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34)
현실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문제와 사회학적 문제는 다르다
마르크스, 베버, 뒤르켐, 머튼, 고프먼……
사회학은 과학적일 수 있는가?
문제에 대한 설명과 개선은 구별된다
“지혜롭고 유익하며 재미있다. 사회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_고든 마셜(Gordon Marshall), 영국학사원 특별회원
“스티브 브루스는 완벽한 안내자다. 그는 사회학이라는 분야를 잘 알고 있으며, 무엇이 중요한지도, 이야기를 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보기 드문 역작이다.” _ 데이비드 보아스(David Voas),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
사회학은 해결책 제시에 앞서 설명되어야 할 사태를 연구한다
이 책은 사회계급, 범죄와 일탈행위, 교육, 노동, 종교, 나아가 정치적 분파에 관한 연구들을 거론하며 자아가 사회에 의해 형성되고 거꾸로 사회가 자아에 의해 형성되는 방식을 탐색함으로써 사회학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이번 전면개정판에서 저자는 사회학의 본질을 규명한다. 아울러 사회과학에서의 ‘과학’을 강조하며 새로운 의제나 발상이 사회학을 형성하긴 하지만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사회분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또 사회학이 사회과학이어야만 한다고 주장할 때는 사회학 특유의 연구대상에서 유래하는 고유한 이점과 난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본능에 의한 충동을 실행에 옮기고 물리적 환경에 반응하는 것 이상의 뭔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바로 그 추론과 해석의 능력 덕분에 우리는 무엇이든 연구할 수 있다.” 저자는 자연과학과 인간과학의 연구대상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사회적 행위의 규칙적 패턴을 찾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학적 설명에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전제한다. 나아가 비판적 사고, 정직하고 성실한 증거 수집, 아이디어의 내적 일관성 및 이용 가능한 최선의 증거와의 적합성 검증, 주장을 지지하기보다 반박하는 증거에 대한 탐색, 이데올로기적 몰입으로 제약당하지 않는 공개적 의견 교환과 자료 교환 등은 모두 사회과학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문으로서의 사회학은 공평무사를 목표로 삼는다
“세상을 개선하는 것은 사회학자의 일차적 관심사가 될 수 없다. 사회학자들은 연구주제를 정할 때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일이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흥미로운 일을 의식해야 한다. 사회학자들은 어떤 분야에 대해 일단은 기술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다음에야 분별력 있는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지점까지 그 분야에 대한 이해를 높여갈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학문으로서의 사회학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데, 우선 공평무사를 목표로 삼는다. 일반인은 보통 자신이 지닌 문제는 사회 탓으로, 자신이 거둔 성공은 자기 공로로 돌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회학자들은 질병, 가난, 실패, 불행의 사회적 원인은 물론이고 건강, 부, 성공, 행복의 사회적 원인에도 관심을 가진다. 학문으로서의 사회학은 또 증거에 입각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뿐 아니라, 개인보다는 일반적인 것이나 전형적인 것에 관심을 둔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이른바 인간 행동의 일반적 원칙을 끌어다가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지만, 학자들은 일반적 원칙을 만들기 위해 개인의 인생을 연구한다고 저자는 상기시킨다. “추측 이상의 뭔가가 되려면 사회학은 경험적이어야만 한다. 이 말은, 사회학적 설명(그리고 그 설명을 묶은 이론이라는 꾸러미)이 현실 세계에 대한 건전한 관찰에 토대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사회학이 경험적인 학문이 되려면 자연과학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속으로
나는 사회학을 사회과학의 일종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찰함으로써 사회학의 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제2, 3, 4장에서는 사회학의 근본적 가정 몇 가지를 설명한다. 제5장에서는 불행하게도 인기를 얻은 사이비 사회학과의 구분을 통해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명확히 정의할 것이다. (9쪽)
베버는 청교도들이 왜 현대의 기업적 방식에 유달리 친화적인 태도들을 발전시켰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특정한 종교적 신념이 노동과 소비에 대한 전혀 새로운 태도를 만들어낸 이유를 알고자 했다. 베버는 청교도들의 정신 속에서 그 답을 구했다. 설명하기 위해, 그는 우선 이해해야 했다. (28쪽)
하지만 연구대상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사회학적 연구의 독특한 방식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사회학의 이런 수많은 실제적 지식을 엮어주는 중심적인 실타래는, 현실이란 어디까지나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며 우리의 행동에는 숨겨진 사회적 원인이 있고 사회적 삶의 많은 부분은 본래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41쪽)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공유되는 한에서만 사회적 구성도 효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어낸 것이든 아니든 모두가 그것을 믿는다면 그건 더이상 신념이 아니다. ‘세상의 이치’다. 소수만이 공유하는 세계관은 그런 견고함을 획득하지 못하고 믿음으로만 남아 있다. 공유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한 명뿐인 세계관은 광기로 간주된다. (55쪽)
인간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외적 윤곽을 자신의 정신과 성격 속에 복제할 때에 비로소 사회적 존재가 된다. (…) 안정적인 사회에서는 배우들이 자기 배역을 그냥 대본대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배우들은 실제로 그 배역에 몰입해 살아가는 ‘메소드 연기자’다. 대본과 무대 지시, 대사 일러주기 등 외부의 도움은 더이상 필수적이지 않다. 배우들은 등장인물 자체가 된다. 사회학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상당 부분 관련되어 있다. 사회학의 핵심 원칙 중 하나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보는 방식은 타인이 그를 보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75∼76쪽)
머튼의 주장을 단순화해서 설명하자면, 사회에는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두 영역, 즉 문화와 사회 구조가 있다. 문화는 우리에게 두 가지, 즉 무엇을 욕망해야 하는지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지시한다. 구조는 권력, 부, 지위를 배분한다. 전통 사회는 구조가 위계적이었다.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쪽은 소수였고 대부분은 무력하고 가난했으며, 문화는 그런 격차를 정당화했다. 서로 다른 계급의 사람들은 삶에서 아주 다른 것들을 기대하고 각자의 분수에 맞는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얻는 것이 균형을 이루었다. (1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