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메스도 수술대도 없지만, 김수룡 작가의 진료실에서는 때로 피 냄새가 난다. 환자가 오랫동안 쌓아 온 상처를 직면하게 하는 과정은 마취 없이 수술을 하는 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고백하는 30여 년 의사로서의 여정은 순한 맛의 위로와 공감과는 거리가 멀다. 첫 환자를 잃고 책상 밑에 들어가 아이처럼 울던 전공의 시절의 트라우마, 환자의 절망에 전염되어 함께 익사할 것 같은 무력한 날들이 어떤 과장도 거창한 자랑도 없이 진솔하게 펼쳐진다. 정신과 의사의 기록이지만 결국 이 책은 좌절을 지나며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지켜 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저자소개
1991년 정신과 전공의로 시작해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살아왔다.
환자를 전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입원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서만 근무해 왔다. 조현병과 같은 중증 정신 질환과 중독 환자들을 주로 치료해 왔다. 그러나 반복되는 재발을 마주하면서, 한계를 절감하게 되었다.
환자는 병으로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힘 또한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배웠다. 증상을 다루는 치료를 넘어, 환자와 가족이 삶을 회복하도록 돕는 관계 중심의 치유에 몰두해 왔다.
오랜 임상을 마치고 이제 병원을 떠나, 또 다른 방식의 치료를 시작했다. 2025년 ‘힐링요트 정신건강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제는 많은 사람을 치료하기보다, 단 한 사람, 한 가족의 치료를 최선의 완성도로 끌어올리는 데 모든 역량을 쏟기로 했다. 요트라는 노마드 공간에서, 스마트폰과 일상을 내려놓고 함께 항해하며 관계를 다시 세워 가는 가족 환경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누구의 삶에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저절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는 삶을 하나의 교향곡으로 이해한다. 배우고, 성장하고, 확장하는 시간을 지나, 마지막에는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가장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펼치는 피날레 ‘네 번째 악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랜 임상을 마친 지금, 그는 자신의 4악장을 시작했다. 힐링요트 위에서, 치료를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로, 삶을 다시 흐르게 하는 카덴차를 연주해 가고 있다.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내 진료실에서는 가끔 피 냄새가 났다
제1장 어리바리 전공의 시절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
그때는 몰라서 힘들었고, 지금은 알아서 더 힘들다
내 얼굴로 환자의 주먹을 때린 날
정신과 의사인데 공감이 안 돼요
손가락 하나라도 들어갈 틈이 있다면
제2장 자살을 대하는 법
상처와 함께 사는 법
우리의 사병을 구해 낼 방법을 찾았습니다!
죽음의 냄새를 맡았을 때
망상과 환청이 사라진 자리
마지막 사랑
그날 밤 뒤집힌 차 안에서 깨달은 것
자살과 죽음은 동의어일까?
제3장 치료자도 때론 좌절한다
노력했기에 좌절하는 것
심폐 소생술, 그 무거운 이름
매일 인간의 가장 깊은 어둠과 마주하며
저는 당신을 치료할 자신이 없습니다
끝장 면담
주치의는 마지막 수비수
제4장 의사 혼자서 치료할 수 없다
좋은 치료 시스템과 건강한 가정
쿠폰 세 장
환경이 치료가 될 때
보이지 않는 치료자들
치료 공동체 미팅이 가져 온 변화
치료 시스템의 마지막 남은 퍼즐
제5장 정신과 병동에도 봄은 온다
비로소 보이는 것들
환자 치료의 1차 방어선
치료 전 공감부터
화를 내지 못해 술만 마시던 환자
자아를 빌려 주다
제6장 진료실 풍경
문제를 정리만 해도 반은 해결된 것
진단명이 아닌 마음을 듣다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내가 문제일까? 내 선택이 문제일까?
조증 삽화 환자의 과대망상 다루기
정신과 의사도 수술을 한다
제7장 잊을 수 없는 선물들
찐 옥수수 세 개
거절할 수 없는 선물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돈
강요해서 받아 낸 감사
마지막 면회
백만 원 촌지의 의미
에필로그 미안했고,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