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속 지옥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 세 가닥의 머리카락
구로이와 루이코, 아에바 고손, 모리타 시켄 지음 | 김계자 옮김
? 단발머리 소녀
오카모도 기도, 사토 하루오, 고다 로한 지음 | 신주혜 옮김
? 살인의 방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기쿠치 간, 히라바야시 하쓰노스케 지음 | 김효순 옮김
? 도플갱어의 섬
에도가와 란포 지음 | 채숙향 옮김
? 도플갱어의 섬
고사카이 후보쿠, 고가 사부로, 오시타 우다루, 쓰노다 기쿠오 지음 | 엄인경 옮김
일본 추리소설의 원류를 이해하고 시대별 흐름을 알 수 있는 시리즈
우리가 탐닉하는 일본 추리소설의 고전을 발굴하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東野 圭吾),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같은 추리소설 작가들은 흥미로운 사건을 추리해가는 묘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들은 어떻게 독자들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의 마법을 부리는 것일까? 그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특별한 문학적 환경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고려대학교 일본추리소설연구회가 발족하였고 3년여의 기나긴 논의와 연구를 거쳐 일본 추리소설의 시작과 전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를 펴내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1880년대 후반 일본에 처음 서양 추리소설이 유입되었을 당시의 작품부터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의 주요 추리소설을 엄선하여 연대순으로 기획한 것으로, 이 시리즈를 통해서 일본 추리소설의 흐름과 경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일본 특유의 그로테스크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 이 시기에 다수 창작되어 일제강점기의 우리나라 추리소설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다수의 작품이 소개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江?川??)가 어떻게 탄생하였으며, 그의 작품이 동료나 후배 추리소설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의 추리소설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발간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에는 가능한 한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 위주로 선정하여 번역하고자 했다. 그리고 국내에 소개되었더라도 번역된 지 오래된 작품은 젊은 독자들에 맞춰 현대의 어법과 표현으로 바꾸는 등 가독성을 높였다. 또한 이 시리즈는 일본 추리소설 연구자들이 수록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 한국 문학과의 관계, 추리소설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작가의 상세 연표를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로써 독자들은 추리소설 자체의 재미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추리소설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한 유메노 규사쿠
괴기와 환상의 조합이 탁월… 일본 대중문화의 원류가 되다
일본 추리소설계의 아웃사이더, 인간 내면을 탐구하다
유메노 규사쿠(夢野久作)는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낮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미스터리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926년에 첫 작품을 낸 이후 1936년에 타계할 때까지 그의 작품 활동 기간은 불과 10여 년에 그쳤지만 이 기간에 그는 에세이를 비롯하여 단편, 중편, 장편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발표된 지 80~90년이 지난 지금도 빛을 잃지 않는다. 현대인의 내면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그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잔혹성을 가해자이면서 약자의 입장에서 토로하는 심리 묘사가 탁월하여 까다로운 현대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인기가 높다.
유메노 규사쿠는 작가로 데뷔할 때부터 추리소설 문단으로부터 독자적이고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활동했던 작가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고가 사부로(甲賀三?)는 “탐정소설이라기보다 괴기 소설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평했으며, 에도가와 란포는 “탐정소설의 울타리 밖의 작가”로, 오시타 우다루(大下宇陀?)는 “탐정소설의 극한”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평가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까다로운 현대 독자조차 사로잡은 기괴와 환상의 세계
기괴한 북
1926년 잡지 『신청년(新靑年)』의 현상 공모에 유메노 규사쿠라는 필명으로 당선된 작품이다. 북을 만드는 장인이 북 안에 자신의 원망과 저주를 스미게 하여 그 북을 치거나 그 북소리를 듣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괴담 요소를 담은 인연담으로 볼 수 있다.
시골의 사건
유메노 규사쿠가 작품 말미에서 자신의 고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엮어서 쓴 것이라고 말했듯이, 당시 후쿠오카 북부의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순수한 시골 사람들이 벌이는 사건을 통해 시골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사갱
후쿠오카 근처 탄광촌을 배경으로 탄광에서 일하는 한 광부가 탄광이 무너지면서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나오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나아가 이 작품은 당시 일본 탄광촌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기괴한 꿈
근대화된 도시에 대한 유메노 규사쿠의 관심을 작품에 반영한 짧은 단편들로 엮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비행기, 자동차 등 근대화된 문물과 병원, 공장, 자동차 도로 등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공간이 등장한다. ‘도시 괴담’처럼 도시에 생겨난 근대의 새로운 공간이나 문물 등 새로움에 대한 일본인의 공포를 잘 드러내고 있다.
미치광이는 웃는다
짧은 단편을 엮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녀와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 심리의 내면을 상세하게 묘사하는데 결국 이 주인공들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었으며, 상대방이 없이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끝을 맺는다.
미치광이 지옥
『도구라·마구라』 의 선행 작품으로도 평가받는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병원에 감금된 ‘나’를 통해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홋카이도 탄광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주인공 ‘나’는 결국 탄광왕이 아닌 신문기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끝을 맺는다.
장난으로 죽이기
신문 기자인 주인공이 사람을 살해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엽기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여주인공의 엽기 행각은 힘없는 동물을 향한 폭력, 작품에서는 고양이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고도 죄의식이 없는 여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은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유기견(유기묘), 동물학대’ 등 사회문제로 대두된 사건이 이미 1920년대 초반 일본 추리소설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것이다.
유리병 속 지옥
외딴 섬에서 사는 남매가 보낸 세 통의 편지로 구성된 아주 짧은 소설이다. 외딴섬에 사는 11살, 7살의 어린 남매. 기다리는 구조대는 오지 않고 파라다이스 같은 섬 생활에 점차 익숙해져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시련과 함께 악마의 유혹이 찾아오고, 이를 극복하고자 몸부림치는 남매의 심리가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사후의 사랑
러시아 혁명이 일어난 후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전장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을 겪은 병사가 전쟁이 끝나고 우연히 만난 일본 군인에게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보석에 얽힌 이 이야기는 세간의 흥미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화자(話者)는 이 이야기를 엽기적이면서도 슬프게, 기이하면서도 아름답게 이끈다.
인간레코드
러시아 혁명 이후 사회주의 사상이 만연하던 당시 일본이 사회주의 사상을 탄압하던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사회주의 사상을 전달하는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특히 이 작품은 기계화된 근대의 모습을 인간과 기계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보여준다.
악마기도서
헌책방을 배경으로 일반적인 성경이 아닌 악마를 찬양하는 ‘외도기도서’를 발견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 둘러싼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함께 난센스한 요소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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