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다윈의 물고기

다윈의 물고기

저자
존 롱
출판사
플루토
출판일
2019-05-13
등록일
2019-05-17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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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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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2018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 2018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도서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콘텐츠 창작지원금 선정작왜 하필 로봇 물고기야?

4대강이 먼저 떠오르는 그 로봇 물고기는 아니다. 물론 진짜 물고기가 아니면서 어딘가에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가짜 물고기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말이다.

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년 전에 지구가 생겨나고, 약 30억 년 전에 최초의 생명이 나타났다고 여긴다.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간단한 단백질 합성물이었으리라 여겨지며, 이 단순한 물질이 지금의 200만 종에 가까운 다양한 생물로 진화하고 분화했다. 그것도 인간에게 발견된 것만 200만 종이다.

19세기 말 다윈이 본격적으로 ‘진화’의 개념을 소개한 이래 진화론은 더 이상의 경쟁이론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학문적 토대 위에서 과학적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 아무도 과거의 진화과정을 직접 목격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학자들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땅방울새의 진화 같은 좁은 지역에서의 특정한 종의 진화를 직접 관찰하고 연구하긴 하지만, 이는 전체 진화의 역사에서 ‘새발의 피’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다. 더욱이 이런 연구조차 대상과 장소를 환상적으로 잘 선택했다는, 좋은 운이 따라야 가능하고 말이다. 화석도 있긴 하다. 하지만 장구한 진화의 역사에서 비밀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윈의 물고기》의 저자 존 롱은 바다와 물고기를 사랑하는 해양생물학자다. 오랜 동안 물고기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 진화를 일으킨 환경의 변화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고생고생 잠수를 해가며 물고기를 지켜봐도, 굽실굽실 생선가게에서 물고기 사체를 얻어와도, 몇 년에 걸쳐 몇 백 번의 실험과 조사를 해도, 물증을 잡을 수 없었다. 이미 멸종돼버린 물고기를 지금의 바닷속에서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심한다. 차라리 ‘물고기 조상님’을 만들자! ‘로봇 물고기’를 만들자! 이들을 초기 지구의 바다와 비슷한 곳에 풀어놓고 ‘진화’를 시키자!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을 테다. 이렇게 해서 4년 동안 23명의 팀원과 그보다 더 많은 조언자들과 함께 로봇 물고기 태드로를 ‘생명경기’에 풀어놓는다.

《다윈의 물고기》는 저자, 그리고 ‘재미를 추구하며 근사한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너드들’인 그의 학생과 동료들이 겪었던 실패와 좌절, 호기심과 끈기와 희망을 담은 책이다.



로봇 물고기 태드로와 함께 한 생물학자의 좌충우돌 실험이야기

1장 왜 하필 로봇이지?는 왜 생물학자가 로봇공학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물고기에 매혹돼 물고기를 쫓아다니던 저자는 도대체 왜 어떤 생물은 척추가 있고, 어떤 생물은 척추가 없으며, 더 나아가 등뼈의 모양은 왜 이다지도 다양한지 너무나 궁금했다(잠깐 용어설명을 하자면, 척주는 척추동물의 목에서 꼬리까지 뻗은 유연성 있는 뼈들의 연쇄를 일컬으며, 척주를 이루는 각각의 뼈들을 척추 또는 척추골이라고 한다. 척추가 없는 척삭도 있다. 척추동물의 조상은 척추 없이 척삭만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급기야 초기 척추동물의 조상이라고 여겨지는 올챙이 모양의 로봇을 만들고, 이 로봇들이 진화적 압력을 겪고, 짝짓기와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도록 한다. 저자의 가설은 이랬다. ‘등뼈가 뻣뻣할수록 더 빨리 헤엄칠 수 있다. 더 많이 더 빨리 먹이를 먹을 수 있으므로 생존해 짝짓기하고 후손을 남길 확률도 더 높다.’

이제 로봇 물고기를 직접 만들어 가설을 검증할 차례다.

