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
L. M. 몽고메리와 앤 셜리에게 영감을 준 섬,
일생에 한번은 가보고 싶은 여행지!
“오, 이 섬은 세상에서 가장 꽃이 만발한 곳이에요! 프린스에드워드섬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곳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제가 여기서 사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정말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뭐예요.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 《빨강머리 앤》 중에서
《빨강머리 앤》의 작가 L. M. 몽고메리의 고향, 캐나다를 넘어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소설 《빨강머리 앤》을 탄생시킨 프린스에드워드섬! 이 책은 프린스에드워드섬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L. M. 몽고메리와 앤이 마음껏 꿈꾸고 뛰놀던 추억의 장소로 안내한다. 그리고 그 풍경이 몽고메리의 펜 끝에서 어떻게 새로운 생명을 얻었는지 보여준다. 자연에 열광하고 그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으로 힘든 현실을 헤쳐 나갔던, 몽고메리와 앤의 놀랍도록 닮은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보자. 작가와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오, 이 섬은 세상에서 가장 꽃이 만발한 곳이에요!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또 있을까요?”
프린스에드워드섬에 처음 도착한 날, 매슈가 모는 마차를 타고 초록지붕 집으로 향하던 앤은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초록지붕 집’, ‘빛나는 물의 호수’, ‘연인의 오솔길’, ‘유령의 숲’ 등 앤이 사랑한 아름다운 장소들은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사랑했던 실제 장소들이다. 이 책은 몽고메리와 앤에게 크나큰 영감을 주었던 바로 그 풍경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캐나다 동부 세인트로렌스만 안에 자리 잡은 프린스에드워드섬은 주변의 멋진 바다와 섬 안쪽의 고즈넉한 정취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아름다운 섬이다. 위도가 높아 겨울이 긴 지역이지만, 멕시코 만류가 가까이 밀려오는 여름철이면 바닷물은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길게 뻗은 해변이 이리 오라 손짓하며, 희고 붉은 모래 언덕은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람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깊은 골짜기까지 바다 내음과 소리를 실어 나르고, 언덕 위로 부드럽게 이어진 산책로와 바다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 철썩거리는 파도, 정박한 배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는 앤의 시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몽고메리가 태어난 집은 물론, 생의 절반 이상을 살며 《빨강머리 앤》을 집필한 캐번디시의 옛집과 소설 속 아름다운 장소들을 한 곳씩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앤과 함께 메이플라워를 한 아름 안고 고사리로 뒤덮인 가문비나무 숲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L. M. 몽고메리와 앤 셜리의 삶을 씨줄과 날줄로 엮은
한 폭의 그림 같은 에세이
1908년, 소설 《빨강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초록지붕 집의 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 책은 출판사와 작가가 모두 깜짝 놀랄 만큼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갔다. 초판이 출간된 지 1백 년이 넘은 지금도 앤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사랑스러운 소녀 앤 셜리는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어떤 불행 속에서도 교훈을 얻으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현실을 헤쳐 나가는데, 앤의 삶은 작가 L. M. 몽고메리의 삶과 닮은꼴이다.
몽고메리는 어린 시절부터 평생 일기를 썼는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일기 중 초기 8년의 기록은 《빨강머리 앤》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다. 그녀가 일기에 가장 시적으로 묘사한 대상은 옷이나 친구들, 실내장식, 교실, 구혼자 따위가 아니라 자연 풍경이다. 자연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평범한 일상은 서서히 사라지고 강렬하고 미학적인 문장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다. 석양의 미묘한 색조, 가을의 변화무쌍한 빛깔, 말이 끄는 썰매가 남기고 간 겨울 풍경 등은 몽고메리나 앤의 눈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독자의 가슴에 스며든다. 이 책의 저자는 몽고메리의 일기와 자서전 그리고 소설 속 앤의 말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에세이를 완성했다.
문학사에 길이 남을 고아 앤 셜리!
앤의 내면을 아름답고 강하게 키워낸 풍경 속으로!
L. M. 몽고메리는 앤 셜리를 창조함으로써, 문학사에 길이 남을 고아 한 명을 추가한 셈이다. 제인 에어, 톰 소여, 허클베리 핀은 물론,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와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은 모두 고아다. 이들은 잔인한 어른들이 만든 냉혹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시험에 들었으나 하나같이 성공적으로 역경을 이겨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간다. 그런데 앤이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얻는 방식은 다른 문학작품의 고아들과는 사뭇 다르다.
