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밧진의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마음챙김 명상 교과서
미국 메사추세츠대학교 메디컬센터에 스트레스감소 클리닉이 생기고 이 책의 저자인 존 카밧진 박사가 소장으로 취임한 게 1979년이다. 마음챙김 명상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꼭 40년 전이다.
마음챙김은 이제 적어도 서양에서는 주류(Mainstream)가 된 것이 확실하다. 미국의 심리 치료사 중 41퍼센트 이상이 치료법 중 마음챙김을 통합해 실시하고 있고,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병원 숫자만 따져도 300여 개를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는 750여 개가 넘는다. 학술지에 기재되는 마음챙김 관련 논문은 매해 1천여 편을 넘어선다.(Christopher K. Germer)
영국과 미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마음챙김을 정규 과목으로 편성하는 곳이 늘고 있고, 군대, 주요 기업, 프로운동선수는 물론 연예인까지 마음챙김 명상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심지어는 ‘산업화’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 내 기업이 앞다투어 ‘마음챙김 명상’을 도입하면서 시장 규모가 10억달러(한화 1조 705억 원)를 넘었다는 ‘우려스러운’ 보도(〈National Review〉 2018년 1월 1일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마음챙김 명상 열풍에 첫 번째 도화선이 된 것이 바로 이 책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원제 wherever you go, There you are)이다. 1993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 책은 전작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에 이은 저자의 두 번째 책이었다. 전작은 저자의 표현대로 항해도였다. 꼼꼼했다. 스트레스와 질병, 건강과 치유에 대한 많은 정보 외에 명상법에 대한 폭넓은 지침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이 책은 스트레스나 통증, 질병 같은 당면 문제들이 지배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과 그 활용법들을 간단히 또 쉽게 설명해준다. 특히 체계적인 프로그램들을 싫어하는 사람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지시받는 걸 싫어하지만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 여기저기 흩어진 약간의 힌트와 암시들만 가지고 조각그림 맞추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만한 책이다.
이런 연유로 이 책은 판매 면에서 전작을 압도했다.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리는 메가셀러가 되었고 이미 전 세계 20여 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출간 이래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고 급기야 10주년 기념판에는 ‘THE NATIONAL BESTSELLER’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마음챙김 명상 교과서’라는 수식어를 달 만하다.
마음챙김을 일상으로 안내하는 ‘교과서’
이 책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일상이 마음챙김이고, 마음챙김이 일상일 수 있다는 원리를 전문용어 하나 없이 말랑말랑하게 풀어 썼기 때문이다.
노자나 장자 같은 고전은 물론 사상가 소로우, 시인 월트 휘트먼, 릴케,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 등의 짤막한 글들을 인용해 그들이 가봤던 ‘어떤 길’, 그들이 실천했던 ‘어떤 것’이 지금 우리가 가려고 하는 있는 마음챙김과 다르지 않음을 보이며 독자를 설득하는 방식은 무척 친숙하다. 또한 저자 스스로 느꼈던 일상의 일들을 풀어 쓰면서 각각의 소제목 밑에 이어지는 ‘시도’는 독자 스스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챙김 매뉴얼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가 가려고 하는 마음챙김은 무엇일까?
마음챙김이란 특정한 방식으로 주의를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개인적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고 자의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집중하다 보면 더 큰 알아차림과 명석함을 얻게 되고 매 순간의 현실을 보다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며, 그 결과 우리의 삶이 순간 속에서만 펼쳐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매 순간순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될 뿐 아니라, 우리의 성장 가능성과 변화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챙김을 실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마음챙김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우선 호흡에 주목한다. 우리는 하루에 약 2만 번의 숨을 쉰다. 하지만 그 2만 번이 반복되는 동안 당신은 단 하나의 숨이라도 주목해 본 적이 있던가? 호흡을 관찰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현재 순간에 묶어두고 마음이 방황할 때 되돌아가게 이끌어줄 닻줄과 같다. 호흡을 인식함으로써,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걸 상기하게 되고, 그래서 무슨 일이든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 어렵지 않다. 호흡은 항상 우리의 코 바로 밑에 있다.
이밖에도 이 책은 우리가 앉거나 서거나 걷거나 뛰거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집중하고 관찰해야 하는가를 친절히 설명해 준다. 산이나 호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도 하고 또 육아나 설거지처럼 자신이 각자 처한 위치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챙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읽고. 느끼고, 실천하는 순서로 구성
이 책은 다른 자료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명상 수행을 할 수 있는 지침이 담겨 있다.
본문은 읽으며 ‘아하’ 하는 순간을 느끼면 되고 본문 말미에 있는 ‘시도’는 일상 속에서 아주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가볍게 실천할 수 있다.
우선 1부에서는 개인적으로 마음챙김을 새로 시작하거나 더 강화해야 하는 근거와 배경에 대해 살펴본다. 독자들은 다양한 방법들로 자신의 삶 속에 마음챙김을 도입하는 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격식을 갖춘 명상 수행의 기본적인 측면들을 살펴본다. 격식을 갖춘 명상 수행이란 일정 기간 동안 의도적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특정 방법들로 마음챙김 및 집중 능력을 배양한다는 의미이다.
3부에서는 마음챙김의 다양한 활용법과 관점들에 대해 살펴본다.
1, 2, 3부의 일부 장들의 끝부분에는 격식을 갖추거나 갖추지 않은 마음챙김 수행의 여러 측면들을 자신의 삶 속에 통합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들이 나온다.
마음챙김 명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도대체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에게 맞춤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