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소인배가 논어를 읽는다고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사서(四書) 읽기
『논어』『맹자』『중용』『대학』 이들 네 책은 유교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경전이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겐 기성세대를 위한 꼰대 지침서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삼십대에, 심지어 여자가 사서를 읽고 책을 썼다면, 이것은 젊은 꼰대의 출현인가 지능형 안티인가. 유교전통 또는 유교문화가 우리 사회에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원흉으로 지목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대화 이후 줄곧 유교는 허례허식, 체면치레, 남존여비, 상명하복 등의 구습으로 질타당해왔다.
그러나 유교가 중요시하는 여러 개념은 그 본래의 목적에서 멀어져 잘못 이용되어온 측면이 크다. 공자의 가르침은 어진 정치를 위한 군자(왕)의 도가 기본인데, 충효와 예만을 강조하여 지배자에게 유리한 논리로 바꿔버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억압적 인습을 거부하기 위해서라도 유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서를 제대로 읽고 비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고전에는 현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읽히고 전해지는 데도 그럴 만한 이유는 있다. 저자는 사서를 아주 오래된 인류의 고전으로서 정독하고, 과감히 버려도 좋을 관점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 사이의 경계를 탐구한다.
몸에 좋은 공자, 두뇌에 좋은 맹자
사서를 소개하는 대다수 책들은 일종의 ‘번역서’다. 한자로 이루어진 원문을 독해하고, 각각의 구절에 담긴 철학적 사상적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독해의 순서 또한 정해져 있는데, 공자의 말씀을 담은 『논어』를 출발점으로 삼고, 공자의 계승자인 맹자의 『맹자』로 논리를 정교히 하며,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쓴 해설서 『중용』과 『대학』으로 보충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본격 철학서도 진지한 주해서도 아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동양철학 시간에는 공자의 ‘정명론’으로 과제를 발표해 “매우 훌륭한 글이다”라는 칭찬과 함께 B+를 받은 전적이 있는, 일개 소인의 ‘사서에 말대꾸’ 정도로 봐도 무방하다. 『논어』에서 공자가 기껏 가르쳐줬더니 잘 이해를 못하고 “그래서요?” 되묻는 어리숙한 제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밀레니얼 세대답지 않게 한자를 많이 알고 좋아해서, 사서를 희곡 대본 읽듯이 편하게 읽고 현대어로 풀어 옮긴 점은 내세울 만하다. 정리하자면, 『여자와 소인배가 논어를 읽는다고』는 공자 맹자로 자기계발하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에 가깝다. 하루 5분 논어로 건강해지기. 하루 10분 맹자로 사고력 끌어올리기, 같은 부제를 붙일까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다.
옛 책으로 배우는 인생의 기술
책은 전체 2부 4장으로 구성되었다. 1부 ‘군자의 길’은 유교가 그린 이상적 인간인 ‘군자’와 그에 이르는 방법으로 제시된 가르침들을 살펴본다. 유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써, 인, 선, 중용, 예,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등의 개념을 제시하는데, 왜 그런 것들을 가치 있게 여겼는지 헤아려보고, 현대인들에게도 유의미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본다. 2부 ‘소인의 마음’은 보다 본격적인 재구성이다. 유교에 대해 흔히 알려진 부분 외에, 뜻밖에 도움이 되는 말씀들, 삶의 실질적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한 준엄한 조언들을 모았다. 물론 유교이념을 오늘날 세계에 일대일로 적용하는 것이 왜 문제인지도 조목조목 따진다.
“사서는 어디까지나 군자가 되는 길과 군자가 이루려는 세상을 다룬 책”이다. 내 인생 목표는 군자가 아니라서, 하고 무시해버린들 별 타격은 없다. 하지만 이 기원전 인간들의 말 속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짜 힘, 용기, 능력, 행복을 얻는 기술이 들어 있다. 지금보다 훨씬 거칠고 힘겨웠던 시대에 생존했던 고대인들의 지혜가 담겼다. 한번쯤 귀 기울여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