영국의 황무지나 미국의 미시시피강, 런던의 빈민가 같은 공간적 배경은 앞서 언급한 고아들을 역경으로 내몰기 위해 필요한 설정이었다. 이와 달리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자연 환경은 단순한 공간적 배경의 기능을 넘어 앤의 내면을 아름답고 강하게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한 힘으로 작용한다. 앤은 영혼의 자양분이 필요할 때마다 자연을 찾았으며, 아름다움의 의미나 삶의 희망 등을 정의할 때 자연을 본보기로 삼았다. 몽고메리는 에이번리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 소녀의 상상력에 어떻게 불을 지피는지, 또한 그 상상력이 볼품없던 빨강머리 소녀를 어떻게 멋진 숙녀로 키워내는지 보여준다.
방대한 자료와 기록을 바탕으로 쓰여
작가와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실제로 프린스에드워드섬에 머물면서 몽고메리의 자취를 더듬고, 몽고메리의 일기, 자서전, 스크랩북, 《빨강머리 앤》을 비롯한 여러 권의 소설 등 방대한 자료를 망라해 그녀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았다. 덕분에 독자들은 몽고메리의 복잡미묘한 감정, 글쓰기에 대한 변치 않는 열정, 프린스에드워드섬을 향한 깊은 사랑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1908년본 《빨강머리 앤》에 실린 삽화들, 몽고메리가 직접 찍고 그 위에 색을 입힌 흑백사진, 오늘날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담은 사진 등이 함께 어우러지며 프린스에드워드섬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특히 저자는 자연 풍경을 묘사할 때 몽고메리의 글을 직접 인용함으로써 아름다운 프린스에드워드섬의 정수를 고스란히 책 속에 옮겨놓았다. 몽고메리가 풍경을 묘사한 문장 하나하나는 자연을 매우 잘 알고 자연에서 발견한 모든 것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각적인 언어로 가득하다. 꽃이며 나무, 바다, 숲속의 고사리 한 포기까지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과 몽고메리가 풍경을 묘사한 문장을 함께 보면서 몽고메리만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빛과 그림자, 색과 계절, 밤과 낮의 뉘앙스를 음미해보자.
본문 속으로
“앤이 실존 인물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항상 아니라고 대답하지만, 그때마다 거짓말을 한 것 같은 불편한 감정이 남고, 알게 모르게 대답하기를 주저하곤 했다. 앤을 창조한 처음 그 순간부터 나에게 앤은 늘 진짜 같았기 때문에 앤이 상상의 나라에만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 앤의 존재를 부정하는 폭력처럼 느껴진다. 앤은 진짜 살아 있는 인물 같다. 비록 나는 아직 앤을 만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 믿는다. 어쩌면 황혼 녘, 연인의 오솔길을 산책할 때나 달빛이 비치는 자작나무 길에서, 또는 어느 순간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소녀든 숙녀든 내 곁에 있는 앤을 발견하게 되리라. 그때가 오면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앤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늘 믿고 있으니까.” - 《L. M. 몽고메리 일기 선집》 제2권, 1911.1.27.
《빨강머리 앤》 독자들에게 가장 의미심장한 그 ‘어딘가’는 바로 몽고메리의 내면에 있다. 모드 몽고메리도 앤 셜리처럼 상상력에 큰 가치를 두었다. 그녀 역시 앤처럼 세상의 아름다움을 강조했으며, 언제나 그 아름다움을 보고, 동시에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어쩌면 두 인물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자연에서 깊은 위안과 영혼의 자양분을 얻었다는 점이 아닐까. 농장과 숲, 꽃과 들판,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까지, 프린스에드워드섬을 향한 몽고메리와 앤의 깊은 애정은 독자의 마음속에도 섬의 풍경을 깊이 새겨 넣었다.
- p. 29~30, 〈2. 서로 닮은 고아〉 중에서
몽고메리와 앤에게 자연은 아름다움과 놀라움의 근원이자 영적인 공간이었다. 앤은 매일 밤 기도를 하라고 시키는 마릴라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정말로 기도하고 싶을 때는 혼자서 드넓은 들판으로 나가거나 깊고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하늘을 올려다볼 거예요. 저 위로, 위로, 한도 끝도 없이 푸른, 아름답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거예요. 그러면 기도를 그냥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몽고메리도 일기에 이와 같은 감성을 메아리처럼 옮겨 놓았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일요일 풍경은 따로 있다. 다만 내가 너무 소심해서 그 소망을 현실로 이루지는 못하고 관습의 흐름에 따라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 나는 일요일 아침에는 일상을 벗어나 숲의 심장부까지 깊이 들어가고 싶다. 고사리 수풀에 홀로 앉아 이끼 덮인 어둑한 숲길에 찬송가처럼 메아리치는 바람과 나무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자연과 내 영혼이 함께한다면 나는 숲속에서 몇 시간이든 혼자 머물 수 있다.” - 《L. M. 몽고메리 일기 선집》 제1권, 1896.7.26.
