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여행
1.2만 명이 구독하고 ‘브런치북 특별상’을 수상한 「나의 퇴사여정기」를 쓴 ‘스타트업 마케터’ 정혜윤의 홀로서기 실험! 다섯 번의 퇴사 경험부터 스타트업 기업 문화, 디지털 노마드의 삶,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기업 본사 탐방, 버닝맨에서 겪은 특별한 일화까지. ‘퇴사’와 ‘여행’으로 만난 다양한 삶의 방식, 그리고 일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이야기를 담았다. 『퇴사는 여행』은 일과 여행 이야기가 섞여 있는, 조금은 이상한 책이다. ‘내가 원하는 나’를 찾으려고 떠나고 도전하기를 반복했던 어느 고민장이의 회고록이자 시간이 흘러도 잊고 싶지 않은 기억 모음집이다.
만약 이 책이 흔하디흔한 ‘퇴사하고 여행하는’ 이야기라면 저는 책 소개를 한 줄도 쓰지 못했을 겁니다. “요즘 재미있는 책을 작업한다”고 주변에 얘기하는 일도 없었을 거고요. 『퇴사는 여행』이라는 제목의 원고를 받았을 때 저 역시 오해했습니다. 지금 시대에 ‘퇴사’는 전염병 번지듯 유행하고 있고, 거기에 세계 여행이 덧붙은 이야기는 벌써 차고 넘치는 꼴이니까요.
그런데 『퇴사는 여행』 원고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쯤 지났을까요. 저는 다른 여러 업무를 모두 뒤로 미루고 이 책부터 교정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여정이 너무 궁금해서 읽기를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퇴사 후 떠난 동남아시아 여행 일화에서 움트는 이 책의 이야기는, 뜻밖에 저자가 여러 차례 입·퇴사하며 경험한 스타트업 기업 문화, 여행 중 탐방한 실리콘밸리 내 오피스들, 미국 네바다의 사막에서 펼쳐지는 버닝맨(Burning Man) 현장 속으로 저를 밀어 넣었습니다.
저자가 써내려간 경험들은 몹시 생경했고, 동시에 생동했습니다. 그 덕에 저는 아주 오랜만에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제대로 즐겼습니다. 어떤 순간은 스타트업 기업의 직원으로 치열하게 일했고, 그러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갈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고, 어느 순간에는 반짝이는 눈으로 에어비앤비와 유튜브 등 실리콘밸리의 내로라하는 기업 오피스를 살폈으며, 다른 순간엔 사막 위를 달리는 아트카에 몸을 싣고 7080 록을 듣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궁극에는 그가 꺼내어 보여준 슬픔 안에서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정말 그 자신이 되었다가 책 밖 세상으로 튀어나온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여행은 그 어떤 여행과도 닮지 않았습니다. 그의 여행은 늘 현재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진부하지도 빛바래지도 않습니다. 삼십 대 또래인 저조차 그가 너무나 젊다고 느꼈던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겠죠. 디지털 노마드부터 실리콘밸리까지, 저자가 ‘퇴사’와 ‘여행’으로 만난 삶의 방식은 너무도 다양해서, 제가 ‘일’에 갖고 있던 편견을 와장창 깨부쉈습니다. 세상에 이토록 유연하게 일하며 삶을 유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니, 또 그들이 모여 가꾼 이상적인 공동체가 해마다 사막 위에 만들어지고 있었다니. 친구들의 재밌는 놀이에서 소외된 꼬마처럼 분했고 약간의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자기 앞의 유리벽을 깨뜨린 뒤 유연하고 커다란 세상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까닭이, ‘프로 이직러’ ‘퇴사 컨설턴트’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끊임없이 일과 삶의 형태를 고민하고 만들어온 그 자신에서 비롯되었음을, 이 책을 읽노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글 쓰는 스타트업 마케터’인 그는 계속해서 홀로서기를 실험해왔습니다.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도 혼자 오롯이 설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지기 위해, 누구도 시키지 않은 그 일을 용감하게도 계속해왔습니다.
이미 1만여 명의 사람들이 브런치(brunch)에 연재된 그의 이야기를 구독했고, 후에 『퇴사는 여행』이라는 동명의 독립 출판물로 제작된 책 역시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우리에게는 그의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우리는 기업의 부품처럼 소모되며 살길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주마처럼 좁은 시야로 앞으로만 달리지 않고, 혹등고래처럼 느리게 저 바다를 유영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방향을 바꾼다는 건 짜릿하고도 두려운 일이다. 그 일을 몇 번이고 멋진 여행으로 만들어냈던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제 갓 여행을 시작한 내 마음속 짜릿함의 비율이 51퍼센트가 되는 것을 느꼈다”라는 음악가 장기하의 추천사처럼, 두렵지만 방황하여 진짜 나 자신과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발적으로 모험을 떠나고 방황하는 이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자신만의 경험이 하나의 점을 찍히고, 그 시간이 쌓이면 점과 점이 연결되어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거라 말합니다. 인생을 옭아매는 저 벽, 그 아래 작은 문을 열고 나가길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그는 이야기합니다. 어떤 일이든 문을 열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간 그 길은 또 새로운 기회로 이어진다고 말이지요.
걱정 마세요. “방황하는 이들 모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라는 J.R.R. 톨킨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이 뜨거운 책이 당신의 손을 이끌어줄 것입니다. 긴장하세요. 정말이지 뭐라도 시도해보지 않고서는 오늘밤 쉽사리 잠들지 못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