결과를 외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인슈타인 스스로가 표현한 대로 ‘외로운 늙은이’‘기인 같은 추장’으로 늙어갔다.
슈뢰딩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쟁을 피해 제때 미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아인슈타인과 달리 슈뢰딩거는 참혹한 유럽대륙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없었다. 위태위태하게 연구활동을 계속하다가 당시 중립국이었던 아일랜드의 수상 이몬 데 발레라의 도움으로 더블린 고등연구소에 자리잡을 수 있었지만, 데 발레라와 아일랜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슈뢰딩거는 물리학 말고 다른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데, 바로 강연 ‘생명이란 무엇인가?’와 이를 엮어 출판한 동명의 책이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생물학은 당시 생물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 DNA의 구조를 밝히는 데 이 책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통일이론을 둘러싼 언론전쟁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평생에 걸쳐 편지를 교환하며 우정을 쌓아갔다. 아인슈타인은 때때로 “내 이야기를 이해할 사람은 자네밖에 없다네” 같은 글귀를 써보내 슈뢰딩거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도 했다. 슈뢰딩거 역시 어릴 때부터 이름을 날린 천재기는 했지만, 당대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로부터 이런 말을 직접 듣는다면 누구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슈뢰딩거는 종종 아인슈타인과 왕래한 편지들을 사람들 앞에서 읽어주며 아인슈타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슈뢰딩거는 아인슈타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실험물리학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1913년 아인슈타인의 강연을 듣고는 이론물리학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그가 파동방정식을 개발하게 된 배경에도 아인슈타인의 역할이 있었다. 이 방정식으로 슈뢰딩거가 노벨상을 받을 때 그를 추천한 사람도 아인슈타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베를린대학교 교수로 임명되는 데, 명망 높은 프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 되는 데에도 아인슈타인의 뒷받침이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여름별장으로 종종 그를 초대하거나 수많은 편지왕래를 통해 슈뢰딩거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지도해주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사실 아인슈타인과의 편지왕래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개념이었다.
아인슈타인 역시 슈뢰딩거를 무척 아꼈다. ‘우연’의 세상을 무너뜨리고, 세상의 모든 힘을 통일하겠다는 꿈을 위해 둘은 협력관계였다.
그런데 매우 공고했던 둘의 관계는 슈뢰딩거가 1947년 일반통일이론이라고 이름 지은 자신만의 통일이론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 깨져버렸다. 원래는 둘의 편지왕래를 통해서 발전시킨 개념들이 토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당시 슈뢰딩거의 곤란한 상황과 오판도 문제였지만, 이 사태를 크게 키운 것은 언론의 설레발이었다. 마치 백전노장의 챔피온과 자신만만한 신출내기 도전자라는 구도로 선정적인 보도를 하며 온갖 억측과 과장, 무례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두 사람의 ‘스타성’도 작용했다. 대중과 언론은 두 사람의 연구가 과학적으로 진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두 사람, 특히 아인슈타인의 이름만 거론되면 대서특필하고 열광하곤 했다. 과학계의 시선은 냉랭할지라도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슈퍼스타였다. 이러한 부분은 현대 과학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머지않아 일반통일이론은 통일이론도, 뭣도 아닌 이론으로 판명된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3년 동안 둘의 왕래가 끊기고 만다.
두 사람은 과연 틀렸을까?
두 사람이 우주의 모든 힘을 통일하고자 했을 때 목표는 중력과 전자기력을 기하학적으로 아름답게 통합하는 것이었고, 수학적으로 흠잡을 수 없이 완벽한 공식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실제 세계를 떠나 순수 수학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들의 시도는 살아생전에 과학자들의 눈길을 받지 못했고 결실도 보지 못했지만, 끈이론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다. 많은 경우 그렇듯이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설사 그들이 틀렸다고는 해도 결국 많은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 슈뢰딩거가 파동방정식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 다음 우연과 확률에 기반을 둔 양자역학을 대신할 이론과 우주의 모든 힘을 통합하는 통일이론을 세우기 위해 분투했던 두 과학자의 이후 연구과정을 소개한다.
여기에 두 과학자의 사생활 이야기도 의미 있게 곁들여진다. 너무나 유명한 슈뢰딩거의 여성편력도 소개되지만, 무엇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두 과학자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또한 두 과학자의 평생을 지배했던 철학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연구가 왜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두 과학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 천재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라는 사실 역시 새삼 느낀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점에서 표준모형 등 통일이론의 후보들과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연구방법을 이어받은 후속 이론들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