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듀크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1995년생 윤 지의 일상 독서 에세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힘과 용기를 바탕으로 매 순간 더 열심히, 치열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솔직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저자는 자신을 특별하게 또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를 어떤 책을 통해 어떻게 해소했는지 찬찬히 보여준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에 지칠 때는 재미있는 소설을, 외로운 유학 생활로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울 때는 따뜻한 에세이를,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이 엄습할 때는 고전문학에서 실마리를 찾으며 묵묵히 걸어온 작가의 시간이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다.
"행복하고 즐거울 때, 힘들고 지칠 때, 외롭고 두려울 때……
나의 모든 하루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독서 인생 12년차, 책 덕후 하버드 로스쿨생 윤 지의
달콤 쌉싸름한 공부, 법, 세상 이야기
민족사관고등학교, 듀크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1995년생 윤 지의 일상 독서 에세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힘과 용기를 바탕으로 매 순간 더 열심히, 치열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솔직 담백하게 써내려갔다.
우선 이 책은, 이력만 봐서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할 것 같은 윤 지라는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프로필만 보면 매사에 명석하고 냉철하며 논리적인 결정만 내릴 것 같지만, 사실 윤 지 작가는 유난히 여리고 감성적인 성격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쉽게 상처받고 눈물도 많이 흘린다. 중학생 시절에는 따돌림을 당했고,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에서는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인사까지만 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180도로 달라지는 것을 숱하게 느끼기도 했다. 결코 출세하기 위해 하버드 로스쿨로 진학한 것이 아닌데, 드라마 〈SKY 캐슬〉의 영향으로 한동안은 원치 않는 질문을 지겹도록 듣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을 특별하게 또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를 어떤 책을 통해 어떻게 해소했는지 찬찬히 보여준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에 지칠 때는 재미있는 소설을, 외로운 유학 생활로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울 때는 따뜻한 에세이를,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이 엄습할 때는 고전문학에서 실마리를 찾으며 묵묵히 걸어온 작가의 시간이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다.
제목에 대해 잠시 언급해야겠다. 혹시 제목을 보고 하버드 학습법, 하버드 로스쿨 입학하는 법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한 분이 있다면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화려하다고 생각하는 스펙을 내세워 내 자랑을 하고 싶지도, 공부벌레가 되는 방법을 소개하고 싶지도 않고 그런 방법을 소개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우선 나 자신이 공부벌레가 아니고, 학벌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편집장님의 간곡한 설득으로 이 제목에 동의했지만, 많은 분들이 ‘하버드‘보다 ‘책‘을 주목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나의 진심이다. _16~17p
이 책은 또한, 지금의 이십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자연스레 비춘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학벌과 출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특유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무엇보다 기성세대와 언론은 지금의 젊은이들이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쉽게 현실을 탓하고 포기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죽을 듯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윤 지 작가를 보면, 오늘날의 이십대를 ‘달관 세대‘니 ‘N포 세대‘라고 쉽게 단정짓는 기성세대가 과연 지금 젊은이들의 현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자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윤 지 작가뿐 아니라 윤 지로 대표되는 대다수 1990년대생이 죽기살기로 공부하고 일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가 명문대생의 독서 자랑기가 아닌 민사고, 듀크대, 하버드라는 치열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책을 어떻게든 읽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십대 젊은이의 이야기인 것도 이 때문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겠지만, 나에게는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 먹어보지 못한 음식, 느껴보지 못한 감정,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으니 가격 대비 얼마나 편리하고 유익하고 신비로운 시간인지. 책에서 만난 여러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며 위로와 용기를 얻은 덕분에, 그 힘으로 치열했던 민사고 시절과 유학 생활을 이겨냈다. (…)
이 글을 쓰면서 내가 그동안 책을 몇 권 정도 읽었는지 세어보니 2018년에만 150여 권이 되었다. 힘들기로 악명 높은 하버드 로스쿨 2학기와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여름 방학 기간, 너무나 치열했던 미국 로펌 취업 준비까지 하느라, 2018년은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바쁜 해였다. 그 시간을 잘 버티며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언컨대 책이었다. _56~57p
명문대생의 독서 자랑기가 아닌
치열한 환경에서도 책을 읽고자 고군분투하는 젊은이의 이야기
한편, 이 책은 도전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현대인의 절망과 좌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 중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의 줄임말)‘이 있다. 이 단어는 처음에는 취업에 잇따라 실패하는 이십대들 사이에서 등장했지만, 지금은 반 배정이 잘못되었다는 초등학생부터 내신 성적이 망했다는 청소년들, 노후를 걱정하는 사십대 이상 중년들까지 전 국민이 입버릇처럼 쓰는 표현이 되어버렸다.