1장에는 요즘 흔히 사용하기도 하고 성능도 훌륭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란 질문도 등장한다. 저자는 자신이 박사논문을 쓸 때 했던 실수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물리 모형(현실적으로 만질 수 있는 모형)은 물리법칙을 어길 수 없다.’

모든 컴퓨터 모형이 그런 건 아니지만, 실수했다가는 물리법칙을 어기고서도 멀쩡히 움직이는 모형을 만들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실험결과를 보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반면 실제 물리 모형은 작동을 안 하면 안 했지, 잘못된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2장 진화라는 생명경기는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상식으로 인정받음에도 만만찮게 오해를 사고 있는, ‘진화’의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진화의 방향은 ‘우리 생각에’ 더 낫거나 훌륭하거나 멋진 곳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화의 방향은 항상 자신이 속한 환경에 딱 맞는 방향을 향할 뿐이다. 예를 들자면 눈이 없어야 생존확률이 높은 환경이라면 눈이 없어지는 게 진화의 방향이다.

3장 진화봇을 만들자에서는 본격적으로 로봇 물고기를 만들기 전에 반드시 해봐야 할 설계질문 여섯 가지를 소개한다. 저자는 로봇 물고기를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들과 만나면서 ‘엔지니어의 비밀코드’를 알게 된다. 바로 ‘이해하면 만들 수 있다’라는 코드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로봇을 만들려는 저자에게는 완전 정반대의 사고방식이지만, 결국 이 비밀코드가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밝힌다.

저자가 소개하는 설계질문들은, 이 책에서는 ‘로봇 물고기’지만, 적절히 바꾼다면 다른 실험과 연구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질문들이다. 이름짓기의 중요성부터 강조한 저자는 모형화할 동물을 왜 선택할 건지, 그 동물의 어떤 성질을 선택할 건지, 그 동물의 세계에서 어떤 성질을 선택할 건지, 어떤 선택압을 선택할 건지, 하나로 어우러진 그 동물과 그 동물의 세계는 어떻게 표현할 건지, 훌륭한 모형인지는 어떻게 판단할 건지 등의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나간다.

4장 생명경기장에 들어선 로봇 물고기에서는 ‘섭이행동을 강화하는 자연선택이 초기 척추동물에서 척추골의 진화를 추동했다’, 다시 말해 먹이를 잘 찾아먹기 위해 척추가 진화했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로봇 물고기 태드로 세 마리를 생명경기장(실험실 안 수조)에 풀어놓는다.

그런데 이것이 실험의 묘미이리라. 태드로들이 진화하기는 했지만, 실험 전에 했던 예측과 맞아떨어지지도 않고, 가설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이다. 저자와 팀원은 절망과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만약 여기서 접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도 못했을 거다.

저자는 정신을 가다듬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세심히 검토한 끝에 실험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사실을 발견한다. 조금만 설명하자면, 태드로가 먹이를 먹으러 갈 때 직진해 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면 마이너스 점수를 줬었다. 그런데 실상은 속도가 빠를수록 갈팡질팡 정도가 커졌던 것이다. 즉 ‘갈팡질팡’은 플러스 점수를 줬어야 하는 사항이었던 거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새로운 가설을 새운다. 그냥 먹이찾기만으로는 안 된다! 먹되 잡아먹히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척추가 진화한 것이다! 라는 가설이다. 이렇게 해서 태드로는 포식자-피식자 세계에 던져진다.

5장 몸에 새겨진 지능에서 저자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초기 척추동물의 조상을 모형화한 태드로는 멋들어지게 생긴 로봇은 아니다. 바가지 같은 머리에 눈 역할을 하는 센서 하나, 빛의 세기와 꼬리 움직임을 담당하는 작은 마이크로컨트롤러, 뻣뻣한 정도를 바꿀 수 있는 꼬리로 이루어진, 어찌 보면 장난감 같은 로봇이다. 뇌 같은 건 없다. 그런데 이 대단찮은 로봇이 스스로 먹이를 쫓고, 경쟁하고, 진화했다.

