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지옥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할까?
웰 다잉well-dying을 위한 웰 리빙well-living 실천서
《장수 지옥》은 결론적으로 웰 다잉을 위해 웰 리빙을 실천해야 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크로와상 증후군’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을 만큼, 여성 및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책을 발표해온 마쓰바라 준코가, 일본의 초고령사회를 ‘장수 지옥’에 비유하면서, 연명치료의 양면성 및 재택 의료, 유료노인홈, 특별양호노인홈, 일본존엄사협회, 네덜란드 안락사협회 등 복지 현실 및 장수의 실상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장수의 현실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담아냈다.
회복이 불가능하고 음식 섭취가 불가능할 때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연명치료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는 리빙 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통이 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 과도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목숨을 끊는 존엄사까지 죽음을 선택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저자는 독거노인이 증가하는 일본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장수 인생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한다. 초고령사회로 돌입한 지금이야말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고 겸허하게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자신의 좋은 죽음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가족을 따뜻하게 배웅하기 위해서라도 삶의 끝을 병원이나 의사에게 맡기지 말고 자기 스스로 결정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을 만나볼 수 있다.
노화와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다!
솔직해서 무섭지만 가감 없는 현실 조언서!
일본인의 수명이 계속 늘고 있다. 의학이 발전하고, 영양 상태, 위생, 생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의 점유 비율을 고령화율이라고 하는데 세계보건기구나 유엔은 고령화율이 7%가 넘는 사회를 ‘고령화사회’라고 정의한다. 14%가 넘으면 ‘고령사회’? 21%가 넘으면‘초고령사회’다. 일본은 1970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으며? 1994년 고령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2007년에는 고령화율이 21.5%가 되면서 초고령사회로 돌입했다.
한국도 2017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14.8%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고령화 속도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한국 역시 초고령사회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생을 마무리해야 하는가 등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고령자 인구도 그만큼 많아졌다. 저자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을 자주 만나면서, 60대뿐만 아니라 20대도 오래 살까 봐 두려워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요즘 젊은이들은 일자리도 부족하고 결혼 후 생활이나 연금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그래서 오래 사는 것이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만연한 듯하다. 장수가 행복이었던 시대는 어느새 저물고 장수가 두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저자는‘오래 사는 게 두렵다’는 주제로 취재를 하는 동안 일본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고령자’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그야말로 ‘장수 지옥’이라고. 그리고 앞으로의 장수는 행복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장수는 곧 행복’이라는 가치관은 이미 붕괴되고 있으며, 노인이 많은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슬픔 속에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은 더 이상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자신의 목숨을 마무리할지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영혼 없는 삶을 유지할 것인가, 행복한 죽음을 맞을 것인가?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나에게 있음을 알려주는 책!
저자는 유료노인홈에서 위루관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면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치 죽게 해달라고 말하는 듯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아있으나 영혼 없는 삶, 연명치료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다. 보통 연명치료는 환자 본인의 의지보다 가족의 의지에 따르는 일이 많다. 연명치료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생각하지 않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가족으로서의 감정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의사에게 ‘우리 아버지 좀 살려주세요’, ‘우리 어머니 좀 살려주세요’ 하고 매달린다.
저자는 취재를 통해 일본은 노인이 되면 침대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북유럽에서는 침대 생활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 놀란다. 서구에서는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는 고령자에게 위루관 수술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여 자연스럽게 죽게 해주는 일이 그들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 점이 자신만의 생사관이 명확한 서구와 생사관이 없어 의사에게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일본과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본인이 건강할 때 확실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회복이 불가능하고 음식 섭취가 불가능할 때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한 연명치료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 자신의 생각을 서면으로 작성해두는 것이다. 존엄사 관련 협회 등에 가입하고‘리빙 윌’을 작성해두면 된다.
한국에서도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다.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린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연명의료를 중단하여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등록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한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통이 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나 과도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목숨을 끊는 존엄사 역시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 역시 환자 본인이 결정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진정한 웰 다잉을 위한 웰 리빙 실천서!
저자는 ‘죽지 못해 살고 있는 현장’을 취재하면서 암담해했다. 오래 산다는 게 멋지고 기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실을 파고들수록 복지 문제 등 새로운 문제들이 드러나 당황스럽지만 그 속에서도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한 10가지 지침으로 희망을 제시한다. 첫 번째로 건강할 때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하라고 말하며, 자기 나름의 사생관을 기르고, 지금 현재를 즐기라고 한다. 저자가 말했듯,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인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테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잘 죽고 싶다면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결국, 행복한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후회 없이 열심히,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야 할 것이다.