- p. 52~55, 〈2. 서로 닮은 고아〉 중에서
모드와 앤의 상상력은 종종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두 소녀를 진부하고 실망스러운 일상에서 구원해줄 때가 더 많았다. 상상력이 마음껏 뛰어놀 때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른들이 모두 집을 비운 날, 다이애나의 동생 미니 메이가 심각한 후두염으로 호흡곤란을 일으키자 다이애나는 초록지붕 집으로 달려와 도움을 청한다. 매슈는 황급히 마차를 타고 의사를 데리러 가고, 앤은 다이애나와 함께 미니 메이에게로 달려간다. 앤은 진심으로 미니 메이가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순간의 낭만에 잠시 취한다. 몽고메리는 이 같은 상황을 아주 유려한 문장으로 묘사했다.
“밤공기는 매우 맑고 차가웠다. 지상에는 흑단같이 검은 그림자와 눈으로 덮인 은빛 언덕만 존재했고, 조용한 들판 위로는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 오랫동안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단짝 친구와 함께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스쳐 달려가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 《빨강머리 앤》
- p. 121~122, 〈4. 더욱 시적인 그 무엇〉 중에서
겨울철에는 할머니가 위층에 난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마다 가을부터 봄까지 모든 식구가 아래층에서만 생활해야 했다. 드디어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자, 몽고메리는 다시 위층의 자기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계절은 몽고메리의 정서에 매우 즉각적이고 강렬한 영향을 미쳤기에 그녀는 계절 변화에 따라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가곤 했다. 온화한 봄날은 몽고메리가 정원에 나갈 수 있고, 또 위층의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복한 계절이었다. “나는 정원에 나가 있지 않을 때는 거의 위층 내 방에서만 지냈다.” 몽고메리는 정원 가꾸기와 글쓰기라는 창의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두 활동을 통해 명성의 문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아, 올여름 나는 정원 덕분에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야말로 꽃 속에 푹 파묻혀 지냈다. 장미 수십 송이가 너무나 아름답게 활짝 피었다. 대단한 녀석들이다! 올해 처음으로 장미 덤불이 두 배로 자라더니 지난 3년간 아껴둔 달콤함을 한꺼번에 활짝 피워냈다. 지금 내 앞 탁자에 놓인 꽃병에 장미를 가득 꽂아두었다. 뒤에는 사랑스러운 스위트피와 노란 양귀비, 불꽃의 숨결 같은 한련이 여러 꽃병에 가득하다. 아, 정원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얼마나 현명한 신의 손길인가.” - 《L. M. 몽고메리 일기 선집》 제1권, 1905.7.30.
- p. 161~162, 〈5. 에메랄드 스크린〉 중에서
원고료를 받은 사실에 고무된 몽고메리는 글을 쓰고 투고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이후 핼리팩스여자대학교에서 학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2년 동안 수십 편의 소설을 썼는데, 대부분 주일학교 발행물이나 아동용 정기간행물에 실렸다. 몽고메리는 그 시기에 쓴 일기를 자서전에 소개했다.
“올여름 내내 부지런히 글을 썼다. 너무나 더웠던 날씨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소설과 시를 짜내느라 골수가 녹아버리고 뇌가 지글지글 타버리지나 않을까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내 일을 정말 사랑한다! 이야기를 엮어내는 일을 사랑하고, 내 방 창가에 앉아서 날개를 펴고 솟아오르는 공상을 시로 다듬어내는 일을 사랑한다.” - 《L. M. 몽고메리 자서전》
글쓰기에 매진했던 몽고메리의 젊은 시절은 평생 의지하게 될 풍경과 문학으로 그녀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글을 쓰고야 마는 강한 의지와 절제력을 길러주었다.
- p. 239, 〈7. 위대하고 신성한 숲〉 중에서
다음 봄, 약물을 과다 복용한 몽고메리의 시신 옆에서 발견된 글은 그녀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가 되었다.
“나는 주문에 걸린 것처럼 미쳐가고 있다. 그 주문을 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신이 나를 용서하기를, 비록 나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를 용서해주길 바란다. 나는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든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실수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을 이렇게 끝내야 한다니.” - 메리 헨리 루비오가 쓴 몽고메리 평전 《Lucy Maud Montgomery: The Gift of Wings》
몽고메리는 자서전의 마지막 장에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은 아니었지만, 가장 힘든 순간에도 오직 높은 곳에 오르기를 열망하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열정이 있었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 당시에 느낀 성취감을 끝내 되찾지 못했다.
- p. 253, 〈7. 위대하고 신성한 숲〉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