저자는 여기서 ‘지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길 제안한다. 그리고 ‘체화된 뇌’라는, 다소 생경한 개념을 소개한다. 몸에도 지능이 있다! 아니, 몸만 있어도 지능을 발휘한다. 언뜻 상상이 가지 않지만, 저자는 평범한 우리의 몸이 지능을 발휘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면서 ‘똑똑한 몸’을 강조한다. 이는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으로 옮겨간다.

인공지능 하면 엄청난 계산능력과 학습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를 떠올리지만, 간단한 몸을 가지고 물리적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것만으로도 지능을 발휘하고 심지어 발전까지 시킬 수 있다면? 인공지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하지 않을까?

6장 포식자와 피식자 세계의 진화하는 로봇에서는 포식자-피식자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는 태드로4를 소개한다(정확히는 포식자 태디에이터와 피식자 프레이로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소개한 태드로3는 진화를 하기는 했지만, ‘섭이행동을 강화하는 자연선택이 초기 척추동물에서 척추골의 진화를 추동했다’는 가설을 검증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자는 ‘먹되 먹히지 않아야 하는 환경이 척추골의 진화를 추동했다’라는 새로운 가설을 세운다. 이 장에서는 저자와 동료들이 이전 실험을 꼼꼼히 돌아보고, 새로운 실험을 설계하고, 실험을 더 낫게 만들어줄 생체모방형 척주 모델들을 만들고, 실패하고, 타협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결국 가설 검증에 성공한다.

7장 진화 트레커, 진화의 방향을 탐색하는 로봇에서는 로봇 물고기 태드로 이후의 이야기다. 태드로는 가설 검증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로봇 물고기에 대한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태드로가 진화한 것은 맞지만, 어차피 우리는 넓고 넓은 진화경관 안에서 우리가 목격한 단 하나의 여정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무수히 많은 나머지 경우의 수는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자면 앞서의 실험에서 태드로들은 꼬리의 척추골(이라고 가정한 고리들)의 개수가 평균 5.7을 넘지 않았다. 왜일까? 하필 그보다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5.7일까? 그보다 많으면 세상이 끝장이라도 나나? 저자의 궁금증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또 하나의 로봇 물고기를 시도한다. 프랑스빵 마들렌을 닮은 마들렌이다. 이 로봇은 진화여정을 탐색한다고 해서 진화 트레커라고 불린다.

이 장에서는 옛날에 사라진 척추동물을 모형화한 마들렌이 두 발 지느러미를 사용하는 게 나았을지 네 발 지느러미를 사용하는 게 나았을지 실제로 보여준다. 그리고 역시나 실험이 그렇듯 의외의 사실을 밝혀낸다.

8장 안녕히, 그리고 로봇 물고기는 고마웠어요에서는 전세계의 로봇과 로봇 물고기 연구에 대해 소개한다. 또한 앞으로 전쟁의 양상을 바꿀지도 모를 로봇 군사, 특히 자체로 진화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도 비중 있게 소개한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덧붙인 이야기는 자신의 연구가 어느 정도 미 해군연구국이나 다르파(DARPA,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는 점, 그 점은 한국을 포함해 로봇을 연구하는 곳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 앞으로의 전쟁에 무기로서 또 군사로서 진화하는 로봇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에는 양심이,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 이상의 양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안녕히, 그리고 로봇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군사용 로봇을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진화하는 로봇 물고기에서 시작해 군사용 로봇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고 안타까워한다. 로봇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 쓸모도 넓어졌다. 《다윈의 물고기》에서처럼 멸종동물을 모형화해 진화의 길을 찾아갈 수도 있지만, 시시때때로 상황이 변화는 전장에서 진화해가며 전투를 벌이는 로봇이 될 수도 있다. 로봇이 무엇이 될지는 사용하는 사람에 달렸다.

그래도 일단은 저자와 ‘너드들’이 기발한 상상력과 집중력과 성실함을 발휘하며 보여준 멸종된 동물의 진화여정은 즐겨볼 만한 것이다. 우리는 《다윈의 물고기》를 통해 진화와 로봇, 로봇의 지능, 그리고 생명 자체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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