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으로서의 과학 2
논리 경험주의의 과학분석에 비판적인 저자, 데이비드 헐
데이비드 헐(David L. Hull, 1935~ )은 미국 일리노이 주 번사이드에서 태어났다. 1960년 일리노이 웨슬리언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64년 인디애나 대학 과학사.과학철학 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4년 밀워키 위스콘신 대학에서 처음 강단에 선 후 20여 년 동안 강의하다가 노스웨스턴 대학으로 옮겨 20여 년 동안 강의했다. 젊은 시절 논리 경험주의 철학자들의 과학 분석에 관심을 가졌으나, 점차 물리학을 전형적 과학으로 삼고 진행된 논리 경험주의의 과학 분석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면서 주로 생물학과 생물학철학에 관심을 쏟았다.
학회 활동에 열심이던 그는 1984~85년에 생물 계통분류학회 회장, 1985~86년에 과학철학회 회장, 1991~92년 생물학의 역사.철학.사회적 연구 국제학회의 회장을 지냈다. <동물 계통분류학> <과학철학> <진화론> <분류> 등을 포함한 10여 개 이상 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구겐하임 재단과 미국 국립 과학재단 등으로부터 8차례에 걸쳐 연구비를 받기도 했으며, 지금은 미국 예술과 과학 아카데미 펠로로 있다.
대표 저서로는 <과정으로서의 과학>(1988)을 비롯하여, <다윈과 그 비판자들: 과학 공동체의 다윈 진화론 수용>(1973) <생물과학철학>(1974) <진화 형이상학>(1989) <과학과 선택: 생물학적 진화와 과학철학에 관한 논문선집>(2001) <생명 의료과학에서 환원주의의 가망과 한계>(2002) 등이 있다. 그밖에 <분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사회과학들에 대한 굿맨의 견해>(1992) <생물학철학>(199) 등의 공저와, 100여 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현재 진행되는 과학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과학과 과학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놀랄 만큼 광범위한 영역의 문제들에 대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학에 많은 것을 의지한다. 그 과정에서 과학과 그로부터 비롯된 과학 기술의 진보로 얻게 된 많은 장점 덕분에 과학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핵무기나 생태학 위기, 인간 복제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과학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과학이 우리 삶에 이토록 심대한 영향을 미친 적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그러한 추세가 지속되리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좋든 나쁘든 간에 과학의 본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과학이란 무엇인가. 현재 진행되는 과학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작동하는 과학을 그렇게 작동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헐의 <과정으로서의 과학>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기본적인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러한 문제들은 매우 진부하고 초보적인 문제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헐이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과 그 방식에 따른 그의 답은 과거 이 문제들을 다루었던 과학 연구자들, 특히 과학철학자들의 방식이나 답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 헐은 이 책의 부제 “과학 발전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원 부제는 “과학의 사회적 발전과 개념적 발전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인데, 독자에게 간명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렇게 줄여 번역했다)이라는 말이 가리키듯이,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사회적 학습으로서의 과학을 선택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그는 상당수 과학을 어떤 선택 과정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통 유전자에 기초한 생물학적 진화, 항원에 대한 면역체계 반응, 어쩌면 자발적 학습(operant learning) 등은 모두 선택 과정의 기능에 따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되어왔다. 하지만 헐에 따르면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 특히 과학이라는 사회적 학습 자체도 선택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헐은 생물학적 진화 과정과 더불어 이 진화 과정에 대해 언급하는 과학의 진행 과정 자체도 선택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보이려 한다. 그래서 그는 일차적으로 이 책에서 선택 과정에 대한 일반 분석(General Analysis of Selection, GAS)을 제시한다. 그리고 선택 과정에 대한 일반적 분석을 통해 생물학적 진화 과정은 물론이고 과학의 사회 발전과 개념 발전에 대해 선택 과정에 의거한 진화론적 설명을 제시하려고 한다.
둘째, 과학의 발전에 대해 선택 과정에 의거한 진화론적 설명을 제시하면서 그는 특히 과학의 사회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과학 연구자나 논평자들은 대부분 과학을 비난하거나 헐뜯기 위해 과학의 사회적 측면을 끌어들인다. 과학자들의 주장은 중고차 외판원의 주장만큼이나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헐은 과학이 지닌 사회적인 구조가 과학자들이 신뢰할 만한 지식을 산출하는 주요 이유라고 논한다. 과학이 지금의 방식대로 잘 돌아가는 한 가지 이유는, 과학자들이 지금 하는 방식대로 과학을 행하는 것이 그들에게 최상의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주요 목표는 다른 과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연구를 산출하는 것이며, 이 연구를 이용함으로써 다른 과학자들은 그들이, 그리고 그들만이 수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보상─연구 결과 이용─을 수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헐은 다양한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과학자들의 사회에 파벌주의, 사회적 결속, 전문가적 이해관계 등