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
내 방이 내 방다워지는 소품 인테리어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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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색 벽에 걸려 있는 CD플레이어와 CD, 유리병, 각종 택들이 있는 선반, 바닥보다 아래에 놓인 침대. 인테리어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SNS를 통해 한번쯤은 봤을 사진의 모습이다. 이 사진 속 공간을 직접 꾸린 슬로우어 오누리의 소품 인테리어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각기 다른 소품들이 모여 하나의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 직접 공간을 만들고 빈 공간에도 애정 어린 이야기가 담긴 소품을 놓는 과정 등을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곧 인테리어 감각’이라는 저자의 응원에 힘입어 어느 샌가 자신의 공간을 가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년에 한 번 바리바리 싸들고 월세집 전전하느라 물건은 최소한으로
부모님 집 방 한 칸에서 어렸을 적 부모님이 사준 가구 그대로
평생 벌어도 이 아파트는 은행 소유
도대체 나의 몸과 마음이 누울 공간은 어디 있는 걸까?
내 방 한 칸도, 우리 부부 신혼방도 부모님의 집 일부지만,
조금 부족해 보여도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
조립은 쉽지만 차가운 철제 가구 대신
시간은 걸리지만 작고 따뜻한 목재 소품으로,
밝고 깔끔한 LED 등 대신 분위기 있고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는 조명과 초로,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드는 슬로우어(slow.er)의 인테리어 노하우
그레이톤의 벽에 걸린 시디플레이어, 그 옆 벽 선반에는 각종 CD와 유리병, 드라이플라워. 작고 평범한 소품들이 모여 자아내는 분위기가 방 안 전체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사진 한 장으로 소품과 소품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주는 힘을 보여준 소품 가게 슬로우어 오누리 작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4만 여명을 이끌며 자신만의 감각과 소품의 중요성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인스타그램에는 다 담지 못했던 슬로우어 오누리의 공간과 공간을 아끼는 태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소품을 활용한 인테리어 노하우를 담았다.
‘침대가 어떻게 바닥보다 아래에 있을 수 있죠?’
‘마루를 올렸어요.’
‘?!’
목재로 테트리스하고, 사포로 문질러 끼워 맞추고…
직접 가꾼 신혼방 공간의 비밀(?!) 공개!
흔히 ‘인테리어를 한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넓은 공간과 많은 비용부터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슬로우어의 인테리어는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가꾸어주었던 그 방에서 다시 시작한다. 페인트를 칠하고,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초를 피우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패브릭 침구를 골라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을 만드는 식이다.
신혼집도 마찬가지다. 터무니없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신혼‘집’을 구할 수 없다면 신혼‘방’을 만들면 된다. 인테리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신의 취향을 오롯이 담겠다는 마음으로, 방의 치수를 꼼꼼히 재고, 목재를 주문하고 조립하면서 방 두개에 침실, 작은 부엌, 드레스룸, 파우더룸의 기능들을 알차게 채워 넣을 수 있었다. 많은 기능들이 두 개의 방에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데에는 소품의 힘이 크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큰 가구들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작은 소품들부터 시작하는 인테리어 방식이 낯설지만 효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캔들, 유리병, 패브릭 등
각기 다른 소품으로 하나의 분위기가 된다
그간 슬로우어는 자기만의 속도대로, 자신만의 소품을 만들고 모아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잠원동 어느 주차장 안쪽 4평 남짓한 공간, 찾기 어렵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았고 자신만 알고 싶어 했던 소품 가게 슬로우어에서 말이다. 이제는 그곳을 떠나 용산 열정도에 새롭게 꾸민 슬로우어의 모습도 담았다. 슬로우어가 직접 만들고 모은, 혹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주요 소품들과 활용법을 이야기한다. 나중이 아닌 바로 지금, 자신의 공간을 좀 더 편하고, 소중한 곳으로 가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슬로우어의 이야기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줄
슬로우어(Slow.er)는 ‘slow+er‘, ‘느린-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슬로건인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를 바탕으로 만든 이름이다. ‘나는 그냥 천천히 갈게요.‘라는 슬로건 때문에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여유 있거나 느린 삶은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마음이 급하고 불안하고 예민한 성격이었다. 늘 주변의 시선과 남들의 속도에 휩쓸렸고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내 꿈을 모르던, 불안하고 초조한 암흑의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 주문처럼 되뇌던 말이 ‘나는 그냥 천천히 하자.‘, ‘나는 그냥 나대로 천천히 가자.‘였다. 그런 나를 위로하고 안정감을 주었던 것이 내 공간, 내 방이었고 그렇게 생긴 공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소품 가게 슬로우어를 운영하고, 슬로우어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내가 처음 방 꾸미기라는 취미에 빠져 내 안락한 공간을 만들었던 일, 그 과정에서 나만의 감각과 취향을 만든 것, 나의 작은 소품 가게 슬로우어의 이야기, 그리고 나와 나의 동반자를 위한 새로운 공간을 가꾸는 모습을 통해 소품 인테리어의 ‘과정‘을 보여 주고 싶다._프롤로그 中
방을 꾸미고 있는 중이라고 믿었지만 사실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사기에만 급급했던 소비를 잠시 멈췄다. 천천히 바꿔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떠한 다른 방향이 필요했다. 번거롭다는 이유로 가구를 버리는 일을 주저하는 순간부터 다른 방향이라는 것은 없었다. 할 거면 제대로, 이왕 시작한다면 버리는 것부터. 애초에 방을 꾸미기로 마음먹었을 때, 가득 채워진 방을 일단 비우지 않으면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 일이 아니었다._20쪽
하지만 이제 안다. 그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이 담긴 작은 관심에서 비롯된 노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관심을 나는 부분, 세부라는 뜻의 ‘디테일(detail)‘이라고 부른다._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