이생망 외에도 ‘혐생(‘혐오스러운 생활‘의 줄임말)‘이니 ‘내 인생 노답(‘답이 없다‘의 줄임말)‘ 같은 표현을 일상적으로 쓰는 사람들이 보기에 윤 지 작가는, 속된 말로 ‘네이버 메인 기사에 소개되면 악플 받기 딱 좋은‘ 프로필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 지 작가는 자신이 타고난 천재도, 금수저 출신도 아니며 가고 싶은 학교를 가고 책까지 쓸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일단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가 얼마나 간절한지와 별개로 미친 듯이 최선을 다하는‘ 성격을 꼽는다.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출판사에는 어떻게 연락을 하나, 과연 내 글을 읽어주기는 할까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린 끝에, 생각보다 훨씬 빨리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너무나 사랑하고,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으며 힐링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기고, 하늘과 노을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을 좋아하는 평범한 젊은이 윤 지가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사람들은 나의 인생 목표가 변호사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지 앞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만 묻는다. 하지만 나는 70년은 더 살게 될 인생에서 정말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 지금처럼 책을 써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고 요리를 배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기도 하다. 한국 학생들의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이도록 교육 분야에서도 일해보고 싶다. 앞으로 또 어떤 꿈을 꾸며 살게 될지 모르는 삶이 나를 무척이나 설레게 한다.
다섯 살배기 장난꾸러기 아이. 끝없는 취업 준비로 시들어가는 이십대.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도 꾸역꾸역 참고 일하는 삼십대, 점점 빨라지는 퇴직 시기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십대와 오십대, 부모의 마지막 임무라는 자녀 결혼까지 끝내고 허전함을 감추지 못하는 육십대 이상 부모 세대까지, 나는 앞으로도 누구를 만나든 당신을 무엇을 좋아하는지, 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꾸는지 물으며 살고 싶다. _133p
무엇보다 이 책은, 온갖 화려한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책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한때 인터넷상에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가 회자된 적이 있다. 사람들이 가을에 책을 많이 읽어서 독서의 계절이 된 게 아니라, 가뜩이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하느라 더더욱 책을 멀리하니, 제발 책 좀 읽자고 만든 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것 같은 국민 1인당 평균 독서율은 해마다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지난 5월 7일 공개한 2018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월 평균 도서 구입비는 4,960원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시험을 치르면 절대 100점을 못 받는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듯,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책은 수능시험에서 언어영역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읽어야 하는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성인들 역시 ‘책‘ 하면 ‘좀 읽긴 해야 하는데……‘라는 의무감을 느낄 뿐, 책 읽는 재미 자체를 온전히 즐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윤 지 작가 역시 ‘공부할 시간도 없을 텐데 언제 책을 읽느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버드에 갈 정도로 똑똑하니 고전문학, 전문서적 같은 어려운 책을 많이 읽겠지,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은 시시하게 느끼겠네 같은 오해도 종종 받는다.
하지만 윤 지 작가가 추천하는 책은 어려운 책, 있어 보이는 책이 아니다. 권위 있는 기관이 선정한 책이라고 반드시 읽어야 할 의무도 없거니와 강요나 의무감, 죄책감 때문에 책을 읽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더 오래 느끼게 해주고,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어주고, 외롭고 두려울 때 한번 더 일어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는 놀이이자 취미로써의 독서. 이것이 윤 지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독서의 가치이다.
솔직히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책만 펼치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왜 나는 이런 책을 쓰게 되었을까. 내가 비록 인생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살다 보면 흔들리는 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꿈이 아닌 다른 사람의 꿈을 꿀 때도 있고,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연장자나 윗사람, 공동체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순간도 정말 많다.
나는 그런 순간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내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나와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책이 있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의 내면이 더 단단해졌고, 나의 생각이 더 넓어졌고, 나의 이해가 더 깊어졌다고 확신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젊은이이지만 _14~1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