■ 책 속으로
나는 여기에 있는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굳어서인지 표정 하나도 바꾸지 못하는 어떤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죽게 해줘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괴로울 것이다. 자기 뜻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나 안쓰러워서 눈을 깜박이는 걸로 의사표시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그들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만약 이런 시설이 없었다면 누가 그들을 돌본단 말인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면 건강할 때 위루관을 포함한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가족과 주위 사람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노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염없이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작은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살아 있으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 곳 같았다. _p.43 〈죽지 못해 사는 고통〉
연명치료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가족으로서의 감정만 주장한다. 그리고 살리는 일이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위루관 수술이 만연한 배경에는 의사나 병원에도 문제가 있지만 가족들의 바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좀 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가족이 무지하기 때문이다. 연명치료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극이다. _p.51~52 〈서구권에는 없는 위루관 수술〉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건강할 때 자신의 의사를 가족에게 확실히 전하고 존엄사가 무엇인지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존엄사협회에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본인만 알고 있어서는 정작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연명치료를 받지 않으려면 평소에 가족에게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해둬야 한다. _p.60 〈몰랐던 게 죄라면 죄〉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법률로도 인정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제화되어 있다. 이처럼 서구권에서 연명치료는 본인의 선택에 따르는 게 보편적이다. 최근에는 아시아에서도 존엄사 논쟁이 활발해서? 대만은 2016년 ‘환자 자주 권리법’을 제정했다. 이웃나라인 한국도 2018년 연명치료 중지를 인정하는 법률이 실행되었다. 이런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 일본만이 아직 요지부동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일본인이 얼마나 될까? _p.71 〈존엄사 법제화가 더딘 일본〉
연명치료의 장점은 문자 그대로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 고통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완치할 수 없으므로 이전처럼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 또 연명치료는 한번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사망할 수 있으므로 도중에 제거할 수 없다. 또 연명치료로 오래 살면 살수록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 삶을 어떻게 마감할지는 오롯이 본인 혼자서 결정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건강할 때 충분히 생각해두어야 한다. _p.79 〈연명치료란 무엇인가?〉
몇몇의 사례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고독사는 비참하다? 고독사는 무섭다? 사람을 멀리하고 문을 걸어둔 채 사는 사람은 별개지만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면 혼자 살아도 부패할 때까지 발견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개인적으로는 고독사야말로 이상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죽음이 일상생활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고독사는 죽음의 공포를 의식하지 않고 생활하다가 홀연히 저세상으로 떠날 수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죽음인 것이다. 게다가 쓰러져도 구급차를 부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 이런 죽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죽음이 아닐까? _p.133~134 〈혼자인 사람의 마지막〉
분명 살아 있다는 건 멋진 일이지만 진심으로 기뻐할 수만은 없다. 장수가 더 이상 행복이 아닌 세상이다.
_p.149 〈집에서 혼자 죽음을 맞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장수가 행복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 오늘날? ‘과연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일까’라는 의문이 떨쳐버릴 수가 없다. 장수는 아름다운 말이지만 늙음이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힘든 시간을 오래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억지로 오래 사는 게 의미 있을까? _p.154 〈나는 안락사로 떠나고 싶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를 ‘에우타나시아Euthanasia’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좋다’라는 의미인 ‘에우eu’와 ‘죽음’을 의미하는 ‘타나토스thanatos’가 합쳐져서 생긴 단어로 ‘행복한 죽음? 좋은 죽음’을 뜻한다. 이렇듯 안락사야말로 진정 행복한 죽음인 것이다. _p.164~165 〈네덜란드의 안락사 실태〉
진심으로 네덜란드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엄사가 법제화되지 않은 일본에서 안락사가 합법화되는 날이 올지는 의문이지만? 네덜란드에서의 경험이 안락사의 합법화 논의보다는 ‘개인의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_p.172 〈네덜란드에서 안락사가 용인되는 배경〉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더라도 의식을 잃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의사나 가족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기 전에? 즉 바로 지금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해둬야 한다. ‘좋은 죽음’을 맞으려면 ‘존엄사 선언’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죽음 따위 생각하고 싶지 않아. 여든 살이 넘으면 생각해 보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존엄사 선언은 빠를수록 좋다. 당신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한다면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이 현명하다.
_p.175~176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한 10가지 지침〉
일반적으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여유가 없는 위급한 상황이라면 연명치료가 바로 시행된다. 그럼에도 연명치료를 피하려면 1차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밝혀두는 것이 우선이다(한국에서는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의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등록기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 옮긴이).
_p.177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한 10가지 지침〉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인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테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잘 죽고 싶다면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신의 영역인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
_p.195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한 10가지 지침 중〉
장수가 행복인 시대는 저물고 장수가 힘든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 인간의 수명이 얼마나 더 늘까?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나지만 장수와 행복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_p.209 〈자연사는 고통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